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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쪽을 막아놔서 상가가 아니라 창고인 줄 알아. 들어와도 살 게 없어 도로 나가버려…."

'유성장옥'에서 2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양영희(55)씨의 탄식이다.

유성장옥은 대전시 유성구 장대동 재래시장 한복판에 위치한 현대식 상가건물이다. 유성구청은 지난 2006년 3월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기존의 낡은 상가를 헐고 연면적 790㎡, 지상 2층 규모로 재건축 했다. 당시 많은 이들은 100년 전통 5일장 '유성시장'이 상설기능을 갖추게 되어 침체된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이곳 상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기대와는 달리 장사가 너무 안 되기 때문이다. 총 25개의 점포 중 현재 4군데가 비어있다. 남아 있는 가게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

"장사가 안돼서 나가는 사람들이 무지하게 많아! 간판도 계속 바뀌고…."

이곳에서 상회를 운영하는 조옥연(57)씨는 가게 안에 있기보다는 밖에서 야채를 파는 시간이 더 많다. 상가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오질 않아서다. 장날이라고 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일 오후의 한가한 유성장옥 내부, 곳곳에 비어있는 점포들이 눈에 띈다.(08. 4. 10)
 평일 오후의 한가한 유성장옥 내부, 곳곳에 비어있는 점포들이 눈에 띈다.(08. 4. 10)
ⓒ 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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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은 건물구조를 가장 먼저 지적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길로 가게출입구가 트여있지 않아 그냥 지나치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출입구와 도로 쪽은 평상시에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어 사람들의 출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왜 이렇게 소비자들의 동선과 맞지 않은 구조로 지어졌을까?

이곳을 담당하는 유성구청 송은정씨는 "원래는 가게출입문이 바깥쪽으로 트일 예정이었는데 중앙통로로 사람들이 다니지 않을 것을 우려한 상가 안쪽 가게들이 반대했다"며 "결국 이 의견이 반영되어서 지금의 구조가 된 거다"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건물구조 변경에 대한 민원이 끊이질 않아 구청에서도 이 사안에 대해 검토 중이었다. 하지만 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지었는데 불과 2년 만에 재공사하는 것은 예산확보 등의 문제로 쉽지 않다고 한다.

유성장옥의 외부. 길가 쪽이 막혀있어 상가라기보단 창고의 느낌이 강했다. (08. 4. 10)
 유성장옥의 외부. 길가 쪽이 막혀있어 상가라기보단 창고의 느낌이 강했다. (08. 4. 10)
ⓒ 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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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성장옥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절반 이상의 점포가 그나마 장사가 되는 식당으로 바뀐 것이다. 이렇다보니 '상설시장화'라는 원래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와도 살게 없는 곳으로 전락한 것이다.

유성장옥은 장날에 와도 딱히 살 게 없다.(08. 4. 14)
 유성장옥은 장날에 와도 딱히 살 게 없다.(08. 4. 14)
ⓒ 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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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구조도 문제지만 과일, 야채, 생선가게 등의 입점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구청은 유성구민에게만 영업이 허가되는 지금의 규칙을 수정하려고 검토 중이다. 뜻만 맞으면 타 지역의 상인들에게도 영업을 허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성장옥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선 유성시장 전체가 활성화되어야한다. 전통 5일장의 특색을 보전하면서 상설화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성장옥과 같은 현대식 상가도 몇 개 더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시장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하기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또 유동인구가 적은 이곳의 특성상 투자한 만큼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구청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는 지금, 상인들의 한숨은 늘어만 간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아하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유성장옥, #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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