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장수 이성계가
기암괴석으로 우뚝 솟은
남해 바닷가 산 하나를 굽어보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다음에 내가 임금이 되거든
네 몸을 온통 비단으로 감싸주마
얼마 후 조선의 임금이 된
이성계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그 산에게 와서 말했다
알아보니 지금 비단이 품귀란다
저 큰 나라 중국에서도 글쎄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는구나
미안하지만 예전에 네게 했던 약속은
없던 걸로 해야겠다
그 대신 이름만이라도
비단 금錦 자를 쓰도록 해주마
그래서 산 이름이 남해 금산이 되었다
정치가에게 거짓말은 필요악인가
조선시대 이래 이 나라에는
뭇 사람들을
교언영색으로 배부르게 하는 정치인들 쌔고 쌨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정치가들의 거짓말이야말로 인류에겐
가장 오래된 미래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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