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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석→80석이 참패가 아니고 무엇이냐"

 

그의 지지자들은 '아름다운 부활'이라고 표현했다.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라는 사법사상 초유의 경험을 한 박주선 전 의원이 전국 최고 득표율(88.73%)로 18대 총선에서 당선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당선 인사를 위해 선거기간 때와 똑같이 지역주민을 만나고 있다"는 박주선 당선자를 15일 오후 광주 학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당선 축하 화분이 즐비한 가운데 이용훈 대법원장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보낸 축하 난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지방 정가에서는 그가 민주당 경선을 통과하자 '박주선 후보가 호남 최고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박 당선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까지 물리치고 전국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는 "박 전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하고 선거운동하시는 분인데 혼자 선거운동한 내가 어쩌다보니 최고득표율을 기록했다"며 "많은 유권자의 사랑을 받는 건 모든 선출직의 바람인데 그런 영광을 준 광주 동구 주민들께 감사할 뿐"이라고 인사했다. 그는 "주민들께서 지역발전을 위해서 더 구슬땀을 많이 흘리라고 하는 기대와 주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 대표, 꿈에도 생각해본 적 없다"

 

박 당선자는 민주당 총선결과에 대해서 "의석수 140석이 넘는 정당이 80석으로 줄어든 것이 참패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국민은 민주당에 60석 이상을 덜 주는 심판을 했는데 '선전'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고 결례"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 총선결과에 대한 평가가 '참패'와 '선전'으로 갈리는 것은 향후 당의 진로와 깊은 관련이 있다. 민주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어떻게 결정해야 하고, 이를 구현할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전국 최고 득표율을 올린 박 당선자가 옛 민주당의 정체성과 함께 당 대표 경선에 나서야 한다'고 출마를 부추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박 당선자는 "꿈에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다만 "민주당의 외연확대를 위해 어떤 역할이든지 하겠다"며 "(최고위원 경선 참여문제는)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특히 당의 정체성과 노선과 관련해서 그는 "구호정치를 해서는 안된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 대목은 그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자.

 

"과거 열린우리당은 개혁 구호만 요란했다. 국민들은 개혁의 성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정당은 개혁을 외쳤지만 서민은 더 못살게 되고 양극화는 심화됐다. 무엇이 진정한 개혁인가?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실용적 개혁노선으로 당 진로를 맞춰야 한다.

'좌냐 우냐' 구호정치 해서는 안된다. 실천정치를 해야 한다. 당을 전문가집단이 포진한 실력정당으로 탈바꿈시켜야 정부여당을 대안을 제시하며 견제할 수 있고 국민들로부터 동의 얻고 평가받을 수 있다. 그래야 민주당의 옛 명성을 찾을 수 있다."

 

"실용적 개혁노선으로 당 진로 맞춰야"... 당 노선투쟁 예고

 

 

개혁적 색채를 보다 강화하려는 옛 열린우리당 계열과 중도의 스펙트럼을 보다 확장시키려는 옛 민주당 계열의 피할 수 없는 노선투쟁이 예고된다.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 등의 복당문제는 노선투쟁의 첫 번째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전부 민주당원이었는데 공천을 안줘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당선되면 당으로 돌아가겠다고 공약한 상태에서 유권자의 선택과 심판을 받은 것"이라며 "유권자가 투표로 선택한 결정엔 당의 결정 등 어떤 상위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무조건 복당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복당문제 등 당 진로와 관련) 다음 주에 당선자 연찬회가 있는데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이야기해야지"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박 당선자는 "선거하는 과정에서 정치에 염증 느끼고, 정치인을 극도로 불신하는 주민들을  만났다"며 "너도 똑같은 사람 아니냐며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그런 것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는 "생산적 정치로 정치염증 해소하도록 노력하고, 무엇보다도 언행일치하는 정치인으로 신뢰받는 정치인 되고 싶다"고 희망을 나타냈다.

 

"세계적 상징물 설립해 관광동구 만들겠다"

 

그의 지역구는 '호남정치 일번지'라고 불리는 광주 동구다. 하지만 전남도청 이전 등으로 도심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구도심으로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한 당직자가 "박 당선자가 전국 최고 득표율을 올린 이유 중 하나는 중량감 있고 능력 있는 의원이 와서 지역발전을 시켜 달라는 바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정도다.

 

박 당선자 역시 "주민들을 만나기만 하면 '동구 좀 제발 살려 달라, 사람 좀 오게 해달라'고 하소연 한다"며 "도대체 눈 뜨고 나면 땅값 집값 떨어지니 주민들의 낙심이 이만 저만이 아니더라"고 전했다.

 

그는 이와 관련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순조롭게 반드시 진행하게 하고, 세계적인 상징물을 설립해 관광동구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자치구간 경계조정 특별법을 만들어 광주 동구에 인구가 유입되도록 하고 재건축과 재개발이 편한 절차로 진행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시련을 딛고 일어서 전국 최고득표율로 '화려한 부활'에 성공한 박주선 당선자. 그만큼 당과 지역구 안팎에서는 기대와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가 안팎의 기대와 요구에 어떻게 부응해갈지 이후 정치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태그:#박주선, #민주당,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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