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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벌놀이에 즐거운 어린이들과 조개잡는 할머니들 갯벌은 어린이들에게는 즐겁고 자연친화적인 놀이터이자 자연 학습장이지만 조개를 잡는 할머니들에게는 생계가 걸린 삶의 터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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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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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조개랑 고동이요."
"너무 재밌어요. 흙장난 물장난이랑, 조개도 잡고요."
엄마들이랑 같이 갯벌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의 표정이 즐거움으로 가득 넘쳐난다.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서해안 대부도 바닷가 갯벌에서다.
나이 4~5세의 아이들 네 명은 엄마들과 함께 온 개구쟁이들이었다. 손에는 작은 바다고동 몇 마리와 역시 작은 조개 한 마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그것만으로도 신나는 모양이었다. 남자 아이는 바지를 적시며 낮은 물속으로 텀벙텀벙 걸어 들어가기도 한다.
아이들의 놀이터로 갯벌만큼 좋은 곳이 또 있을까? 부드러운 갯벌에 꿈틀거리는 작은 생명체들을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흙과 물을 만지며 놀이를 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놀이터가 바로 갯벌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해맑은 웃음소리가 햇살 반짝이는 갯벌과 정말 잘 어울렸다. 아직은 썰물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닷가윗 부분만 갯벌이 드러난 상태였지만 아이들은 그저 마냥 즐거운 모양이었다.
아이들을 뒤로 하고 바다 깊숙이 길이 열리고 있는 갯벌 통로로 다가가자 저만큼 할머니들 세분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할머니들은 기다란 장화를 신고 조개를 잡으러 나온 참이었다. 그런데 아직 물이 많이 빠지지 않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는 세 분 다 70대 중반으로 얼굴에 쪼글쪼글 주름살이 깊었다. 바닷바람에 피부를 보호하려고 얼굴을 거의 덮는 수건을 쓴 할머니들은 이 지역에서만 30여 년째 조개를 잡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많이 못 잡아요. 이렇게 나와서 한나절 조개를 잡아봐야 그저 2~3만원 벌이도 힘들어요."
"옛날에는 소라도 많이 잡히고 조개도 많았는데 지금은 한 바구니도 어려워요."
할머니들은 손에 작은 바구니를 한 개씩 들고 있었다.
조개가 많이 잡히지 않아 수입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조개를 잡아 생계를 꾸려왔으니 그만 둘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단 몇 만원씩이라도 벌어야 용돈도 쓰고 손자손녀들 과자라도 사줄 수 있지 않느냐고 웃는다.
"옛날 같으면 이렇게 앉아 있으면 주변에 게와 망둥이들이 천지였는데 지금은 한 마리도 볼 수 없잖아요?"
할머니 한 분이 주변을 돌아보며 하는 말이었다. 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되어 갯벌에서 서식하는 조개며 게 같은 생명체들이 너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할머니들의 말이었다.
정말 그랬다. 70~80년대만 해도 갯벌이 드러나면 지천으로 꿈틀거리던 생명체들이 좀처럼 눈에 뜨이지 않았다. 모두 환경파괴와 무차별 남획 때문이었다. 그래도 갯벌은 사람들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하지 않고 마구 잡이로 잡아들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시 예전처럼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갯벌 자체가 보존되지 못하면 그런 회복도 기대할 수 없다. 서남해 바닷가에는 으레 펼쳐져 있는, 그래서 우리나라엔 너무나 흔한 갯벌, 그러나 이 갯벌은 다른 나라 해안에서는 결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갯벌은 바다환경을 지키고 생태계를 왕성하게 하는 바다의 보배 같은 존재다. 아이들의 친환경 놀이터가 되어주기도 하고 할머니들의 삶의 터전이 되기도 하는 갯벌은 잘 지키고 가꾸어야 할 우리의 자연유산이다. 후손들에게도 그대로 물려주어야 한다. 아직도 갯벌을 막아 간척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진달래꽃 섬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가 저 멀리서 할머니들의 조개 잡는 모습이 보였다. 근처에서 먹이를 찾던 갈매기 한 마리가 할머니들의 조개 잡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사람들이 몰려오자 끼룩거리며 날아간다. 햇볕 따사로운 서해 바닷가 갯벌 풍경이 갈매기의 날갯짓에 너울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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