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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정책 대토론회'
 4월 14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정책 대토론회'
ⓒ 김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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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적 규제를 풀어라. 그러나 공정한 게임의 룰이 더 중요하다."

14일 뉴라이트 지향을 선언한 뉴라이트방송통신정책센터가 여의도클럽과 공동 주최한 방송통신 정책 토론회에서 나온 방송 통신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크게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의 방송통신정책 대토론회'는 이명박 정부와의 '코드일치'를 선언한 단체가 주관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한 토론회여서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을 비롯한 미디어정책의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열린 것이어서 더욱 그랬다. 이런 관심을 반영한 400여석 되는 방청석이 모자랄 정도로 청중들이 몰렸고,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하지만, 토론회에서는 규제 완화 쪽의 목소리가 압도적일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공정한 게임의 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독점적 사업자,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해서는 되레 규제의 정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송 구조 개편 및 신문·방송 겸영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일부 과감한 '민영화' 주장과 신방겸영 허용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과 신문·방송 겸영 허용이 여론의 독과점이나 미디어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많았다.

공정한 게임의 룰을 강조한 쪽은 통신 쪽 관계자들이 많았다.

진용옥 경희대 교수(전파공학과)는 "그동안 통신정책이 번번이 실패한 것은 결국 망 등 기반설비를 선점한 선발사업자들의 '자연독점(natural monopoly)'을 깨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통신서비스 사용자들이 편익과 가격에 따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한 경쟁 체제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용옥 교수는 "새 정부가 인수위 시절 요금을 통신요금을 20%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나중에는 조금있다 하겠다가 이제는 5년 후에나 가능한 것이 돼 버린 것도 통신 시장이 원천적으로 경쟁이 불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진 교수는 그 대안으로 통합개인번호제와 통합고지서 제도 등을 제시했다.

후발 통신업체, '공정한 게임의 룰' 호소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은 규제 완화 요구

공정한 게임의 룰에 대해서는 특히 후발 통신업체들이 절박한 호소를 토로하기도 했다.

유장근 LG데이콤 부사장은 "방통융합이 국민과 소비자의 편익에 기여하자면 정부의 역할은 무엇보다 공정한 시장 경쟁 상황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장근 부사장은 이를 위해서는 "특정분야에서 점유율 50% 이상인 지배적 사업자에 대해서는 인접 사업 분야로 그 같은 지배적 영향력이 또 다시 전이되지 않도록 규제와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며 "유무선 통신 분야의 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KT는 시장지배적인 망과 주파수 영역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IPTV 분야 등에서도 이미 이들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기존 통신·미디어 분야의 지배적 사업자의 미디어 독점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 완화는 필요하지만, 공정 경쟁을 위한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광성 SO(케이블TV방송사업자)협의회 의장도 "KT와 SKT 등 시장지배적 통신사업자가 새로운 IPTV(인터넷TV방송) 사업 등에서도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들 사업에 진출할 때 별도법인을 만들어 진출하도록 하는 등 공정 경쟁을 위한 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BS나 MBC 등 지상파 방송의 재전송 문제의 공정성과 일관성 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다.

당초 지상파와는 차별화된 방송 프로그램 제공을 '원칙'으로 출범했던 TU미디어의 서영길 사장은 "방송 시장의 흐름과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당초 구상에 사업자의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자인했다.

서영길 사장은 그러나 "지상파 프로그램이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한국 방송 시장에서 핸드폰이나 모바일 사업자에게도 제공되는 KBS1의 프로그램이 위성DMB에만 유일하게 제공되지 않고 있다"면서 새로운 플랫폼 사업자에게 필수적인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공평한 접근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합리적 대가 산정' 등 최소한 '공정한 룰'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 사장은 "2005년 5월 KBS·MBC·SBS 지상파 3사가 위성DMB에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기로 공동 발표한 것은 명백히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담합)에 해당되며, 국회 등에서 여러 차례 문제가 됐지만 법적인 제재가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는 콘텐츠나 망 제공 거부 금지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에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은 인수 합병 등에 대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 등을 주로 역설했다.

유태열 KT 상무는 "방송과 통신의 화학적 융합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정비를 통해 방송 통신 분야의 규제와 공정위의 규제 등 이중 규제를 해소하는 등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IPTV 등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서는 새로운 산업 및 서비스 진흥 차원에서 규제 휴일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형희 SKT 상무도 SKT의 베트남 진출 사례를 예시하면서 "가입자 4백만 명에도 불구하고 아직 적자를 면치는 못했지만, 통신 설비 등 국내 연관 산업에 미친 파급효과 등을 감안한다면 국가 경제적으로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통신 요금에 대한 언론 보도 등이 너무 일방적이라며 "통신요금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새로운 다양한 서비스 이용이 늘었기 때문이며, 1인당 음성 통화만 놓고 본다면 최근 몇 년 사이에 30% 정도의 요금 인하가 이루어졌다"며 정부와 언론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위원들과 현판식을 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위원들과 현판식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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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순 전 방송위원 "공영방송은 주인 없어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
성경섭 MBC 논설위원 "이명박 정부 차별화, 정파적이면 왜곡될 것"

한편 방송 구조 개편이나 방송과 신문 겸영 문제와 관련해서는 강동순 전 방송위원이 방송의 과감한 민영화를 주장했지만, 방송의 공공성과 민영화의 폐해 등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았다.

변동현 한국방송비평회 회장(서강대 교수)은 "방통융합 문제나 신문 방송 겸영, 공영방송 민영화 논의는 하나하나가 민감한 쟁점들"이라면서 "그런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이라고 강조했다.

변동현 회장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방송 정책이 보수 쪽으로 치우치거나 해서는 안된다"며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공언한 것처럼 방통위가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방통위가 독립성을 표방하는 새로운 강령을 채택해 발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변회장은 공영방송의 민영화 논란 등과 관련해 "지상파 방송은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보편적 서비스로서 지상파 방송의 경우 국민들의 비용(수신료) 부담 문제와 (민영화 등을 통해) 경쟁을 부추겼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무엇보다도 '방송의 질적 문제'와 '국민에게 미칠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신문·방송 겸영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화 시대에 맞는 경쟁체제라는 관점에서 재검토해볼만한 사안이지만, 이 역시 여론독점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폈다.

정윤식 강원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공영방송의 민영화 문제나 신문·방송 겸영, 방통융합 문제는 모두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가치와 입장이 충돌하는 정치적 의제들"이라면서 "정파적이고 공익성이냐, 산업논리냐는 식의 이데올로기적 접근보다는 다양한 미디어들이 공존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는 실용적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정윤식 교수는 "지상파 방송과 신문, 케이블, IPTV 등이 모두 10조 6천억 원대에서 고착 상태를 보이고 있는 미디어 광고 시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수익구조의 일면성이 이들 매체간의 정치적 대결양상을 격화시키고 있다"면서 "각 미디어 별로 수익구조를 달리하는 수익구조의 차별화 전략이 살 길"이라고 제시했다.

정 교수는 이와 함께 "현재 방송 신문 산업의 문제는 너무 많은 미디어가 난립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신문·방송 겸영 이전에 동종 미디어간 인수 합병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자본의 유입을 허용하는 방안 등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신문·방송 소유 규제의 완화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방송사 기자로서는 유일하게 토론회에 참석한 성경섭 MBC 논설위원은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결국 미디어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 이전 정권과 차별화 시도하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성경섭 논설위원은 "미디어 분야의 정부 개입은 여론 다양성 측면에서 여론의 독과점 현상이 일어날 때나 미디어의 소유 집중 등이 문제될 때 보통 개입하게 되는데, 이념적 정파적 입장에서 개입하게 되면 왜곡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고 경계했다. 성 위원은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공익성과 보편적 서비스 경쟁 쪽에 무게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수용자의 이익과 미디어 업계의 이익을 절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동순 전 방송위원은 "현재 방송은 마치 난개발 상태와도 같다"면서 "이상한 공영방송·국영방송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강동순 전 방송위원은 "현재의 1민영 다공영 체제는 80년 신군부가 방송을 통제하기 만든 체제"라며 "공영방송은 주인이 없어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MBC 등을 민영화해 1공영 다민영 체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남기 SBSi 대표이사는 지상파 방송의 외주 제작 비율의 규제 완화, 중간 광고 허용,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재정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방송·통신 분야 관계자와 교수 12명과 방통위 관계자 2명이 참석해 상호 토론 없이 간략하게 각기 업계(업체)의 입장과 자신의 주장을 발표하는 식으로 오후 1시 30분부터 5시까지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태그:#뉴라이트, #MBC 민영화, #이명박정부 방통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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