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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다음날 먼동이 트는 시랑헌의 2008년 4월 12일 토요일 새벽
▲ 비가 걷히는 산동면 날씨 비가 내린 다음날 먼동이 트는 시랑헌의 2008년 4월 12일 토요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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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10대 절경 가운데 전남 구례군 산동면 수기리에 있는 수락폭포가 포함되어 있다. 나와 집사람이 수락폭포에 관심을 두게 된 동기는 우연히 만난 이과호씨와 인연 때문이다.

작년 추석 연휴부터 시작된 오두막짓기를 위해 민박집에서 치목을 하고 있을 때, 전기 대패소리를 듣고 한옥에 관심이 많은 이과호씨가 우리의 작업장을 방문하였다. 일에 열중인 나와 집사람은 이과호씨의 방문 사실을 몰랐다.

일오가 심히 짖으며 경계태세를 취한 후에야 누구의 방문을 알게 되었고 일오를 제지하였다. 아들과 동행한 이과호씨는 일오에게 놀라기도 하였지만 생김새가 돋보인 일오가 좋아 보였는지 일오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과호씨는 수락폭포 위 마을을 한옥마을로 지정받아 5채의 한옥을 지을 계획이라 한옥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우리가 민박하는 한옥 구경을 왔다가 전동공구 소리에 끌려 우리작업장에 들린 것이다. 관심사가 한옥건축이라 자연스럽게 우리는 많은 얘기를 하게 되었다. 이과호씨는 다음에 꼭 시간을 내어 수락폭포도 구경하고 자기의 한옥 건설현장도 방문해 달라는 인사말을 남겼다.

토요일 아침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전부터 날이 갠단다. 그러나 눈을 뜬 시각에는 비가 완전히 멎질 않았다. 나와 집사람은 언젠가 한번 가봐야 할 이과호씨 한옥단지라면 오늘이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이른 아침을 먹고 수락폭포를 찾아 나섰다. 같은 산동면이고 수기리라면 시상리와 인접한 마을이라 멀어야 5km 이내이다. 가벼운 기분으로 수락폭포를 찾아 나섰다.

산동면 소재지인 원촌마을에서 4km 거리인 수기리에 위치한 수락폭포는 하늘에서 은가루 가 쏟아지는 듯한 아름다운 풍치를 이룬다. 높이 15m의 폭포로 여름철이면 많은 부녀자들이 낙수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는데 신경통, 근육통, 산후통에 효험이 있다 하여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 수락폭포 산동면 소재지인 원촌마을에서 4km 거리인 수기리에 위치한 수락폭포는 하늘에서 은가루 가 쏟아지는 듯한 아름다운 풍치를 이룬다. 높이 15m의 폭포로 여름철이면 많은 부녀자들이 낙수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는데 신경통, 근육통, 산후통에 효험이 있다 하여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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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폭포의 안내판에 의하면 수락폭포의 총 연장 길이는 15m에 달하고 상부에 신선들이 모여서 바둑을 두었다는 신선대와 우측에 우뚝 솟은 '할미암'은 득남하지 못한 아녀자에게는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단다. 수락폭포는 여름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가 되면 많은 인파가 이곳 폭포수를 맞기 위해 몰리는 곳이다.

득남을 원하는 아낙내들이 치마에 돌을 담아 할마암 앞에 쌓아놓으면 사내아이를 낳은다는 구전이 전해오는 할마암
▲ 할미암 득남을 원하는 아낙내들이 치마에 돌을 담아 할마암 앞에 쌓아놓으면 사내아이를 낳은다는 구전이 전해오는 할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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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폭포는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항상 웅장하고, 폭포 주변지형이 항아리처럼 생겨서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에 판소리의 양대 산매 중의 하나인 동편제의 대가인 송만갑 국창이 득음하기 위해 수련한 장소로 유명하다. 요즈음도 국악 예비 명창들이 수련장소로 많이 이용하는 모양이다.

황산(697.2m) 아래에 있는 운봉읍 화수리 비전 마을은 고려 말 이성계의 황산대첩의 배경마을로도 유명하지만 국악인들에게도 판소리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동편재와 서편재와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나누어진다. 그 중에 운봉은 동편재의 뿌리다. 동편재의 창시자로서 판소리계에서 최고의 칭호인 가왕(歌王)으로 불리는 송홍록(1780년경~ 1863년경)명창과 국창 박초월(1916~1983)이 태어난 곳이 바로 이곳인 까닭이다.

박유전을 그 시조로 삼고 있는 서편재는 섬진강 서쪽인 광주, 나주, 보성 등지에서 많이 불렸다. 선천적인 성량에 의존하는 동편제(東便制)와는 대조적으로 서편제는 기교와 수식의 맛이 중요하다. 소리 한 꼭지를 몇 장단에 걸쳐 끌고 가다가 어떤 마디에 이르러 소리를 만들고 다시 끝을 맺는다. 발림이 많이 들어가고 연기적인 면이 강하다.

이 때문에 서편제는 정교하며 감칠맛이 있다. 대표적인 서편재의 판소리로는 <춘향가>의 '이별가', <심청가>의 '효성가', <적벽가>의 '사향가'가 있다. 박유전제는 박유전(朴裕全)의 호를 따 '강산제'라고도 하며 이날치, 김채만, 정창업, 정정열 등에 의해 전승되었다

'조용헌 쌀롱'의 기사에 의하면 득음의 경지를 두 가지로 표현하는데, 그 중 첫째가 모든 소리를 자유자재로 낼 수 있는 경지를 가리킨다. 새가 우는 소리,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바람 소리, 귀신이 우는 소리, 슬픈 소리, 기쁜 소리 등을 마음대로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요, 다음 둘째가 자신의 목소리가 폭포 소리보다 더 커서 폭포소리를 제압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고, 폭포 소리가 들리지 않는 가운데 자신의 소리만 듣는 것이 득음의 경지라는 것이다. 자신의 소리만 듣는다는 것, 즉 자신의 내면의 미세한 소리를 듣기 시작한 경지라는 것이다.

소리와 나를 일치시키는 경지에 이르는 장소
즉, 소리가 나이고 내가 소리인 경지
▲ 득음정 소리와 나를 일치시키는 경지에 이르는 장소 즉, 소리가 나이고 내가 소리인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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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폭포 가까이 올라가니 잘 어우러진 동백 숲에 흰 동백이 청초하다. 비 온 뒤끝이라 그 정도가 더한 것 같다. 폭포소리가 귀를 얼마나 멍하게 하는지 정신이 혼미하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내가 제일 잘 부르는 나훈아의 '영영'을 폭포를 향해 뽑아봤다.

잊으라 했는데
잊어 달라 했는데
그런데도 아직 난 너를 잊지 못하네!
아마 나는 너를….

황소 뿔 위에 앉은 파리가 자기 힘으로 황소를 움직인다고 빡빡 우기는 것 같은 엉터리 기분이다. 머쓱하여 돌아서는 나를 집사람이 미소로 감싸준다.

노래방만 같으면 절대로 기가 죽지 않을 텐데….

빈대떡에 막걸리라도 한잔하려고 했으나, 너무 이른 아침에다 비 온 뒤라 그런지 널브러진 쓰레기만 뒹굴지 음식점은 한곳도 문을 열지 않았다.

이과호씨 농장은 수락폭포만 오면 바로 찾을 줄 알았으나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고래 등 같은 한옥이 모인 마을은 보이질 않는다. 주변을 청소하는 아저씨에게 이과호씨를 물으니 그의 농장으로 통하는 입구를 알려준다. 입구에 들어서니 이과호씨 핸드폰 번호와 0.8km 이정표가 보인다.

벗꽃이 만개한 수락폭포의 입구곁으로 이과호씨 농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 수락폭포 입구 벗꽃이 만개한 수락폭포의 입구곁으로 이과호씨 농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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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잘못 들어 전화통화를 하고 난 후에야 이과호씨 농장을 찾아갔다. 우리가 보고자 했던 한옥은 아직 새워지지 않고 이과호씨는 매우 바쁜 일정으로 터닦기를 진행 중이었다. 2개월 정도 지나야 처음 한 채가 세워 질 계획이고, 이과호씨가 직접지을 것으로 기대했던 우리는 평당 450만원에 맡겼다는 이과호씨 말에 실망하였다.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달리 이과호씨는 수익성 있는 음식점과 곤충체험장을 설계하고 만들고 있었다. 바쁜 이과호씨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서둘러 우리 시랑헌으로 돌아왔다. 날씨는 완전히 개어 우리가 해야 할 나무심기 매우 좋은 날씨가 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 수락폭포 답사기



태그:#수락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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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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