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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1월 20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조중동' 3사 판촉사원들이 각각 자전거경품을 동원해 독자를 유치하던 모습.
지난 2004년 1월 20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조중동' 3사 판촉사원들이 각각 자전거경품을 동원해 독자를 유치하던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우리나라의 '서울 중심적' 소통채널은 참으로 유별나다. '서울'로 불리는 중심에서 한참 밀려난 지방은, 제 아무리 '지역'이란 대칭 개념으로 부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변방이다. '지방'을 '지역'으로 대체하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 같다.

 

'지방언론'을 '지역언론'이라고 부르고, '쌍방향커뮤니케이션시대 소통채널의 서울중심은 이제 원시적인 방식'이라고 제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메아리는 쉬 돌아오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지방을 사랑할 필요는 없지만 때론 지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역지사지의 소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 보수의 회귀는 '쓰나미급'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미디어 시장에까지도 들이닥치고 있는 상황이다. 거대 보수신문 살리기에 나선 이명박 정부의 대언론정책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보다 더 감동적이고 눈물겹다.

 

앞서 새 정부는 '신문·방송 겸영 허용 및 신문법 폐지'방침을 선언한 데 이어 '신문고시 무력화'까지 들고 나섰다. '신문고시 전면 재검토'는 고사위기에 내몰린 지역신문들에게는 혹독한 'IMF 칼바람' 이상의 끔찍한 흉기나 다름 아니다.

 

지역신문 몰살당한다 해도 아쉬워하지 않을 이 정권  

 

지난 1월 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문화관광부 업무보고에서 신문법을 폐지키로 할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긴 하지만, 이 정권은 이미 거대 보수신문 편에 섰다. 하지만 이는 무엇보다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와 소통의 균형상실을 우려하게 만든다.

 

최근 보도된 일련의 언론정책들을 보면, 이명박 정권에는 지역신문이 모조리 몰살당한다 해도 아쉬워 할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것 같다. 이는 '신문고시 전면 재검토' 발상에서 묻어난다. 공정거래 위반해위를 신고하면 포상금 주겠다던 때는 언제고 이제와선 재검토라니. 신문시장을 일대 혼란의 도가니에 몰아넣고 지역신문 시장을 고스란히 과점 보수신문들에게 내주라는 것과도 같다.

 

이런 징후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곳곳에서 감지되었다. 특히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 그는 "업무보고에서 소관 법령들을 모두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한다. 신문고시도 분명히 재검토 대상에 포함된다"며 "신문협회와 상의하는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당한 발언 같지만 저간의 사정들을 감안하면 전혀 뜬금없는 소리가 아니다.

 

지난 대선기간동안 보수신문들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체면도 염치도 버리고 앞장섰다. 그러더니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도 '친이명박 신문'의 면모를 보였다. 이제 '친이명박 신문', '친정부 신문'을 넘어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과 제도를 현장에서 무력화하겠다는 의도까지 드러냈다.

 

보수신문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온 공정거래위원회 김원준 사무처장 직무대행이 지난 8일 결국 사표를 제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 3월 21일 공정위가 김원준 시장감시국장을 사무처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한 데 대해 <'언론압박' 공정위 간부 승진>이라는 기사를 통해 그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가 지난해 3월 <조선> <중앙> <동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당시 시장감시국장을 맡아 "비판언론 옥죄기에 앞장섰다"는 것이다. <동아>는 또 3월 31일 사설 '공정위 '노코드 관료들' 체질 바뀌겠나'에서도 공정위가 노무현 정부 때 "정권의 하수인집단으로 전락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기업 옥죄기와 비판신문 짓밟기의 선봉에 섰"으며 "신문고시를 개정해 주로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의 본사는 물론이고 시골지국에까지 과징금 부과라는 칼을 휘둘렀다"고 악의적 비난을 쏟아냈다.

 

공정위, 2003년 자전거대리점들 진정서 잊었는가?

 

 아파트앞 도로에 자전거 경품을 내걸고 신문 구독신청을 받고있는 모습.
아파트앞 도로에 자전거 경품을 내걸고 신문 구독신청을 받고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즉각 "이 정도면 <동아일보>가 김 사무처장 대행을 쫓아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논평했다. 민언련은 4월 11일 '공정위 김원준 사무처장 직무대행 사퇴'에 대한 논평에서 "시장의 룰을 깨고, 저널리즘의 룰도 깨고, 공직사회를 흔들어 법과 제도를 무력화하겠다는 <동아일보>의 오만과 어리석음이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정부와 공정위는 결국 보수신문 편에 서서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보수신문들의 신문고시 흔들기에 '신문고시 재검토'로 화답한 때문이다. 결국, 지난 2001년 제정된 신문고시가 약 7년 만에 전면 재검토될 운명에 놓이게 됐다.

 

신문판매고시는 2001년 부활되면서 유료신문 대금의 20%를 초과하는 경품과 무가지에 대해 처벌하도록 했지만, 당시엔 신문업체의 자율규제에 맡겨져 있었다. 하지만 신문시장에서 무가지나 고가 경품을 통한 출혈경쟁의 폐해가 극심해지자 공정위는 2003년 공정위가 직접 처리하도록 고시를 개정했었다. 그러다 2005년부터는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 도입으로 한층 강화하는 듯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2003년 2월 3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민언련이 발표한 성명내용을 보면 배경을 읽을 수 있다. 당시 신문사 자전거 경품에 대한 공정위 조사를 촉구하는 민언련의 성명에는 "자전거 대리점 운영자들이 '신문사들의 자전거 경품 제공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함에 따라 공정위가 조사를 검토하게 됐다"며 "그러나 공정위의 때늦은 '조사 검토'에 반가움보다는 안타까움이 앞선다"고 전제했다.

 

"신문불공정판매 행위의 부작용은 신문시장 왜곡의 문제를 넘어 과당 경쟁 과정에서의 인명 피해 등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는 이 성명은 "그러나 공정위는 이와 같은 경고를 외면하고 적극적인 규제에 나서지 않아 사실상 신문시장 파행에 대해 직무유기를 범해왔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신문고시 재검토는 새 정부 코드 맞추려는 것"

 

"공정위가 시장의 질서를 세우고 불공정거래로 인한 피해자들을 구제하지는 못할망정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해서야 되겠는가"라는 당시의 따끔한 충고는 유감스럽게 지금에 와서 다시 유효하게 됐다. 오히려 불공정거래를 일삼아온 보수신문들 편에 서서 아예 신문고시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공정위가 신문시장의 질서를 더 이상 세우지 못하겠다는 뜻과도 같다. 퇴보나 다름없다.

   

그동안 한나라당과 <조선> <중앙> <동아>쪽은 "신문업계가 자율적으로 규제하던 것을 왜 정부가 강압적으로 제재하느냐"며 신문고시 폐지를 주장해 왔다. 특히 '조·중·동'은 신문사의 경영활동에 정부가 광범위하게 간여하는 것은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언론단체들은 "신문협회의 자율적인 규제를 바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다"며 "오히려 정부 제재를 강화해야 신문시장 질서가 바로 잡힌다"고 주장해 왔다.

 

공정위의 신문고시 폐지 방침 시사에 대해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13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신문고시를 제대로 감시한 적도 없으면서 규제 완화를 위해 신문고시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것은 공정위가 새 정부에 코드를 맞추려는 것"이라며 "최근 불법 판촉행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공정위의 불법 판촉행위 규제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번 지당한 이야기다.

 

현재 우리나라 신문시장은 신문기사의 질이나 서비스에 의한 고객확보 경쟁보다는 무차별적인 경품제공, 무가지 제공기간의 연장 등 각종 불공정 행위로 인해 혼탁해질 대로 혼탁해진 상황이다.

 

공정위가 공정거래 위반행위에 대한 포상제를 시행한 지 1년이 지난 2006년 10월 23일 <기자협회보>에 실린 '신문고시 위반 조치, '조·중·동' 91.5%'라는 제목의 기사는 그 대표적 사례다. 이 기사는 "지난 1년 동안 신문고시 위반으로 처분을 받은 사례 가운데 91.5%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포상금 지급액이 총 1억4770만원인데, 그 중 '조·중·동' 관련이 1억3370만원으로 전체 지급액의 90.5%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신문판매고시 위반행위에 대한 조치로 3개 신문사가 받은 과징금 액수는 전체 8070만원의 89.6%인 7230만원이었다. 경고조치는 44건 중 42건, 시정명령은 29건 모두 3개사가 받았다.

 

지방엔 물고기와 음식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 2003년 민언련, 언개연 등 언론단체 회원들이 신문사의 자전거경품 불법제공 중단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
지난 2003년 민언련, 언개연 등 언론단체 회원들이 신문사의 자전거경품 불법제공 중단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 ⓒ 권우성

 

여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지역신문들이다. 대부분의 지역신문들은 거대한 자본력과 무모한 경품, 무가지 살포 등 위법을 앞세운 과점 보수신문들의 약탈적 판촉행위 때문에 "도저히 어찌해 볼 재간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비단 어제 오늘일 만이 아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수많은 지역신문들이 몇몇 과점 보수신문들에 의해 몰살당한다 해도 아쉬워 할 것 같지 않으니 참담한 실상을 바라보기 안타깝다.

 

공정거래법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우리 경제를 지키는 근간이다.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당한 법의 목적에 따라 주어진 소임을 하는 과정에서 보수신문의 반발과 준동에 흔들리고 있으니 더욱 답답하다. 공정위가 보수신문들과 보수세력의 눈치나 살피면서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와 서민, 지방에 전가되기 마련 아닌가?

 

지역신문들도 중앙 신문들 이상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에 몸부림치면서 국가의 장래를 염려한다는 걸 정녕 모르는 건가? 지방엔 물고기와 음식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 정부는 전혀 모르고 있는 듯하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 신문고시에 대해 "신문업계의 과당경쟁을 완화하고, 독자들의 신문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 내용은 여전히 유효하다.

덧붙이는 글 | 꼭 6개월 만에 다시 쓰는 <지역언론 별곡>이다. 박사학위논문을 쓴다는 핑계로 2년여 동안 줄기차게 불러왔던 <지역언론 별곡>을 본의 아니게 팽개쳐 두었다. 많지 않지만, 그래도 애정을 갖고 꾸준히 읽어주던 몇 안 되는 독자들에겐 책임을 다하지 못해 늘 부끄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참으로 어둡고 긴 터널 속과도 같은 지난한 학문과정에서도 <지역언론 별곡>은 언제나 가슴 언저리에 살아 숨 쉬고 있었음을 밝혀둔다. 아울러 '쌍방향소통의 별미'를 안겨줌과 동시에 참여관찰 기회까지 덤으로 준 <오마이뉴스>덕분에 올 초 언론학 박사학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는 점도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하면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솔직히 <지역언론 별곡>을 잠시 중단하는 사이 징글징글한 댓글들이 가장 그리웠다. 초기엔 무섭기까지 했던 수많은 댓글들이 논문재료가 되면서 오히려 친숙해 진 때문이다. 그러나 논문에서도 밝혔지만 '쌍방향소통의 별미'인 댓글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인터넷 실명제' 이후 크게 줄고 있음은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역신문#신문고시#자전거 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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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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