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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자율화' 명목으로 29개 지침을 즉시 폐지키로 한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정작 학교 자율을 막아온 기존의 영어몰입교육·영재교육·특목고 확대 등이 담긴 수십여 항목의 지침은 존속하기로 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와 관련, 학생 건강과 인권을 지켜온 지침은 우선 폐지 대상으로 삼은 반면, '교육 양극화 심화' 등 논란이 된 지침은 그대로 두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학교 자율화'는 헛구호일 뿐이고 교과부가 0교시·우열반·심야 보충수업·어린이신문 집단구독 등을 허용하기 위해 '이중 잣대'를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새 정부와 코드 안 맞는 지침만 무더기 폐지

 

실제로 교과부는 16일 전화통화에서 "영어교육·영재교육·특목고 확대·수월성 강화 관련 지침 등 30여 건은 일단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침은 모두 새 정부와 코드가 들어맞는 것이다.

 

교과부 교육분권화추진팀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당시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내린 초중등 교육관련 지침은 모두 60여 개 항목(중복 지침 제외)이었다.

 

교과부는 이 가운데 일부인 '초등학교 어린이신문 집단 구독 금지' 지침을 비롯하여 0교시와 야간 보충수업, 강제 보충수업, 우열반 편성 등을 금지하는 '학사지도지침' 등 모두 29건을 즉시 폐지하겠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이번에 폐지가 결정된 지침에는 사설기관 모의고사 금지, 우열반 편성 금지와 함께 교복공동구매 권장, 촌지 근절 계획 등도 끼어 있었다. 대체로 사회적 합의에 따라 마련된 지침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 이번 폐지 조치에서 제외된 지침 30여 항목 가운데에는 영어교육혁신방안·수월성교육종합대책 등 사교육 열풍과 교육양극화 심화 지적을 받아온 지침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과부는 존속하기로 한 지침에 대한 목록 공개를 거부했다.

 

2006년 11월에 당시 교육부가 만든 '영어교육혁신방안'을 보면 거점 초등학교 운영, 교사 연수 진행 등 일선학교와 교육청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내용이 많았다. 교과부 기준대로라면 똑같은 '자율성' 침해인데도 이 지침은 그대로 유지시킨 것이다. 더구나 이 방안에는 '수학·과학 등 일부 교과목 영어수업 촉진'이라고 적혀 있는 등 '영어몰입교육'을 강조하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수월성교육종합대책(2004년 12월)도 영재교육, 과학고 등 특목고 확대 방안과 함께 초등학교 독서교육 확대 내용을 담고 있다.

 

"청와대 '지침' 받아 '교육지침' 폐지" ?

 

현인철 전교조 대변인은 "청와대는 0교시와 우열반 확대 등 학교의 학원화 정책을 추진하고 싶었는데 기존 지침이 방해가 되었을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지침은 그대로 둔 채, 학생들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지침만 없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최진명 교과부 교육분권화추진팀장은 "원칙적으로 학교와 교육청의 역할을 교과부가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 따라 이번 자율화 계획을 내놓게 된 것"이라면서 "정권의 코드에 따라 지침 폐지를 선별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최 팀장은 "일단 급한 전봇대만 뽑은 것이니만큼 앞으로 내부 검토를 거쳐 추가로 지침을 폐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교과부#영어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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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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