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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례 당선자의 공천에는 불법이 없었다.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지난 15일 오전 여의도 남중빌딩 8층 친박연대 당사. '양정례 공천 파문'의 심각성 때문에 긴장감이 흘렀지만, 서청원 대표를 비롯한 친박연대 지도부는 단호했다.

 

전날 검찰이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 등 일부 비례대표 당선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겠다고 밝혔고, 친박연대 내부에서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얘기까지 흘러나왔던 터라 지도부가 사태를 수습할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 내용에는 사태를 수습할 방안도, 부실한 공천검증에 대한 사과도, 반성도 없었다. "배우자 재산신고 누락 등 일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안타깝다"(서청원 대표)는 언급만으로 면피하려고 했을 뿐이다.  

 

'결백'을 주장하는 친박연대 지도부들의 얼굴을 보면서 "이 정도면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유행어가 단박에 떠올랐다.

 

 

거짓으로 드러난 박사모 회장 경력, 누가 만들었나?

 

총선이 끝난 직후 당선자들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렇게 전광석화처럼 진행되는 것은 사실 드문 일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한 이명박 대통령의 복수'라는 정치적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검찰수사의 정치적 배경을 따지기 전에 비례대표 공천파동의 진원지로서 친박연대의 책임은 정말 무겁다. 왜 그런지, 몇가지 사례를 통해 따져 보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양 당선자의 경력은 '박사모 여성회장'이다. 박사모 여성회장이란 경력이 없었다면 무명의 양 당선자가 '비례대표 1번'을 꿰차기는 어려웠다는 게 당 내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오마이뉴스>가 단독입수해 보도한 바 있는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에는 양 당선자의 경력이 이렇게 기재돼 있다.

 

'현)박사모 여성회장, 현)새시대 새물결 여성청년 간사'

 

하지만 양 당선자의 박사모 회장 경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친박연대 비례대표 공천이 발표된 지난 3월 27일 '진짜 박사모 여성회장'인 김경희씨가 박사모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양씨가) 박사모 전 회장이었다고 하는데 나 이전에는 여성 회장도 없고 여성위원장도 없었다."

 

현재 박사모를 이끌고 있는 정광용 회장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7일)에서 "양씨가 박사모 회장을 사칭한 것"이라며 "회원으로 가입한 사실조차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친박연대측은 "여직원이 양씨의 후보자 이력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이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특히 친박연대측은 중앙선관위에 제출하는 서류에서는 '박사모 여성회장' 경력만 쏙 뺐다. 이러니 양 당선자를 비례대표 1번에 공천하기 위해 그의 경력을 위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연세대 법무대학원 졸업'과 '연세대 법학 석사'의 차이

 

또한 앞서 언급한 친박연대의 자료를 보면, 양 당선자가 연세대를 졸업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이것도 허위사실이지만, 양 당선자의 최종학력인 '연세대 대학원 졸업'을 잘못 적은 것이라고 너그럽게 이해하자.

 

그런데 정당에서 제출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중앙선관위의 후보자 정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졸업(법학 석사)'

 

친박연대가 '연세대 대학원 법학 석사'를 양 당선자의 최종학력으로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것이다. 이는 양 당선자가 마치 일반대학원에서 논문까지 작성하고 석사학위를 받은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양 당선자가 다닌 연세대 법무대학원은 논문작성이 필요없는 특별대학원이다. 좀 거칠게 표현하자만 '경력쌓기용 학력'이라는 얘기다.  

 

이런 사실을 의식해서인지 양 당선자도 지난 14일 기자들과의 첫 대면에서 "오해가 있었다"며 "정확히 연세대 법무대학원을 졸업했고 경영법무가 제 전공"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한 기자가 "선관위에는 '법학석사'라고 기재해서 일반대학원을 졸업한 것처럼 돼 있다"고 지적하자 양 당선자가 이렇게 답변했다.

 

"저는 그렇게('법학 석사'라고) 기재한 적이 없다. 연세대 법무대학원을 졸업한 것으로 기재했다."

 

결국 양 당선자의 '연세대 대학원 법학 석사' 학력도 친박연대의 '의도적 실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서청원 대표도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양 당선자가 연세대 대학원 석사이고, 복지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우리 당 비례대표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한 바 있다.

 

뒤늦게 내세운 '양정례=사회복지전문가'도 옹색하다

 

친박연대는 박사모 회장 경력 등이 허위로 드러나자 양 당선자가 '사회복지전문가'라는 점을 적극 내세웠다.

 

김진우 친박연대 조직국장은 양 당선자의 발탁 배경에 대해 "우선 젊고 성실하다"며 "사회복지전문가이고 특히 기존 정당에서 활동을 안했다는 점이 타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들에 비해 신선할 수 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 당선자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공한 분야는 사회복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지난 2003년 안양대 관광경영학과(97학번)를 졸업했고, 지난해 졸업한 연세대 법무대학원에서는 '경영법무'를 전공했다.

 

물론 친박연대는 양 당선자가 건풍사회복지회 연구관을 지냈다는 점을 사회복지전문가의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건풍사회복지회는 그의 모친이 세운 사단법인이고, 어린이집 위탁경영(1곳)을 빼고는 별다른 실적이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건풍사회복지회는 어린이집 위탁 운영과 노인급식 지원에 대한 계획서를 내긴 했지만 실적보고는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한다. 즉 '실체'는 있지만 '실적'은 거의 없는 사회복지단체라는 것이다. 

 

친박연대의 한 인사는 "건풍사회복지회가 어린이집 한 곳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것 외에 하고 있는 활동이 있냐?"고 반문하면서 "보통 세금을 안내기 위한 수단으로 복지단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헤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친박연대측이 뒤늦게 '양정례=젊은 여성 사회복지전문가'를 내세우는 모습은 아무래도 옹색해 보인다.  

 

수십억 특별당비설까지 나돌아... 3김시대로 퇴보하는가?

 

양 당선자가 배우자의 재산신고를 누락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지만, 역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역시 고액의 특별당비 납부 의혹이다. 

 

양 당선자는 지난 14일 "당이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는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별당비를 냈다"고 말했다. 이후 친박연대측은 "양 당선자가 1억100만원을 특별당비로 냈다"고 그 액수를 전격 공개했다.

 

하지만 친박연대 안팎에서는 '수십억 특별당비설'이 파다하다. 심지어 양 당선자의 모친인 김순애씨가 친박연대 고위인사의 부인을 통해 30억원의 특별당비를 건넸다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특별당비 수십억원설'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것은 앞으로 검찰조사에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친박연대 한 최고위원은 "20억원의 특별당비를 요구하며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해 고액 특별당비설이 단순한 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양 당선자의 공천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이 '급조된 정당의 사당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그 속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3김정치를 넘기 위해 노력해온 한국정치가 다시 3김시대로 퇴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성급한 우려까지 든다. 


태그:#양정례, #친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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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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