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과 임실을 이어주는 옥정호의 아름다운 풍경과 맑은 물이 흐르는 섬진강 상류 운암저수지를 거쳐 칠보발전소를 지나면 발전에 사용했던 물은 동진강으로 흘러가게 된다. 전북 태인에서 내장사를 향해 가다보면 동진강 하류를 지나가게 되는데 이 근처 칠보면 무성리에 참살이(웰빙) 해초전문집이 있다.
유별난 사람이 아니더라도 요즘 참살이에 관심 갖는 이들이 많다. 맛도 맛이지만, 몸에 좋은 음식을 찾는 것은 내 몸과 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칠보 발전소에서 흘러내리는 동진강을 끼고 내장사로 향하다 보면 무성서원이 있고 서원 바로 앞에 '참살이 해초 마을'이 있다.
점심시간이 지나 우린 이미 점심을 먹은 뒤였지만, '참살이'라는 상호가 맘에 들어 무작정 들어가 봤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대여섯 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한 뒤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반가이 맞아주는 주인께 <오마이뉴스> 시민기잔데 점심은 먹었지만 참살이 해초비빔밥과 해초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취재해서 기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모여 있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럼 어느 방송국에서 왔어요?"라고 물어본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라서인지 방송국에서 나와 취재 하는 줄 알았나보다. 나는 <오마이뉴스>는 인터넷 뉴스라고 얘기 했더니 "그럼 인터넷이면 우리 아이들에게 얘기하면 알겠네요!" 라며 관심을 보인다. 또 "어쨌거나 반가운 일이네요. 기사 잘 써주세요!"라며 한 마디 거든다.
주인은 "여부가 있당가요? 지야 고맙쥬 뭐 그라믄 우리 집이 뉴스에 나오남유?"라며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해초 비빔밥을 만든다. 점심을 먹었지만 구수한 냄새에 반해 참살이 해초비빔밥을 먹어본다. 해초 비빔밥에는 9~12가지 해초가 들어가는데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바다의 향을 가득 담고 있어 입맛을 돋우고 간간히 톡톡 터지는 날치알 또한 입안을 즐겁게 해준다.
해초 비빔밥의 매력에 푹 빠져 가는데 오늘 새로 개발한 요리라며 처음으로 만든 해초 어묵까지 덤으로 준다. 새로운 메뉴로 내놓을 음식이란다. 배가 불렀지만 처음 만들었다는 해초 묵은 먹어보지 않고는 맛을 알리가 없기 때문에 가지런히 썰어놓은 해초 묵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본다.
"음! 야들야들하면서 상큼한 바다 향까지 곁들여 제대로다."
주인의 푸짐한 인심에 마음도 넉넉해진다. 해초묵은 뭘로 만드는지 궁금하여 물어보니 한천, 곤약, 해초를 이용하여 만들었단다.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참살이 그대로다. 주인은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미역으로 만든 묵도 가져온다. 더 이상 먹을 수가 없다고 하는데도 "한입만 드셔 보세요"라고 한다. 시골 인심을 거부할 수 없어 미역 묵에 다시 젓가락이 간다.
넉넉한 인심에 감사하며 커피를 마시며 해초 전문집을 하게 된 이야기와 해초가 어디에 좋은지 등을 물어보고 있는데 손님 한무리가 들어온다. 손님들은 해초 전골이 특별하다며 해초전골을 주문한다.
마침 나는 횡재를 한 마음으로 해초 전골 만드는 것을 찍어볼 요량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전골이 완성되어 익어갈 무렵 나는 손님들에게 다가가 양해를 구하고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손님 중 한 명인 박아무개씨는 "참살이 해초마을이라는 상호가 맘에 들어 들어왔다"며 "해초 전골은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지만 바다향도 나고 해초와 잘 어울리는 낙지와 홍합, 조개 등이 어우러져 잃었던 입맛을 돋워 준다"고 한다.
그는 또 "바닷가에서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가게 앞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니 운치도 있고 음식 맛도 참 좋다"며 "음식 앞에서 말하기엔 좀 그렇지만 미용에도 좋고 특히 변비에도 좋다하니 내일 아침에는 시원할 것 같다"고 말해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참살이 해초에 대한 여러 가지 음식을 먹고 보고 즐겼으니 소화를 시켜야겠기에 강가를 거닐다가 무성서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무성서원은 아이들과 함께 가면 도움이 될 만한 곳이다. 역사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지나가던 행인들이 뛸 수 있도록 커다란 그네도 만들어져 있다. 그네 뛰는 춘향이의 흉내를 내보고 싶다면, 한 번 찾는 것도 좋을 것이다. 참살이 해초의 매력을 톡톡히 느끼고 돌아오는 길, 행복이 두 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