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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서 꽃에 해당하는 게 선거다. 또 민주주의는 권리주장보다 의무이행이 앞서야 한다. 그러므로 직접 참여해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는 그 자체가 바로 민주주의 발전에 앞장서는 것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나도 선거를 하는 날이면 가족들이 투표장으로 나가는 것부터 챙긴다. 작년 어머님이 살아계실 때만 해도 5명의 가족이 모두 투표에 참여했다. 그랬더니 2006년 5월 31일 실시한 지방선거 때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모범유권자상 최다가족상도 받았다.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모범유권자로 인정받은 마당에 올해도 식구들 모두가 투표에 참여할 줄만 알았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그동안의 룰이 깨졌다. 대학원 졸업반인 큰 아이가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늘 100%였던 우리 집의 투표율도 75%로 낮아졌다.

 

왜 우리 집만 그렇겠는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http://www.nec.go.kr)의 선거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1회 68.4%, 2회 52.7%, 3회 48.9%로 낮아지다가 2006년 5월 31일에 있었던 4회에는 간신히 50%를 넘어선 51.3%였다.

 

비교적 투표율이 높다는 대통령선거도 직접투표가 부활된 1987년의 13대 89.2%, 14대 81.9%, 15대 80.7%, 16대 70.8%, 17대 62.9%로 점점 떨어졌다. 국회의원선거의 투표율도 14대 71.9%, 15대 63.9%, 16대 57.2%로 낮아지다 탄핵열풍이 불었던 17대 때 60.6% 조금 높아졌지만 이번 18대에서는 사상 최저라는 46% 대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투표를 관장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총선 투표율이 51.9% 정도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예견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부랴부랴 투표 참여자 우대 제도라는 '투표확인증'을 만들고, 선거 전날인 4월 8일에는 고현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이 '투표참여 담화문'까지 발표하며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선관위에서 밝힌 대로 '정당 공천이 늦어져 유권자가 후보를 알 수 있는 기간이 짧았고, 선거에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요 이슈가 없었고, 투표 당일에 날씨마저 궂었던 게' 투표율을 낮아진 요인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46% 대를 기록한 최저 투표율이 무엇을 뜻하는지, 누구의 책임인지를 생각해보면 직접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여러 사람들이 지적하는 대로 정치 불신 때문에 생긴 유권자들의 무관심이다.

 

민생은 뒷전인 채 제 욕심만 차리면서 밥그릇 싸움만 하는 게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다보니 '찍고 싶은 * 하나도 없다,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투표에 참여하느냐'는 얘기가 국민들의 입에서 거침없이 나온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20, 30대의 젊은 유권자 층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들이 민주주의를 외면하게 만든 정치인들에게 문제가 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태도가 다른 게 정치인이고, 미취업 등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에 관심을 두는 정치인이 하나도 없다는 게 그들의 얘기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인기 연예인들이 아무리 선거를 홍보해도 투표율을 올리기 어렵다. 국민들의 가슴 속에서 정치 불신을 거둬내는 게 먼저여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인들 스스로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지 않는 사람들은 발붙일 수 없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요즘 매스컴의 각광을 받고 있는 비례대표 문제를 보면 더 그렇다.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는 투표자가 자신의 정치적 선호를 확실하게 나타내고 각 직능단체의 참여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당선자가 결정된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각 당마다 비례대표 당선자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입줄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행적을 보면 하나같이 돈을 벌거나 입신양명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모르거나 철딱서니가 없어서 저지른 일도 아니다. 그래서 그들이 국민의 대표라는 것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오죽 정치권이 썩었으면 계획적이고 지능적으로 자기 몸집 불리기에만 혈안이 된 사람들을 앞에 내세워놓고 비례대표가 아니라 '비리대표'를 선출했다는 국민들의 비아냥거림에도 묵묵부답일까.

 

대표성에 힘을 실어주면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투표율을 올려야 한다. 그렇다고 모범유권자상을 주고, 투표확인증을 주는 깜짝 우대서비스로 투표율을 높일 수는 없다. 정치인들이 새로운 각오로 허물벗기를 하며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선거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도 투표를 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며 뒤에서 손가락질하기보다는 투표에 직접 참여해 표로 심판하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앞당기겠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매사에 긍정적인 우리 큰 애가 투표를 하지 않을 만큼 정치권이 젊은이들에게 불신 받고 있다. 군에 입대해 국방의무를 다하고, 대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지방대생이고, 외국유학도 다녀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 현실에도 불만이 많다.

 

다음 선거부터는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도록 문제의 당사자인 정치권에서 이런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우리 큰 애도 즐거운 마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해 모범유권자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과 뉴스보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총선 후, 이제 말할 수 있다'의 글입니다.


태그:#낮은 투표율,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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