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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책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 양철북

"'내가 이렇게 일하는 것은 아이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예요' '어서 대출금을 갚아 자식들에게 얼마라도 남겨주고 싶어요' 사실 부모 자신과 시간을 자식들에게 주는 것에 비하면 '아이들을 위해' 일하거나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는 것, 다시 말해, 돈으로 아이들의 사랑을 사는 것은 훨씬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유산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원합니다. 그것도 나중이 아니라 바로 지금 말이죠."

 

책의 겉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말이다. 작년 한 해 아이를 위해 돈을 조금 더 번답시고 맞벌이에 나섰던 나로서는 무척이나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한 해 동안 조금 더 돈을 모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아이를 두고 일을 하면서 우리 아이가 엄마를 굉장히 원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년기에 엄마와 함께 보내야 하는 소중한 시간을 뺏겨버린 아이는 어떤 심정일까? 책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절실히 필요함을 역설한다. 비폭력과 단순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브루더호프 공동체 설립자 에버하르트 아놀드의 손자인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가 쓴 이 책은 부모와 교사들의 사고가 바뀌어야 이 세상의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음을 말한다.

 

저자는 돈이나 여러 물질적인 것들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며 부모들은 당연히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앞날을 계획하며 살아야 한다고 전한다. 그러나 결국 아이들에게 평생 남는 것은 물질적인 것들이 아니라 부모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함을 강조한다. 부모들은 더 많은 월급이나 더 나은 직장 또는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올 때마다 너무 쉽게 이 사실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많은 중산층 사람들이 쉽게 범하는 오류가 무엇일까? 중산층 사람들은 대개 일을 우선으로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산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너무나 많은 중산층 부모들이 일에 매달리는데 이는 아이들과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일주일에 40~60시간 일하는 데서 당장은 더 쉽게 만족을 얻기 때문이다.

 

규정과 목표가 잘 짜인 조직에서 성공하는 것이 가정을 잘 꾸려나가는 것보다 더 쉽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부모들은 아이를 양육하며 힘들게 하루를 보내기보다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거나 고객을 만나면서 자기 성취를 이루어 나가는데 더 기쁨을 느낀다. 저자는 이런 현대인들의 사고와 생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왜 우리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장애물과 문제는 빨리 발견하면서 기쁨은 쉽게 놓쳐 버리는 것일까? 왜 우리는 고통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데는 열을 내면서 자녀 양육에 반드시 뒤따르는 어려움을 받아들이기는 꺼리는 것일까? 왜 우리는 자녀 양육의 힘든 부분은 어떻게든 회피하려 하면서 아이들이 우리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는 어쩌면 그렇게 어두운 것일까?"

 

이런 의문들을 보면서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나 또한 내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밖에 나가서 일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판단 아래 1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돌보는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너무 쉽게 그 시간을 버리려 했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지금은 다시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고 힘이 좀 들어도 이 상황이 옛날보다 더 행복하단 생각이 든다. 돈벌이야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을 하든지 할 수 있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 순간이 지나가 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는 일은 '최고의 투자'라고 말한다. 아이를 훈계하고 가르치며 양육하는 것은 결코 편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만큼 보람된 일도 없다. 저자의 말처럼 양육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성취감을 주는지 모른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정말 화가 나는 날도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도 온다. 이런 순간에도 어린 아이는 모든 것을 올바르게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준다.

 

경제적 여건상 일을 해야만 하는 엄마 아빠라면 책에 나오는 이런 말들을 명심하며 아이에게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필요하다.

 

"많은 것들은 우리를 기다려 준다. 하지만 아이들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의 뼈는 단단해지고 있고, 피는 만들어지고 있으며, 감각은 발달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우리는 '내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들의 이름은 '오늘'이다."

 

할 수 없이 오늘 일터에서 바쁘게 돌아와 아이와 잠깐만 마주칠 부모라면 '오늘'이라는 이름의 아이와 함께 아낌없는 사랑을 나누어 보자. 아이가 자라는 것을 옆에서 바라보고, 아이의 인격이 점점 성숙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될지 호기심을 갖고 기다리는 기쁨은 하늘에서 준 가장 큰 '부모'의 선물이 아니던가.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지음, 전의우 옮김, 양철북(2007)


#자녀교육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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