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같은 일을 자주 당하다 보면 대개 '그러려니' 하고 내성이 생기는가 봅니다.

 

우리 '이주노동자 쉼터'는 그동안 청소비와 물세를 다른 층 세입자에 비해 과다하게 내 왔습니다. 그래도 건물 청소비와 물세를 꼬박꼬박 냈는데, 얼마 전 건물주로부터 "청소비·물세가 몇 달째 밀렸다는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고 보니, 중간 관리를 맡았던 다른 층 세입자가 형편이 여의치 않았는지 중간에서 관리비를 넉 달 가까이 내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작심하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니까 대뜸 건물주가 하는 말.

 

"아, 거긴 사람도 많이 드나들고, 다 외국 사람들이라 다른 층 사람들이 싫어한다고요. 게다가 맨 위층이니 그 사람들 때문에 청소도 더 해야 하는데 그 정도는 내야 하는 거 아니유? 그리고 그 얘긴 저번에 관리하던 양반이 정한 거지 내가 그렇게 하라고 한 것도 아니에요."

 

사실 관리비에 대한 불만을 처음 이야기했던 건 아니지만,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건물주에게 한두 번 당하는 일도 아니고 어르신과 괜한 말다툼이 될 것 같아서 공손하게 "그럼, 이번부터는 공평하게 낼 수 있도록 조정해 주세요"라고 요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먹히지 않는 겁니다.

 

"그건 그렇게 못해요, 건물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두 층이나 비었는데, 그렇다고 청소비가 적게 들어요?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단 걸 또 어떻게 바꿔요? 다른 층 사람들이 더 낸다고 그래요?"

 

이쯤 되자, 피차에 감정이 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그 동안 관리비를 다 내왔으니까, 먼저 그동안 미납된 부분은 사장님(건물주)께서 해결하시고 나서 이야기하죠."

 

그에 대해 건물주 역시 만만치 않더군요. "그럼, 방 빼요"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 말에 대해 불쾌하긴 했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알았어요, 방 뺄게요"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건물주는 툭하면 '임대료'와 '외국인' 운운하며 방 빼라고 타박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방을 빼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임대료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건물주 입장에서는 말이라도 한 마디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건물 2층과 5층이 비어있을 만큼 세입자가 들지 않는 건물에 우리가 사는 것은 '싼 맛' 때문입니다. 건물주의 주장을 다 들어줄 만한 여력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방 빼'라는 말에도 이젠 내성이 생겼는데, 이래저래 건물 없는 신세는 언제 면하나 하는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하다못해 방 빼라는 소리는 그만 듣고 싶고, 외국인들 때문에 건물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어떻다 하는 이야기는 듣지 않고 지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실 같은 건물에 있는 모 휴대폰 판매업체나 음식점, 지금은 나가고 없지만 예전에 세들어 있던 당구장 등은 '쉼터'를 찾는 사람들 덕을 보았으면 보았을 텐데, 자그마한 이익을 위해 쏟아내는 편견에 가득 찬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을 수 있게 말입니다.


#편견#세입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