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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 '복원'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됐던 한국인 기독교도 23명을 구출하기 위해 이미 주둔하고 있던 한국군을 철수한 지 4개월 만이다.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 지명자는 9일(미국 현지시각)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미국의 계속된 아프가니스탄 파병 요청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는다"는 바버라 박서 상원의원의 질의에 대해 "한국의 새 정부와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스티븐스 지명자는 "우리가 아프간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 지에 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내주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서 이런 문제들이 다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 청문회 분위기만으로 보면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를 놓고 한·미간에 논의가 진행중이며 오는 4월 19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스티븐스 지명자는 청문회를 마친 뒤 워싱턴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한국의 병력파견에 관해 협의가 진행되는게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현재 양국간에 많은 문제를 놓고 긴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를 하게 되면 이런 문제들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한국에 아프가니스탄에 경찰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11일 <연합뉴스>는 워싱턴발 기사를 통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돕기 위해 한국 정부에 200~300명 규모의 아프간 재건팀(PRT) 파견과 장비 및 물자의 부담을 요청했다"며 "아프가니스탄 경찰의 교육훈련을 맡기길 희망하면서 한국 경찰의 아프간 파견도 별도로 요구했다"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특히 PRT에는 1개 대대 규모의 군병력이 이들의 신변보호 및 치안업무를 지원하고 있어 한국이 대규모 PRT를 파견하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군병력 파견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제2의 이라크로 가는 아프간 상황

 

이같은 보도에 대해 국방부는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파병할 계획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한국 정부는 미국이 파병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숨기다가 막판 합의가 다 끝난 뒤 공개한 경우가 많았다.

 

지난 2001년 9·11 사태 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고, 한국은 미국의 요청을 받아 2002년 2월 건설공병지원단인 다산부대와 국군의료지원단인 동의부대를 파견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한국인 기독교도 23명이 탈레반에게 납치됐다. 한국 정부는 인질을 구출해내기 위해 '연내 철군'이라는 기존 계획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14일 아프가니스탄 주둔 한국군은 모두 철수했다.

 

아무리 테러단체와의 약속이라고 하지만 이를 국내외에 밝혔던 한국군 철수를 다시 번복하는 것은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시 파병할 경우 아직도 남아있는 소수의 한국 외교인력이나 한국군 자체가 탈레반의 집중적인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이 처한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져있는데. 지난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뒤 안정적이었던 아프가니스탄도 2년 전부터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탈레반은 남부인 칸다하르와 헬만드 주를 중심으로 세력을 급속하게 회복중이며 북부도 불안정해지고 있다.

 

10일 AP통신은 "국제적 지원의 부족, 계속되는 탈레반의 공격, 끈임없는 아편 생산의 증가 등 몇가지 징후는 아프가니스탄이 실패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에 주둔중인 미군을 비롯한 국제보안지원군(ISAF)의 숫자도 크게 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말 아프가니스탄 주둔 ISAF는 4만명이었는데 지금은 7만명을 넘었다.

 

한동안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숫자는 1만명 이하였는데 치안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금은 무려 3만2000명의 미군이 주둔중이다.

 

AP통신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당국은 병력 7500명의 추가 파병을 요청했고, 미 국방부는 내년에 추가 파병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현재 이라크에 16만명의 미군 발이 묶여있는 상황이니 병력 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태그:#아프가니스탄,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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