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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뒤 한층 더 맑게 갠 하늘 아래서 서대문구의 홍제천을 거닐게 되었다. 흔히 우리들은 맑은 하늘, 깨끗한 강물, 유창한 말솜씨라는 말에 더 익숙해져 있는데 홍제천을 따라 산책로를 걷다 보면 덧칠되어 있지 않은 ‘텅 빈 것'들(?)과 만날 수 있다.
 
텅빈 마음, 텅빈 거리 등 유행가 가사에서 읊조렸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를 때쯤 맑은 하늘 아래서 문득 텅빈(empty) 활자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마치 이정표처럼 만들어진 조형물에 새겨진 '빈 물'(empty water), '빈 글자'(empty words), '빈 하늘'(empty sky), '빈 바람'(empty wind)이라는 익숙하지만 왠지 범상치 않은 단어들이었다. 지난해 홍제천 공원조성 기념물로 생겨난 도로표지판 같은 이것들은 ‘empty wind, empty sky, empty words, empty water'라는 남희권 씨의 작품(KunstDoc Gallerly 2007 in collaboration with 'work room'로 전시됨)이다. 
 
무엇인가로 자꾸 채워져 나가고 인위적인 것들로 가득차 가는 다소 복잡한 세상에서 잠시 욕심 없이 흘러가는 물줄기처럼, 뜻 없는 말처럼, 투명한 하늘처럼, 가끔씩 부딪히는 바람결처럼 그렇게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라는 뜻 같았다.
 
텅 빈(empty) 것은 결국 헛된 것을 비어 내고 ‘맑음(clarity)과 순수(nature)’를 회복하기 위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마음일 것이다. 
 
 

태그:#홍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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