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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미·일 순방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미국·일본 순방 계획 및 새 정부의 외교·대북 정책과 향후 국정 운영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미·일 순방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미국·일본 순방 계획 및 새 정부의 외교·대북 정책과 향후 국정 운영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배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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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캠프데이비드에서 첫 정상회담을 한다. 두 정상간의 회담도 처음이고,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 받은 것도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 강화 방안,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 북핵 문제를 비롯한 대북정책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반면에, 북미간의 싱가포르 회담이 보여주듯 북미간의 대화채널을 활발하게 가동하고 있는 시점에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두 정상의 입장 조율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단 관건은 싱가포르 잠정합의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재가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이미 북한은 싱가포르 회담 직후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미국의 정치적 보상 조치와 핵신고 문제에서 견해 일치가 이룩됐다"며, 싱가포르 회담 결과 승인을 공식화했다.

신중한 부시 행정부, '좋긴 한데 검증문제가...'

그러나 미국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자 보도를 통해 부시 행정부가 싱가포르 회담 결과를 수용하고 테러지원국 해제 및 적성국 교역법 종료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전하면서 미국도 회담 결과를 승인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그러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이를 공개적으로 부인하면서 부시 행정부 내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일단 북미 양측은 핵 신고 문제의 최대 쟁점이 되었던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및 시리아 핵개발 지원설에 대한 잠정적 해결책은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안에 대해 북한의 시인을 줄곧 요구했던 미국은 북한이 비밀양해각서에서 간접 시인하는 방식을 취해보자는 중국의 중재안을 수용했다. 미국의 주장을 줄곧 부인했던 북한 역시 중국의 중재안을 전격 수용했다. 

문제는 표현이었다. 미국은 UEP 및 시리아 핵개발 지원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증거 제시에 대해 북한이 '인정한다(admit)'라는 표현을 요구했고, 북한은 이보다 수위가 훨씬 낮은 '이해한다(understand)'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막판에 이들 표현의 중간에 있는 "접수한다(acknowledge)"로 절충점을 찾게 된 것이다. 양측 모두 체면을 살린 표현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 일각에서는 검증 문제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누락되었다며 싱가포르 잠정합의에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북미 양측이 추가적인 접촉을 통해 검증 문제에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핵심적인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 타임즈>는 미국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관료들이 수주 내에 평양을 방문해 구체적인 검증 방안 마련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울러 일본인 납치 문제도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돌파구가 마련되었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미국 고위 관료의 발언을 소개했다. 

사진은 백악관 홈페이지의 조지 부시 미 대통령 자료사진.
 사진은 백악관 홈페이지의 조지 부시 미 대통령 자료사진.
ⓒ The White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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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부시, 대북정책 엇박자?

결국 중대고비에서 열린 싱가포르 회담은 '진전은 있었지만 돌파구가 열린 것은 아니라는' 다소 어정쩡한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북한과 미국이 검증 문제를 논의하는데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점에서,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대북정책에 대해 새로운 제안이나 정책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두 정상이 이견을 표출할 가능성이다. 기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실패로 끝난 부시 행정부 1기 때의 대북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선핵폐기론'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부시 행정부는 임기 내 북핵 해결을 목표로 '행동 대 행동' 차원에서 북한과의 주고받기식 협상에 나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일컫고 있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대북포용정책과 흡사하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미 양국 사이에서 엇박자가 드러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이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북미관계의 급진전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이 대통령이 부시에게 한미공조를 강조하면서 북미관계의 속도조절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이다.

반면 부시 행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이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임기 내 북핵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전향적인 대북정책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한미관계를 의식해 한국을 우회하고 바로 북한과 관계개선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대북정책 재검토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이다.

지난해 10월 4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공동선언문에 서명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자료사진)
▲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는 김 위원장 지난해 10월 4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공동선언문에 서명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자료사진)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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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김정일-부시 삼각 게임, 그 종착역은?

무대 위에서는 볼 수 없지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는 제3의 게임 참여자가 있다. 바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다. 2001년 3월 김대중-부시, 2003년 5월 노무현-부시 간의 정상회담 때 한미간의 대북정책 논의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대응책을 마련했던 것처럼, 이번 한미정상회담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특히 6.15 공동선언 및 10.4 남북정상선언 등 지난 10년간의 남북관계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온 이명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한미관계가 좋아지면, 남북관계도, 북미관계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해왔다. 한미동맹 우선주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북미관계가 좋아지는데 이 대통령이 계속 대북강경 자세를 유지하면 한미관계도 남북관계도 모두 엉뚱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면서 북미관계 개선을 통한 남한 압박 노선을 취할 공산이 크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강한 유대감을 표하면서도 김정일 위원장과는 개인적인 유대를 맺고 싶지 않다고 말해,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4년 전 "부시와 미치도록 함께 춤을 추고 싶다"고 말했다는 김 위원장의 희망을 일축하는 듯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체제의 특성상 북미정상회담 없이 한반도 비핵화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북한에게 핵포기는 그야말로 전략적 결단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그에 걸맞은 세리모니를 원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복잡한 교집합과 차집합의 교차 지점에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이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실패했던 북미정상회담 중재가 바로 그것이다. 고이즈미가 중재를 시도했을 때, 부시 행정부는 대북강경책에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미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가 완성 단계에 도달하면 남-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해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결하는 선언에 참석할 의사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임기 내 북핵 해결을 목표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보수적인 정권이 북미정상회담을 권유한다면 상당한 매력을 느낄 것이다.

결국 서울과 평양과 워싱턴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고 있는 삼각 게임이 제로섬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야 한다. 그 자리를 이 대통령이 주선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실용적인 결과를 낳게 될 역사적 이벤트도 없을 것이다.  


태그:#한미정상회담, #북핵 신고, #부시, #이명박,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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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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