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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삼성의 불법비자금 조성과 전방위적 로비활동에 대한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당시 보수 신문을 비롯해 경제 5단체는 '삼성이 흔들리면 나라가 망한다'라는 상투적인 경제위기론으로 사안을 왜곡하고,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이후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구성돼 수사를 했고 17일에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수사 결과, 이 회장 등이 수천억 원대의 조세 포탈과 배임을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그룹의 핵심 임원 10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고, 비자금 조성과 불법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리했다. 그간 끊임없이 '봐주기 수사' 논란을 일으켰던 특검이 사실상 '삼성의 시나리오'대로 결과를 마무리 지은 것 아니냐는 유감의 목소리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비자금 사건을 어떻게 보도하는가는 언론이 거대 자본권력으로부터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해내는지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삼성'이라는 리트머스 시험지에 언론이 '성역 없는 비판'으로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2007년 11월 1일부터 2008년 4월 15일까지 방송 3사의 삼성과 관련한 시사프로그램을 모니터했다.

 

KBS는 자사의 다양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총 41건이라는 가장 많은 양을 보도했으며, MBC도 9건의 심층적 탐사보도를 냈다. 그러나 SBS는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해 일절 다루지 않았다. (<표 1> <표 2>참고)

 

 

KBS, 다양한 접근으로 '삼성 비자금 의혹' 전달

 

KBS는 '삼성 비자금 의혹'을 시사고발·미디어비평·심층취재와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생방송 시사투나잇>은 35건의 관련 방송을 해 단연 돋보였다. 주 4회 방송이라는 특성을 차치하고서라도, <생방송 시사투나잇>은 모니터 기간 중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있는 그대로 꾸준히 전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 포커스>는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해 유독 몸을 사리는 일부 신문들과 <중앙일보>에 일침을 가했다. 기업과 언론의 부적절한 공생관계가 언론의 침묵과 몸 사리기로 이어지는 뼈아픈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용기 있는 비판이었다.

 

이밖에 KBS <추적60분>은 '두 번째 고백, 그들의 이름을 공개한 이유는?'(07/11/14)에서 자체 여론조사를 해 국민들의 80%가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을 믿고, 74%가 특검을 통한 실체 진실을 원한다며,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시사기획 쌈>은 '삼성의 나라, 두 얼굴의 진실'(07/11/26)을 통해 '초일류기업 삼성'의 이면에 있는 부조리한 '또 하나의 삼성'을 알렸다.

 

<취재파일 4321>은 삼성가의 미술품에 대해 깊이 있게 파헤쳤다. '삼성家 그림창고?'(08/01/20)에서는 삼성가가 비밀리에 미술품을 모은 장소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 있다고 밝혀냈고, 3월 30일 '여전한 의혹, 삼성 미술품' 편을 통해 미진한 특검 수사를 비판했다. '삼성, 내부 고발자와 위험한 줄타기'(07/12/02)에서는 '인재경영' 삼성이 뽑은 인재들이 삼성 내부의 비리와 모순을 고발하는 현실을 카메라에 담았다.

 

MBC, 끈질기고 깊이 있는 접근으로 돋보인 'PD저널리즘'

 

MBC는 <뉴스후>와 <PD수첩>에서 '삼성 비자금 의혹'을 끈질기고 깊이 있게 전달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뉴스후>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기자회견이 있던 바로 그 주부터 3주 연속 '삼성 비자금 의혹'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뉴스후>는 첫 주에는 '삼성 비자금 의혹'이란 사안이 20년 전 정치 민주화의 물꼬를 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움직일 만큼 심각한 사안임을 알렸다.

 

다음 주에는 2005년 불법도청과 ‘검찰 떡값’으로 본질이 가려진 X파일 사건을 재조명해 삼성의 비리 의혹을 되짚었으며, 마지막 편에서는 삼성과 삼성이 아닌 사건을 대하는 사법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지적하며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PD수첩>은 <뉴스후>보다 더욱 치밀한 PD저널리즘을 보여줬다. 사안을 심층취재함은 물론 새해 첫 방송에서 '삼성 비자금 의혹'을 '경제 민주화' 의제로 끌어올려 화두를 던졌다. <PD수첩>은 '김용철 VS 삼성 나를 구속하라'(07/11/06)를 시작으로 '핵심은 삼성이다'(07/11/13), '핵심은 이재용이다'(07/11/20), '상속의 모든 것, 삼성-1부'(08/01/08), '김용철과 사제단, 삼성 특검을 말하다'(08/03/11)를 연속적으로 방송했다.

 

SBS, 삼성관련 고발 시사프로그램 전무

 

SBS는 모니터 기간에 단 한 건의 삼성관련 시사프로그램도 방영하지 않았다. 자체 시사프로그램이 적은 이유도 있겠지만, <뉴스추적> <그것이 알고싶다>와 같은 SBS 간판 시사프로그램에서조차 삼성의 비자금 사건을 다루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고백을 한 이후, 삼성 비리의혹은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였다는 점에서 SBS의 행태는 언론이기를 포기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삼성 비자금'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가 '역시나'로 끝났다. KBS와 MBC가 자사의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삼성'이라는 거대 권력과 우리 사회의 문제를 심도 있게 짚은 데 대해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박수를 보낸다. 반면 SBS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태그:#민언련,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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