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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학생에게만 편중된 수월성(잠재능력향상)교육이나 서열화 된 학교체제를 지지하는 수월성교육 방법은 세계의 교육방향과 매우 다른 모습"이라는 내용의 국책연구기관 보고서가 처음으로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 고형일)은 최근 펴낸 <세계의 수월성교육-범재를 인재로 길러내는 지구촌 수월성교육 탐사 보고서>(단행본 566쪽)라는 책의 결론 부분에서 이같이 밝힌 뒤 "수월성은 모든 학생에게 형평성과 다양성이 보장되는 방법으로 교육이 되었을 때 최고의 성과를 낸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은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교육계에서 수월성 교육 명목으로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전면 확대 움직임을 나타내는 모습과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KEDI는 보고서에서 핀란드, 미국,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일본 등 세계 11개국의 교육정책을 분석한 뒤 "세계의 교육실천에서 우수성은 수월성교육의 결과이며 형평성과 다양성은 수월성 교육의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KEDI "학교 따로 만든다고 수월성교육 되는 것 아니다"

 

보고서를 집필한 김미숙 KEDI 영재교육센터소장은 지난 22일 전화통화에서 "우수학생을 위한 학교를 따로 만든다고 수월성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고 세계가 선택하는 방법도 아니다"면서 "핀란드, 프랑스, 미국 등 세계 각국은 평준화제도 안에서도 학습자의 다양성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수월성교육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EDI는 보고서 곳곳에서 수월성이란 이름으로 '특수한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학교 설립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수월성 교육의 대상자는 "영재성을 보이는 소수를 위한 엘리트가 아니라 공교육 체제 속에 있는 모든 학습자"라는 것이다.

 

고형일 KEDI 원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특수목적고가 수월성보다는 입시에 유리한 학교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강영혜 교육제도연구실장도 보고서의 '석차, 사교육, 영재교육 없는 교육강국 핀란드'라는 글에서 "핀란드에서도 산업계를 중심으로 최상위권 영재교육에 대한 주장이 없지 않지만, 이런 섣부른 주장에 흔들리지 않고 기회균등의 철학을 지키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모든 학생의 성장과 복지를 최우선에 둔 포용적 수월성 개념을 중심으로 로드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선>의 '코드연구' 비판...정정보도 청구 준비

 

한편, KEDI는 이 보고서에 대해 <조선> 등 일부 보수신문이 지난 19일과 21일 "교육개발원이 정권 입맛에 보고서를 맞췄다, 수월성 홍보로 색깔을 바꿨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사실왜곡"이라면서 정정보도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은 지난 19일 '노무현 정부 땐 평등주의 교육 옹호하더니 새 정부에선 엘리트 교육이 세계적 추세'란 제목의 보도에서 "한국교육개발원이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수월성교육'을 강조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은 "하지만 불과 7개월 전 교육개발원은 노무현정부의 입장과 맞물려… '외고를 지정해지 하자'고 제안했었다"고 몰아붙였다. '정권 입맛에 따라 말을 바꿔가며 보고서 맞추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지난 22일 <태평로>라는 데스크칼럼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보도내 용과 달리 KEDI 보고서는 지금의 외국어고 등 특목고체제가 수월성교육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적고 있다. KEDI가 기존의 주장을 뒤바꾼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 KEDI 관계자는 "수월성교육이 엘리트교육이 아니라고 보고서에서도 수차례 강조했는데 <조선일보>는 제목까지 '엘리트교육이 세계적 추세'라고 용어를 바꿔 왜곡 보도했다"면서 "참여정부도 2004년에 수월성교육종합대책을 내놓을 정도로 수월성교육을 강조했고 교육개발원도 관련 보고서를 몇 차례 발표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교육개발원, #수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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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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