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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례때였다. 신랑 신부가 하객들에게 다짐글을 읽었다.
▲ 결혼 첫 주례때였다. 신랑 신부가 하객들에게 다짐글을 읽었다.
ⓒ 박병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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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둘이 만나 하나 되는 의식이다. 그 둘은 개인이기도 하지만 신랑·신부가 살아온 주변 모두를 일컫기도 한다. 가족·친지는 물론 세상에 태어나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에게 부부의 첫 출발을 알리는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그 성스럽고 복된 잔치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연구 대상임이 틀림없다. 이번에 <오마이뉴스>가 친환경 결혼식은 할 수 없을까 고민하면서 기사쓰기를 공모한 것도 그동안 결혼식이 소모적인 행태였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교직에 20년째 있으면서 지금까지 아홉차례 주례를 섰다. 모두 서양식 결혼이었고 한결같이 예식장에서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예식 절차를 암기하고 있다. 그동안 예식 경험으로 보아 지혜를 모으면 얼마든지 결혼예식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예식을 진행할 때마다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그 아쉬운 점을 지적해 본다. 

틀에 박힌 주례사는 이제 그만, 주례 턱은 부부가 잘 사는 것

예로부터 짧아서 좋은 것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교장 훈화와 주례사다. 평범하고 식상한 주제로 긴 얘기해봤자 하객들 소란만 늘어난다. 그러니 틀에 박힌 주례사 대신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 신랑·신부가 주례를 청하러 오는 날, 신랑·신부에게 간단한 시험(?)을 치른다. 가령 '이 사람이 내 아내다! 남편이다!'란 생각을 언제 왜 하게 되었는가? 결혼하면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애는 몇이나 낳을 셈인가? 부모님께 어떻게 할 생각인가? 등 예식장에서 할 말을 미리 물어본다. 사실 그 시험의 결과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리하여 주례가 신랑·신부를 대신하여 하객들에게 그들의 인연설을 중개해 주는 역할을 하면 어떨까? 신랑·신부가 결혼식을 맞아 다짐의 글을 낭독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하면 하객들 대부분이 경청한다. 아주 흔한 '첫째·둘째·셋째' 식 당부의 말씀은 얼마든지 사적인 자리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

주례를 마치면 신랑신부가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감사 인사를 한다. 전자 업계에 근무하는 신랑은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선물했고, 일선고교 컴퓨터 교사인 신랑은 컴퓨터 본체를 조립해서 선물로 주었다. 생활한복·넥타이·양주·상품권 등 주례 턱도 다양하다.

주례 서고 나서 선물받아 기분 나쁠 바는 아니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은 신혼 여행을 마치면서 주례 선생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 편지글로 답례하는 것이라고 본다. 더욱 귀중한 선물이라면 결혼 이후 탈 없이 건강하게 아기 낳고 잘 사는 모습이다.

요즘은 주례를 모실 수 없는 신랑·신부를 위해 예식장마다 전문 주례가 있다고 한다. 주례 비용으로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 주례 문화도 바꿀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주례는 덕망과 경륜이 있고 웬만큼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분들로 선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도 권력형 인물이나 유명 인사를 모셔 과시하려는 행태도 간혹 보게 된다. 결혼은 신랑·신부가 주인공인 의식이지, 유명 주례가 주빈이 되는 것이 아니다.

부부의 연을 맺고 신성한 첫걸음을 떼는 의식이므로 그 진행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신랑·신부나 그 가족들의 삶을 가장 잘 아는 분들이라면 주례로서 손색이 없다고 본다.

그러니 만약 셋밖에 없는 내 자식들이 결혼한다면 나는 아버지로서 예식을 집전하고 싶다. 더불어 시간을 반반씩 나누어서 사돈댁 어른도 주례를 서는 것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깊이 있게 자식들을 바라본 부모야말로 인생의 교훈을 전할 수 있는 최고의 주례가 아니겠는가.   
 
신혼여행, 꼭 해외로 가야 하나?

마치 유행처럼 결혼하고 나면 해외로 신혼 여행을 떠난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또 하나의 통과의례가 됐다. 결혼식을 마치자마자 해외에서 호화롭게(?) 며칠 간 단꿈을 누리고 돌아온다. 탓할 바 아니지만 처음부터 과분한 시작으로 자칫 진이 빠지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좀 치기어린 자랑처럼 들려도 나는 대한민국 전국 일주로 신혼여행을 보냈다. 그리고 여행 마지막 날 행선지는 당시 쓰레기섬 난지도였다. 수많은 덤프 트럭이 쏟아내는 쓰레기 더미에서 폐지와 빈병 등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분들을 보며 악착같이 살겠다고 다짐했다. 거적을 입힌 폐차된 버스 안에서 먼지와 함께 생활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아줌마의 모습은 경외 그 자체였다.

신혼 생활은 서서히 달궈져 뜨거워지는 온돌과 같아야 한다. 단칸방에서 시작하여 넓직한 집을 장만하기까지 그 삶의 여정 또한 온돌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50, 60대 어른들 대부분 '첫술에 배부르랴' 정신으로 살아오지 않았는가.

해외 신혼 여행은 더 치열하게 살다가 여유 있게 다녀오면 어떨까? 부부의 출발! 그 달콤한 꿀맛을 누리는 데 대한민국 산하가 으뜸 아니겠는가.

식사 답례 대신에 문화 상품권은 어떨까?

예식장을 운영하는 분들에게 저 소제목은 좀 고약하다. 예식장에서 결혼하면서 식사를 안 해도 된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예식장 영업 이익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모르나, 상당 부분 단체 식사에서 발생하지 않을까?

그렇다 하더라도 예식 문화를 좀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다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결혼식 풍경을 보면 신랑신부측 가족 친지와 친구들이 결혼식을 지켜보고, 대부분 하객들은 축하금을 낸 후 식당으로 간다. 예전의 경우 국수나 갈비탕 한 그릇으로 접대하는 게 상례였는데, 요즘은 뷔페 음식이 주종을 이룬다.

옷 소매에 노랑 혹은 연분홍 딱지를 붙이거나, 식권을 들고 혼잡하고 산만한 식당에 앉아 밥을 먹을 때마다, 마음 속으로 천박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가 낸 축하금에서 내가 먹는 음식값을 빼면 사실 얼마 되지도 않는 축하금을 낸 셈이니까 한 편에선 '그냥 밥 안 먹고 다른 걸로 받으면 안 돼?' 뭐 이런 생각도 해보는 것이다. 그런 천박한 속물 근성으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고역이기도 하다.

또한 그 뷔페 음식이 얼마나 고비용인가. 하객 1인당 몇 원을 웃도는 비용 대신 5천원짜리 문화상품권 두 장 정도로 답례하는 것은 어떨까? 바쁘고 힘든 가운데 예식장을 찾아온 하객들에게 이왕 답례하는 거라면 영화 감상이나 도서구입을 할 수 있는 문화 상품권이 한 끼 식사보다 낫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선택제는 어떨까? 식사하고 싶은 하객에게는 식권을 주고, 뷔페 음식에 거부감이 있거나 인사만 하고 바쁘게 돌아가야 하는 하객에게는 문화상품권으로 대신하는 것도 한층 품격 높은(?) 답례가 될 것이다.

주례·신혼 여행·음식 문화 등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우리네 결혼식 문화가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고비용·환경훼손 의식에서 저비용 친환경 혼례로 발상을 전환하는 데 국민적 지혜를 모을 때다.

덧붙이는 글 | '친환경 결혼' 응모글



태그:#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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