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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이었던 지난 토요일 오후, 강화군 읍내는 학교를 마친 중·고등학생들로 가득했다.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제주도가 고향이었던 대학친구가 떠올랐다. 평소에 관광지에 사는 사람들은 행운이라고 생각했기에 부러워했던 친구다. 수많은 역사유적과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한 이곳 아이들에게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관광지에 살아서 어떤 점이 좋은지 묻게 되었다.

 

"좋긴 뭐가 좋아요. 우린 갈 데도 없는데…."

 

예상 외의 대답이었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여긴 관광의 명소 강화군이 아닌가?

 

"영화관도 없어요. 영화를 보려면 버스 타고 김포나 인천으로 나가야 해요. 옷이나 신발을 살 때도 마찬가지고요. 여긴 맘에 드는 옷도 없고, 세일도 안 해요."

 

20여 명의 중·고등학생들을 취재해본 결과 대부분 같은 불만이었다. 문화공간은커녕 갈만한 곳조차 없다고 했다. 실제로 읍내를 돌아다녀 보니 청소년들이 갈만한 곳은 간간이 보이는 노래방과 PC방이 전부였다.

 

"그럼 주말엔 뭐하고 놀아?"

"친구들이랑 읍내를 돌아다니다가요, 노래방을 가거나 PC방을 가거나… 그게 다예요. 여기선 진짜 할 게 없어요. 뭘 하든지 간에 강화 밖으로 나가야 해요."

 

취재를 하는 동안 만났던 학생들을 또 만나고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정말 할 게 없어서 거리만 배회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공간이나 행사도 제대로 갖춰졌을 리 없었다. 그나마 읍내 외곽에 청소년수련관이 있지만, 이곳 역시 아이들에게 외면받고 있었다. 학생들을 위한 댄스스포츠나 과학교실 등이 운영되고 있으나 초등학생 위주로만 참여가 이루어진다. 그나마 청소년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영화상영도 저작권법 때문에 최신영화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사실 강화군은 행정구역이 말해주듯 엄연한 농촌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한 예로 몇 년 전 소규모의 영화관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인근도시의 대형영화관을 선호하였고, 결국 얼마 못 가 문을 닫게 되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대형쇼핑몰 역시 강화군의 시장규모로는 운영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강화군은 우리 역사의 소중한 흔적이 담긴 관광의 명소다.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이 오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강화군의 미래인 지역 청소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자란 아이가 지역에 대해 얼마나 애착을 가질 수 있을까? 나중에 몇 명이나 강화군에 남아 있을 것인가? 기본적인 시설도 마련해주지 않고 무책임한 기대를 하는 건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당장 한 명의 관광객이라도 더 그러모으기 위해, 여관 하나를 더 짓고 도로 하나를 더 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여가·문화공간의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태그:#청소년여가문화, #강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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