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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저지할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 앞서 방통위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를 봐야겠지만, 한나라당이 과반 이상이 될 때 한나라당 동의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지 않겠는가. 또 한나라당이 과반의 힘으로 밀고 갈 때 무슨 수로 저지할 수 있겠는가.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다 쓸 것이다. 비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슨 근거가 있는 것일까?

 

"미디어 관련 주요 쟁점은 거의 모두가 입법사항이다.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비관적인 것 아닌가.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이 다 반대하고 있다. 자유선진당까지도 한나라당의  언론정책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이 넘는다는 이유로 강행하려 한다면 이는 1당 독재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과반의석을 갖는다고 해서 모든 정책을 입맛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지난 정권 때도 그러지 않았느냐. 한나라당이 100석 조금 넘는 의석이지만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려 했던 4대 입법을 저지하지 않았느냐.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겠지만, 지금 한나라당이 그리고 있는 그림대로 강행하겠다면 이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강한 반발을 살 수밖에 없고, 우리로서도 퇴로없는 전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 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 중에서도 절반은 지방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그리고 있는 미디어정책을 그대로 관철시켰을 때 지역신문, 지역방송이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나라당 지역 의원들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부분에서 필요한 부분은 대화도 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할 것이다."

 

"6·7월에 총파업, 타부분과 연대에 공들였다"

 

- 어제(4월 3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는데. 

"중앙위원회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기능들을 비대위로 가져왔다. 총파업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과 절차에 대해서 간략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비대위 전환이 무슨 의미냐 이렇게 묻기에 '행동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렇게 답을 했다. 성명서나 기자회견, 기사를 통한 여론 환기 외에 직접적으로 행동하겠다는 선언이다. 근 20년 만에 실질적으로 전체 언론노동자들이 실력행사를 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언론노조가 총파업을 벌인 것은 11년 전이다. 김영삼 정부 말기 노동법 날치기 통과 때 언론노조는 총파업을 선언했다. 언론계는 물론 노동계도 노동법 문제로 언론사들이 총파업을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했다. KBS와 MBC가 총파업에 전면적으로 결합했다. 방송사 앵커들은 노동법 철회를 요구하는 리본을 달고 방송했다. 언론노조의 파업은 다른 분야의 파업에 기폭제가 됐다. 김영삼 정부는 결국 이 노동법을 철회했다.

 

- 유동적일 수 있겠지만, 총파업을 6·7월 중에 할 수 있다고 예고했는데, 시점을 그렇게 잡은 이유가 있는가.

"7월 초순 정도에 총파업 결의를 하지 않겠는가 싶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미디어 관련 사항은 대부분 입법사항이다. 총선 끝나고 원 구성 후에 9월 정기국회 때에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겠는가. 이렇게 본다면 6·7월 중에 공청회 등을 통해 법안의 내용이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우려하는 대로 지금 구도대로, 시나리오대로 강행하려 한다면 무조건 막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6·7월로 잡은 것이다."

 

-언론노조 집행부의 의지는 그렇더라도 과연 각 언론사 노조에서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은 공을 들이고 준비를 해온 게 있다."

 

무슨 비장의 카드라도 준비해둔 것일까.

 

"다른 공공부문과의 연대,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위해 그동안 상당히 공을 들여왔다. 언론 부분만으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을 저지하는 게 쉽지 않다고 본다. 다른 공공부문과 연대를 해야 힘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이런 법안들의 문제와 예상되는 폐해에 언론계 내부뿐만 아니라 공공 부문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오랫동안 해왔다. 공공 부문 등에서도 왜 이 정부가 언론 쪽을 제일 먼저 손을 대려는지 충분한 이해가 돼 있다고 본다. 방송 쪽이 순치되고 정부 정책에 협조적인 상황이 되면 의료보험 문제라든지, 교육의 시장화 문제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공감대가 돼 있다. 결코 언론부문만의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공공 부문이 먼저 터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5일 초중등 교육 자율화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공기업 '개혁'부터 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마디로 동시다발적이다. 공공성과 시장주의와의 일대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순서야 어찌 됐든 흐름은 최상재 위원장의 진단처럼 가고 있다. 어쩌면 더 자연스런 연대가 이뤄질 수도 있겠다. 문제는 언론계 내부의 동력이다.

 

"내부적으로도 지역에서 동력을 만들고 있다. 지역방송 지역 신문들이 지금도 가장 어려운 처지이고, 시장 논리에 따른 언론정책을 관철 시켰을 때 가장 먼저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이 바로 지역 언론이다. KBS나 MBC도 자체적으로 충분히 동력을 갖고 있지만, 20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중앙에서 지역이 아니라, 지역에서 중앙으로 그 역량이 올라올 것이라는 점이다."

 

- 공공부문과의 연대나 지역에서의 절박한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축은 KBS나 MBC가 아닐까 싶다. 언론노조의 경우도 그렇고 KBS노조의 경우 내부 균열로 혼란스런 상황이 있었고, 또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지 않는가.

 

언론노조는 지난해 내부 진통으로 홍역을 앓았다. KBS 출신 새 위원장이 선출됐지만, 터져 나온 회계부정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큰 갈등을 빚었다. 결국 언론노조 위원장은 선출 몇 개월 만에 사퇴했다. 그 어려운 시기에 언론노조의 책임을 맡은 사람이 바로 지금의 최상재 위원장이다. 그는 SBS노조 위원장 출신이다. 민영방송 출신이 언론노조 위원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론노조와 KBS노조는 이 사건 등으로 최근까지도 '불편한 관계'가 지속됐다.

 

"수습 단계에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내부의 갈등이 비단 지난해의 일만은 아니었다고 본다. 상당한 기간 동안 내재해 있던 갈등이 지난해 회계부정사건을 계기로 표출됐던 것 같다. 지금은 공동의 적이라고 할까, 적이 나온 상황에서 과거에 크게 보였던 갈등이 작아지는 측면이 있다. 지난 2월 달에는 KBS에서 중앙 집행위원회를 열었다. 아직도 여러 가지 불신이 남아있지만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미디어 정책을 관철시키려 할 때는 같이 싸워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아래로부터, 조합원들이나 사원들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집행부들의 갈등 같은 것은 수습될 수 있다고 본다."

 

정연주 KBS 사장 문제에 대해 물었다. KBS노조는 오래 전부터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요구해 왔다. 대선 이후 KBS노조의 사장 퇴진 요구는 조중동에 의해 증폭되면서 복잡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우려되는 점은 바로 이런 점이다. 방통위원장도 이미 정치적인 편향성을 보인 분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이명박 캠프 선거대책위원회의 상임고문을 맡았던 분이다. 대통령과 정치적 입장을 같이 한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공언했던 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KBS 사장까지도 정치권에 발을 담갔던 사람이 다시 들어왔을 때 과연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정연주 사장에 대해 왈가왈부가 있는데, 방송협회장으로서 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데 제 역할을 못했다는 점에서는 우리로서도 불만스러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퇴진 문제는 본인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라고 본다. 개인 정연주의 문제가 아니다. KBS 사장 정연주일 뿐만 아니라 방송 전체의 위상과 관련된 문제로 돼 있기 때문에 나가라, 나가지 말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지난 10년이 언론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편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성명서나 기자회견만으로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고, 언론사별로도 노조의 위상이 강화돼 최소한 사측에서도 노조의 입장을 경청하는 모습은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절을 갔다." 앞으로는 고난의 길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초심을 되살리는.

 

"힘들더라도 언론인으로서 첫발을 내딛었던 때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명박 정부가 일방통행 식으로 상당히 독재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언론의 독립성이 상당히 위기 국면을 맞은 상황에서 언론 구성원들이 다시 한 번 언론이 무엇인지, 언론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 같다. 저 자신부터 그렇다."

 

참여정부 실책은 한미FTA... 이명박 정부 "6년 된 듯"

 

이제 마무리를 할 때가 됐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6개월은 된 듯 한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도.

 

"6년은 된 것 같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6개월이 아니라, "6년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위기의 농도가 짙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공과가 있지만 가장 큰 실책은 한미FTA를 추진한 것이다. 2005년에서 2007년은 언론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 언론을 포함해 공공부문에서 근본적인 개혁의 틀을 잡아야 하는 시기였다. 지금 우리가 어렵게 맞고 있는 방통위원회라든지, 신문 시장 정상화라든지 그럴 수 있는 힘도 있었고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시기를 실기했다. 한미FTA를 추진하면서 정부 자체도 그런 개혁을 할 수 있는 동력을 잃어 버리고, 시민사회도 한미FTA 반대에 집중하다가 각 부문에서 개혁동력을 제대로 모으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을 놓쳐 버렸다. 지금에 와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꼴이 돼버렸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을 내세웠으면 실질적으로 실용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구호만 실용이지 실질적으로 전혀 그에 부합하는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 인사 문제도 인사 문제지만 정책에서도 과연 실용인지 의문이다. 실용이라면 좌우의 이념의 대립을 떠나서 현실적으로 어떤 게 가장 효율적인가를 끊임없이 설득하고 최소한 중간 정도의 사람들을 최대한 결집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말만 실용이지 실질적으로 상당히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 이렇게 가면 갈등만 증폭시키고, 실질적으로는 결과를 만들지 못하고, 결국 국민들만 힘들게 만들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 준비가 안 된 정부라고 하지만, 지금 정부가 더 준비가 안 된 정부인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나갈 것인지, 큰 틀에서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해 큰 흐름을 놓친다면 결국 불행한 정권이 되고 말 것이다."

 

노무현 정부보다 더 준비가 안 된 정부라…. 어떻게 해야 하나. 다시 물었다.

 

-대화할 용의는 있는가?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정해놓은 목표를 놓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 진심으로 대화하겠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면 못 만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이미 결정을 해놓고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인 듯하다."

 

대화는 멀어 보인다. 그렇다면 그 귀착점은…. 결국 '전쟁'일 것이다.

 

- 지난해 참 어려운 때인데, 어떻게 위원장을 맡게 됐는가. 쉽지 않았을 텐데.

"다른 대안이 없었던 것 같다.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누구든지 그런 상황에서 발을 빼면 비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내가 인생 전체를 다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고. 나 말고 책임져야 할 사람도 많이 있는 것 같은데 꼭 나야 하느냐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응답해 왔기 때문에 맡았다. 개인적으로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모든 언론사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제작 현장에서 어쩔 수 없는 큰 벽을 느낀 적이 많았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기여할 수 있으면 기여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좋은 시절 보내는 사람 따로 있고, 어려운 때 힘든 일만 맞는 사람 따로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운명이라고나 해야 할까. 아니면, 결국은 자신의 선택일까.

 

- 주변에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돌아갈 수는 있겠는가.

 

머뭇거리지 않았다.

 

"나올 때 그랬다. 돌아가지 않겠다, 돌아갈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각오까지 한다고 말했다."

 

- 회사 후배분들 뭐라고 하는가.

 

그의 안위에 대한 후배들의 생각을 가볍게 물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요즘 쟁점들에 대한 후배들의 생각을 물은 것으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만큼 열중해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사실 제일 우려되는 것이 각 방송사는 방송사들끼리, 또 유료방송은 유료방송들, 방송과 신문, 서로 이해관계가 엄청나게 복잡해졌다. SBS만 하더라도 신문 방송 교차소유, 방송광고공사 문제 등에 대해 시각과 입장이 아주 다양하다.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길게 봐서 언론인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렇게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이룰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상당한 시간 동안의 논의가 필요한 것들일 것이다. 월급을 많이 받든 적게 받든 언론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사회적으로 대우받고 신뢰를 받자면 적어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상당한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야기를 해보자. 필요하다면 개인적인 희생이라도 보여주겠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노동운동 분화... 느리더라도 같이 가야

 

이야기가 나온 김에 물었다.

 

- 언론노조 운동이 현장의 흐름과 괴리돼 있는 것은 아닌가.

"노력이 미흡했던 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환경이 바뀌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사회도 굉장히 다양해지고, 노동조합 내부도 상당히 복잡해졌다. 이념의  스펙트럼도 예전보다 크게 넓어졌다. 오른쪽부터 왼쪽까지 다 노동조합에 들어와 있다. 언론노조의 혼란도 그런 것의 반영이라고 본다.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내부의 이해갈등 관계를 어떻게 조율해내고 최대 공약수를 얼마나 크게 만들어 나가느냐가 주된 과제라고 본다. 언론노동조합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지금은 "(타는) 말이 조금 느리더라도 같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말을 타는 것보다는 말을 묶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 부인이 걱정하지는 않는가.

"걱정하지 않는다. 고생 적게 하는 방법은 빨리 들어갔다 나오는 게 편하지 않겠느냐고 하더라."

 

서로 웃었다. 웃을 일이 아니지만, 웃음이 나오는 것을 어쩌랴.

 

이명박 대통령과 집권세력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것인 만큼 그 기세가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하나 정도는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기세가 높을수록, 일방적일수록, 그 저항도 클 것이라는 점을. 물리의 법칙이자 자연의 법칙이다.

 

언론노조와 최상재 위원장은 본의 아니게 그 최전선에 서 있다. 아마도 그 전선의 향배를 가르는 바로미터가 될 것 같다.

 

그를 만나 본 사람들은 안다. 그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온화해 보이지만, 흔들리지 않을 바위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그는 농부의 천성을 갖고 있다. 작은 농사이기는 하지만 실제 농사를 짓는 '농부'다. 그의 집은 파주다.

 

"조그만 텃밭이 있어서 땀을 많이 흘리려 노력한다. 정말 힘들 때 그것이 위안이 된다. 그것을 갖고 노동이라고 하면 진짜 노동하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농사짓는 재미가 있다. 내가 노동자라는 생각도 끊임없이 가질 수도 있어 좋다. 땅도 파고 땀도 흘리고 작물도 키우는 재미도 있어 스트레스도 빼고 알코올도 빼는 데는 아주 좋다."

 

그의 텃밭은 30여평 정도 된다. 결코 작지 않은 텃밭이다. 10가구 정도는 먹여 살릴 수 있는 규모다. 농사짓는 것도 30여 가지는 된다. 참외, 수박, 땅콩, 고추 등 여러 가지를 두루 하고 있다. 배추농사는 꽤 실하게 키우고 있다. 기술도 늘었다. 무농약에 거름도 퇴비로 하는 순 유기농법이다.

 

"올해는 물가가 많이 오를 것 같다고 해 동네에서도 관심이 많다."

 

언제 한 번 놀러가겠다고 했다. 올 가을에 배추 몇 포기라도 얻어야 겠다는 괜한 욕심부터 난다. 올 가을이 끝날 무렵, 그와 함께 텃밭에서 실한 배추 몇포기라도 평화롭게 뽑을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 그렇게 해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가 짓는 또 다른 농사가 올 가을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태그:#최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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