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다 먹는 음식, 오늘은 뭘 해먹을까? 썩 마땅한 게 없다. 냉장고 야채박스를 뒤져보니 둥글고 기름한 호박하나. 된장찌개에 단골로 넣어 먹는 호박을 좀 색다르게 먹고 싶다. 채 썰어서 나물로 볶을까? 납작하고 도톰하게 나박김치처럼 썰어 새우젓 국물로 지질까? 아니면 끓는 물에 적당히 썰은 호박을 살짝 데쳐 양념장을 뿌려먹을까?
그런데 문득, 어릴 때 엄마가 해주던 호박전이 그립다. 호박과 반죽에 소금으로만 간간하게 해서 밀가루 옷을 입혀 부쳐주던 친정엄마. 흔하게 먹는 음식을 특별하게 해주시던 엄마의 지혜를 새삼 느낀다.
양념장에 찍어 먹어도 되고 그냥 먹어도 좋은 호박전을 부치면서 맛있게 먹던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는 기름에 부친 음식들이 왜 그리도 특별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높은 담 없는 동네 이웃과 둘러앉아 나눠먹는 맛이 있어서 그럴 것 같다.
자주 해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고급스럽지도 않은 호박전. 막상 준비를 하니 요것조것 응용할 거리들이 생각난다. 반죽에 가는 파를 쫑쫑 썰거나 주황빛 당근이 점박이로 보일 듯 말듯 하게 썰어 부치면 알록달록한 모양새가 되겠다. 당근도 없고 파도 없으니 부추와 팽이버섯으로 대신하고 들기름을 넣어 부쳤다. 호박을 다 부치고 나니 반죽이 애매하게 남는다. 부추와 팽이버섯을 적당히 썰어 남은 반죽과 섞어 부치니 호박전과 또 다른 맛이다.
고소한 들기름이 호박에 스며들고, 오늘 저녁은 호박전 한 접시로 허한 밥상에 생기가 돈다. 술 좋아하는 신랑 눈에 막걸리 한통만 있으면 딱 그만이겠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