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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여과수 등을 통해 간접 취수하면 수도권 시민들에게 거의 1등급에 가까운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거죠, 획기적 대안입니다. (대운하에 대해) '식수 재앙'이란 말을 하지만, 실제로 운하가 식수의 새로운 해법이라는 거죠."

 

지난 1월 1일, MBC-TV에 출연한 '이명박 운하' 전도사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가 한 말이다. 박 교수 뿐만 아니라 많은 '운하 찬성론자'들의 주장이 이렇다. 운하 건설이 '식수 재앙'을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을 때마다 자신있게 내놓았던 '식수 문제' 해결방안이 이와 같은  간접취수(강변여과수) 방법이었던 것.

 

얼핏 들으면 '운하 추진'을 뒷받침하는 희망적인 식수대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실효성과 근거가 전혀 없는 잘못된 주장임이 서울시 담당 공무원의 직접적인 해명을 통해 밝혀졌다.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실시한 3년간의 타당성 조사에서 이미 결론이 난 부분이라는 것이다.

 

"강변여과를 통한 취수량이 서울시가 요구하는 수요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 대비 적합하지 않은 사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강변여과 발제 듣고 질문 던진 누리꾼 "수도권 간접취수도 가능한가?"

 

상황은 이렇다. 22일 오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환경관련 3개 학회 대운하 공동 심포지엄'에서 있었던 일이다.

 

김형수 한국수자원공사 수석연구원은 '효율적 수자원 이용·관리를 위한 강변여과 활용방안'이란 주제로 발제를 했다. 주 내용은 간접취수의 대표적인 방안인 강변여과 방식에 대한 설명이었다. 창원·함안·김해 등의 강변여과 취수 현장을 예로 들어 국내 기술의 현황을 자세히 보여줬다. 

 

<오마이뉴스> 생중계를 통해 김 연구원의 발제 내용을 지켜보던 한 누리꾼이 댓글을 통해 질문을 던졌다.

 

"운하를 찬성하는 학자 분들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도 강변여과수 등의 간접취수를 통해 부족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가능한 것인가."

 

이 질문을 현장 생중계팀이 즉석에서 질문지를 작성해 김 연구원에게 전달했다.

 

이에 김 연구원은 "(찬성 측 학자들이) 한강에 구체적인 강변여과 장소를 언급한 것은 사실 잘 모르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미8군은 150m의 한강 하천변에서 1만톤의 물을 강변여과로 뽑아낸다"며 "1.5㎞의 하천변에서 뽑아내면 한 장소에서만 10만톤 정도의 양이 된다, 다른 곳까지 하면 얼추 50만~60만톤 정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밝혔다. 이는 박 교수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간접취수 통한 식수 대책은 이미 '사업불가' 판정 난 사안"  

 

그러나 시원치 않은 답변이라고 판단한 사회자 김갑수 대한환경공학회장은 "서울시 관계자도 나와 계신데 이 부분에 대해 자세하게 답변 좀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강단 앞으로 나온 송헌영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생산부 담당자는 "서울시는 강변여과에 대해 3년에 걸쳐서 검토 사업을 했다"고 전제한 뒤, "문헌조사를 통해 나온 한강의 12개 장소 중 가장 충적층이 깊고 분포가 양호한 광나루 지역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송씨는 "서울시는 대략 깊이 10미터 정도에서 1000톤 정도의 취수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적은 양은 아니나 서울시가 요구하는 수요량에 비해 턱없이 적기 때문에 타당성 조사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신설 정수장을 건설할 경우에는 강변여과가 일면 타당성이 있어 보이나, 서울시처럼 기존의 정수시설이 있어서 시설공정을 대규모로 변경해야 할 경우에는 경제성이 대폭 떨어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송씨는 김 연구원과 찬성 측 학자들이 주장하는 '미8군 1만톤 강변여과 취수설'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송씨는 "미8군 부대 같은 경우에는 강변여과수를 취수하기 위해 깊이 17미터 정도를 뚫어서 운영한다"고 밝힌 뒤, "찬성측이 주장하는 1만톤은 시설에서 필요로 하는 용량이며 실제 취수량은 이보다 훨씬 적은 6000~7000톤 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씨는 "앞서 김 연구원이 말한 것은 그냥 단순한 경험으로 말씀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수치의 차이가 과하게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서울시 담당자가 직접 운하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강변여과수 문제에 대해 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찬성측이 주장하는 '강변여과수를 통한 식수 해결 방안'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전에도 꾸준히 제시된 문제... 찬성측은 매번 같은 말 되풀이

 

물론 이번에 처음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 이전에도 '서울시 간접취수 조사 결과 문건 공개' 등을 통해 찬성 측의 식수 대책이 '현실성 없다'는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앞에서 서울시 공무원이 말한 '타당성 조사 결과'를 담은 서울시 문건이 작년에 공개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문건은 이명박 대통령(당시 서울시장)의 직접 지시에 의해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조사를 담은 것이기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수질은 좋으나 경제성이 낮고 취수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업불가' 판정이 내려진 것은 당시 이 대통령에게 구두 보고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석순 교수는 2006년 2차 연구 당시 '자문위원'으로 참가한 바 있다. 즉 실효성이 없다는 서울시 조사 결과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박 교수 등의 '운하 찬성론자'들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박 교수 등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부족한 취수량은 구리 토평 등 한강변 6곳에서 247만톤 정도를 간접 취수하면 된다"는 식의 말만 되풀이하며 '식수 재앙'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 18일에 있었던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학술대회에서도 '한강의 강변여과수 취수 방안'과 '미8군 부대 사례'를 제시하며 찬성 측의 식수 대책을 추켜세웠다. "수돗물 문제 해결할 획기적인 대안"이란 칭송도 함께 이어졌다.


태그:#대운하, #강변여과, #간접취수,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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