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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신 : 저녁 7시 30분]

 

기소되면 일선서 후퇴? "생각해봐야죠"

 

이건희 회장은 소환된 지 5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특검 사무실을 나섰다.

 

11일 오후 6시 50분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이 회장은 모여 든 기자에게 "제가 먼저 말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준비해 온 메모지를 봤다.

 

"모든 것이 제 불찰입니다. 도의적이든, 법적이든 제가 모두 책임을 지겠습니다. 아랫사람한테는 선처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사태를 계기로 저를 포함한 경영체제와 경영진의 쇄신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겠습니다."

 

기자들은 "책임진다는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자 "누구나 책임진다고 하면 뜻이 넓어진다"며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지난번 소환 때는 '사안별로 100%는 아니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였냐"는 질문에는 "그런 대답을 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소되면 경영선 일선에서 물러나겠냐"는 질문에는 "생각해봐야죠"라고 답했다.

 

이 회장, 에버랜드 경영권 불법승계 인정했을까

 

이 회장이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은 북새통을 이뤘다. 삼성SDI 사내기업 해고노동자들은 경찰 1개 중대에 둘러싸인 채 "이건희를 구속하라"고 소리쳤고, 사진 기자들도 연방 플래시를 터뜨리며 이 회장의 귀가 모습을 촬영했다. 이 과정에서 한 기자가 이 회장의 차로 다가가자 경찰 2명이 거칠게 밀어내 벽에 몰아붙이기도 했다.

 

한편, 수사가 예상 외로 5시간도 안 된 시간에 끝나 당초 특검팀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에만 초점을 두고 이 회장을 재소환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이 회장이 소환 조사 당시 "전략기획실로부터 에버랜드 사채 발행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기존의 삼성의 주장과 상반된 진술을 했었다. 특검팀이 이후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을 추가로 소환해 조사를 벌인 것도 이 진술을 재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날 귀가 때 이 회장의 발언을 미루어볼 때 에버랜드 사건과 관련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도 생각해보겠다"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삼성 홍보실은 "너무 성급하게 퇴진이라고 보지 말아달라"며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3신 : 오후 2시 30분] 이 회장,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삼성이 범죄집단으로 인식되는 까닭이 언론 탓이라고 했는데 이유가 뭔가?"

 

엘리베이터 안. 이건희 회장의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그저 기자에게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어보인 뒤 조사실로 빠져나갔다. 이 회장의 두 번째 출두 과정은 단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오후 2시 3분, 이 회장이 차에서 내리자 진보신당 관계자들과 삼성SDI 사내기업 해고노동자들의 팔이 높이 올라갔다. 이들은 피켓을 흔들며 "이건희를 구속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 소환과 달리 부축을 받지 않고 혼자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이 회장은 잠시 고개를 돌려 그들을 힐끔 쳐다봤다.

 

로비에 들어선 이 회장은 포토라인에서 약 3초 간 멈춘 뒤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첫 소환 때 책임을 지겠다는 이야기가 법적인 책임이냐", "두 번째 소환인데 국민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며 질문을 던졌지만 이 회장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조사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기자들이 "적어도 국민들에게는 말할 내용이 있다고 하지 않았냐"고 재차 질문하자 이완수 변호사가 대신 "나갈 때 소회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삼성전자의 자금이 최근까지 차명계좌로 유입된 사실이 확인된 점 ▲김인주 사장이 경영권 승계과정 개입을 시인한 것을 예로 들며 "이처럼 그간의 삼성측 주장이 허위였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는 만큼, 특검은 이제는 삼척동자도 믿지 않게 된 삼성측의 거짓말을 추인하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제개혁연대는 "특검은 오늘 소환조사 이후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을 비록한 구조본의 핵심인사들을 구속 기소함으로써 삼성관련 의혹의 총체적 진실을 백일하에 규명하고, 사법질서를 교란해 온 책임을 엄중히 물어라"며 이 회장 등 핵심 인물들을 구속 기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또 "특검수사가 면죄부를 주는 것에 그친다면, 특검은 삼성그룹의 변화와 한국경제의 발전을 위한 마지막 기회마저 내팽겨졌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특검이 한국경제와 사법질서에 대한 자신의 책무를 무겁게 자각하라"고 경고했다.

 

 

[2신 : 4월 11일 오후 1시40분]

 

"이 회장께 개별적 질문하지 말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소환되기 30분전, 서울 한남동 특검 2층 로비에는 취재진이 몰려들어 발디딜틈이 없다. 1차 소환 때와 다를 바 없다.

 

2층 로비 바깥에는 경찰 1개 중대가 배치되어 있고, 폴리스라인도 만들었다. 이날 오후 1시30분에 현장에 도착한 진보신당 관계자 10명은 인도 위에도 올라오지 못한 채 2열 종대로 서서 벽을 치고 있는 경찰 90명에게 가로막혀 있다.

 

한편 삼성측 변호인인 이완수 변호사는 이날 오전 특검 기자단에 전화를 걸어 “오늘 회장님은 출석할 때나 귀가할 때 한마디도 하지 않으실 것이다”라며 “대국민 담화 성격의 말은 하실 수 있다, 그러니 개별적 질문이나 주관적 질문은 받지 않을 실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기자들은 “질문까지 하라마라 할 수 있는 거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현재 취재기자들은 이건희 회장에게 질문할 내용을 준비 중이다.

 

 

[1신 : 11일 오전 11시 55분]

 

이 회장 오후 2시 소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1일 오후 2시 1주일 만에 다시 조준웅 특검팀에 피의자 자격으로 소환된다.

 

하루 전부터 서울 한남동 특검팀 사무실 2층 로비에는 각 신문사와 방송사 취재장비들로 가득 찼다. 경찰도 이날 새벽부터 한남대교와 빌딩 정문 앞, 후문 등에 각각 40여명 씩 총 250여명을 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한 때 경찰이 이 회장의 신변보호를 위해 로비 안으로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돌아 기자들과 경찰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4일 첫번째 소환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다. 지난 3월부터 매일 한남오거리와 특검 빌딩 앞에서 삼성특검 반대시위를 벌였던 '삼성특검반대 범국민연대'도 이날 오전 11시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지만, 특검팀의 엄정 수사를 촉구했던 삼성SDI 사내기업 해고노동자들이나, 진보신당, 시민단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건희 회장 두번째 소환 무엇을 조사받나?

 

특검팀은 이날 이 회장을 상대로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의혹에 대한 보강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그동안 특검팀은 "차명계좌에 담긴 돈은 고 이병철 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삼성측의 주장을 반박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삼성증권에 개설된 차명계좌 1300여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계좌 일부에 임원들의 성과급을 가장해 삼성전자가 지난 2004년 130억원을 입금한 것을 확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검팀은 지난 10일 삼성전자 재경팀 사무실과 문서창고를 압수수색하는 한편, 삼성전자 임원 5명을 한 번에 불러들여 조사했다. 또 이날도 삼성전자 전산센터에서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차명계좌에 담긴 돈이 개인 돈이 아닌 회사 돈인 사실이 밝혀진다면 이 회장에게 조세포탈 혐의 적용은 물론 배임·횡령 혐의도 적용할 수 있어 형사처벌 수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당초 특검팀은 이 회장을 '불구속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잠정적으로 세우고 있었다.

 

또 특검팀은 지난 10일 밤에 이어 이날도 전용배 전략기획실 상무를 불러들여 이 회장 일가 재산 내역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다. 윤정석 특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용배씨는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사람인데 계산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물어보고 있다"며 잦은 출두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특검팀은 지난 10일 자신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의 실제 주인이 이 회장이라고 뒤늦게 밝힌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을 다시 소환해 관련 사안을 추궁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 전 회장이 지난 소환조사에서 "삼성생명 주식은 내 것"이라고 거짓말한 것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검토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윤 특검보는 "외국의 경우 사법방해죄로 처벌받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형법상 처벌구조가 수사 중에 허위내용을 진술했다고 해서 처벌하는 것은 기존 판례에 비춰볼 때 100%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태그:#삼성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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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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