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1박2일 일정으로 시흥시민뉴스 시민기자들과 운영위원들이 강화도 오마이스쿨 나들이를 다녀왔다.
오마이스쿨은 강화도에서 폐교 된 신성초등학교를 오마이 뉴스에서 재활용하여 최첨단 저널리즘 교육이 가능하도록 리모델링 한 곳이다.
우리가 오마이스쿨에 당도한 것은 해가 막 저물기 시작할 무렵이다. 차에서 막 내리니 오래된 시멘트에 얼룩져 있는 모습이 마치 예전에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외양을 지닌 건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안내하시는 분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니 전체적으로 옛것을 살리고 보완해야할 곳은 자연환경에 맞는 형태로 꾸며져 있었다.
특히 강당은 예전에 창고로 썼음 직한데 안으로 들어가니 지붕을 받쳐 주는 서까래들에는 전깃줄이 나란히 줄 맞추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천정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을 했지만 금방. ‘그래 이곳이라면 이대로가 더 자연에 가까워서 좋아’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강당을 들러보고 2층의 숙소로 발을 옮겼다. 2층을 오르는 계단은 예전에 쓰던 시멘트 계단 그대로다. 굵은 모래 시멘트로 된 꺼끌꺼끌한 계단을 밟으며 2층을 오르는데 참 묘한 기분이 들며 걸음이 초등학교 어린아이처럼 저절로 깡충 거리게 된다. 2층에는 온돌방과 침대방이 있는데 우리는 12인용 침대방에 들게 되었다. 문을 열자 일제히 ‘우와. 환상이다.’ 눈이 부시게 흰 침구들이 2열로 마주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침구는 폐교 교실의 마룻바닥을 버리지 않고 침상으로 이용해 양쪽으로 나뉘어 매트를 바치고 있고 그 위에 베개며 이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데 아늑하고 따뜻함이 마음 가득히 차온다. 교실 바닥이었던 침상에 걸터앉으니 방과 후에 청소를 하느라 반 친구들과 나란히 엎드려 마루를 닦아내던 그 느낌이 살갗에 닿는다. 아주 따뜻하다. 침상 위에 하얗고 포근한 침구에 후배 기자가 기대자 ‘그러고 있으니 마치 만화 주인공 하이디 같네.’하며 누군가 말하자. 모두 웃어 보인다. 폭신폭신하고 눈부신 하얀 침구. 그리고 아늑하게 꾸며진 그 방에서 잠자는 동안 누구든지 예쁜 만화 주인공이 되는 꿈을 꿀 것만 같다.
저녁 식사시간에 맞추어 잠깐 족구를 하기로 하고 모두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막 운동장으로 내려가는 순간. 나는 발을 멈추고 말았다. 타임머신을 타고 와르르 내려와 예전의 그 운동장으로 잠깐 사이에 뛰어든 것만 같다. 학교 앞뜰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며 세종대왕 동상. 소년 이승복 어린이 동상. 어린이 훈장 동상, 국기게양대들이 세월의 빗줄기에 벗겨진 듯 여기저기 칠이 벗겨진 채로 폐교 된 학교를 지키고 있다.
왜 난 거기서 멈춰 서고 발을 옮길 수가 없었는지.... 그리움이다. 초록빛으로 칠해진 동상들 중에 이순신장군 동상은 내가 어렸을 때 가장 위대하게 바라보며 꿈을 키우기도 했던 동상이었는데 이곳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묵묵히 이 세월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초등학교 6년 동안 눈에 익혔던 풍경들이 책갈피에 고스란히 끼어 있다가 묵은 향기를 내며 펼쳐든 책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이 예전 초등학교 풍경이 눈앞에 버티고 선 것을 보니 가슴이 저며 온다. 저녁 빛이 큰칼 옆에 차고선 이순신 장군 동상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운동장을 뛰어 가운데 서 보았다. 내 어린 시절 초등학교 운동장에 섰던 생각이 난다. 아무리 뛰어도 까마득해 보이던 운동장. 아마 이곳의 어린이들도 점점 학생 수가 줄어드는 이 운동장에 서서 끝없이 학교를 바라보고 동상들을 바라보며 끝없이 자라는 꿈을 지니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저 교실로 들어갔으리라. 그리고 땡땡 종소리와 함께 작은 교문을 나가서 집으로 돌아갔으리라.
유기농 농산물을 사용했다는 저녁식사를 먹고 몇 명이 함께 산책을 나섰다. 멀리 바라보면 산등성이들이 회색빛으로 빛나고 옹기종기 나지막한 집들과 물이 가득 받아져 있는 다랑논 사이에 길을 따라 걸었다. 집집이 복숭아꽃 배꽃들이 활짝 피어 마을을 더욱 밝혔고 이따금 보이는 폐가는 마을의 한적함을 더해준다. 이제 모를 기르는 논에는 개구리울음 소리가 함창을 하고 함께한 누군가가 ‘어릴 때 고향집에도 저렇게 개구리 소리가 밤새 울었는데 여기서 듣네.’하며 저녁 어스름 속에서 고향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소음과 공해에 찌든 도시인들이 머물며 지내기에 꼭 좋은 환경이다. 1박2일의 취재 기행 동안 강의며 함께 어우러지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좋았지만 그 곳에는 오랫동안 돌보지 않았던 마음속 고향의 아늑함을 찾을 수 있었다.
학생들이 없어서 폐교 된 학교를 재활용하여 자연과 가깝게 아늑하고 편안하게 꾸며놓은 오마이스쿨이었다. 함께 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치 오랜만에 귀향 하여 고향집에서 하룻밤 지내고 온 것 같이 아늑한 취재 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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