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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욕망공화국(해피스토리)>의 저자 신승철씨는 요즘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강의료는 1년 전에 비해 40%나 올랐는데 시간당 3만5000원이다.

갑자기 며칠 전에 봤던 신문기사가 떠올랐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해외 명품업체의 기부액에 관한 내용이었다.

"예컨대 구찌그룹의 지난해 기부금은 전년 대비 160%의 어마어마한 증가율을 보였다. 그해에 영업이익은 39%였는데, 기부액을 보면 더욱 놀랍다. 전년도 5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80만원 오른 것이다. 영업이익이 106억6998만원이니까 기부금 비중은 0.012%이다(<경향신문> 4월 22일자 보도)."

해외 명품업체의 '짠돌이 기부금'... 명품대학의 시간강사 급여

그는 이른바 대한민국의 '명품 대학'에 다니는데, 이 대학이 등록금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하면 강사의 급여 비율은 명품업체의 기부금 비율 못지않게 경쟁력(?)이 있다.

저자가 강의하고 있는 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은 500만~550만원 정도다. 한 학생당 7과목 21학점을 13주 동안 듣는다고 했을 때 한 학기에 총 273시간 정도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등록금으로 나누면 시간당 2만원 정도 된다(입학금이나 기성회비 등 복잡한 내역은 반영하지 않은 단순 수치임을 밝혀둔다).

한 강의당 50명이 수업을 받는다고 할 때 3시간짜리 1강좌의 수업료는 약 300만원 정도. 글쓴이가 강의하면서 가져가는 돈은 10만5000원인데, 나머지 289만5000원은 대학의 수입이다. 대학과 강사의 수입 비율은 96.5% 대 3.5%다.

혹자는 루이뷔통 기부금인 0.012%보다 훨씬 많은 비율이 아니냐고 따져물을 지도 모르겠지만, 비교하기 민망하기는 마찬가지다. 저자가 월 100만원 미만의 수입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며, 집안권력(?)에서 밀리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 신승철씨
저자 신승철씨 ⓒ 신승철


나는 2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식당에서 신씨를 만나 콩나물해장국을 먹었다. 신씨의 이런 사정으로 밥값은 당연히 내가 내야 하는데, 기어코 자기가 낸단다. 옆에서 계산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그의 지갑에서 '교직원 복지카드'가 나왔다.

내가 "그래도 교직원 복지카드도 나오고 괜찮네요?"하고 농담삼아 말했더니, 동거인이 대학병원 홍보계장이라 빌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시간강사가 복지카드를 쓸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란다. 또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글쓴이가 이 책 안에 담긴 글을 쓰던 시점은 '방황기'라고 하는데, 그 당시 나와 같은 학원에서 근무했으니, 우리는 방황기를 함께 보낸 셈이다

부처와 예수는 욕망 덩어리였다

 <대한민국 욕망공화국>은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대한민국 사회를 건강하게 재구성하려 시도했다는 점에서'대한민국 욕망키워드'나 '대한민국 욕망의 재구성'이라는 제목이 더 좋아 보인다.
<대한민국 욕망공화국>은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대한민국 사회를 건강하게 재구성하려 시도했다는 점에서'대한민국 욕망키워드'나 '대한민국 욕망의 재구성'이라는 제목이 더 좋아 보인다. ⓒ 해피스토리

이 책을 읽기 전에 최근에 떠오르는 관심사는 바로 '욕망'에 관한 내용이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대통령 선거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들이 보여주었던 10년의 욕망을 보라. 그 밖에 통합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진영에서는 '절실함'이 부족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민주주의란 크고 작은 욕망들의 고른 분배일 텐데, 진보 진영은 유권자들의 다양한 욕망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중용>이라는 책의 유명한 구절 중 하나가 바로 '불성무물(不誠無物)'인데 '정성이 없다면 어떠한 것도 태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성'은 근원적인 기제는 아니다. 근본적으로 정성을 다하는 주체가 필요하며, 그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욕망'이다.

공자나 예수·석가모니라고 해서 과연 욕망이 없었을까.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욕망, 욕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 그들은 욕망 덩어리 그 자체였고 욕망의 선구자들이었다.

<대한민국 욕망공화국>은 우리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욕망에서부터 범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선택된 욕망에 이르기까지 욕망의 사례들을 철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냈다. 책 안에는 '폰섹스' 이야기나 '화상채팅' 같은 야릇한 이야기에서부터 국무회의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관한 점잖은 내용까지 그 안에 담긴 욕망의 구조를 낱낱이 해부했다.

글쓴이에 의하면 욕망은 유아기의 자연스러운 1차적 욕망과 어른이 되면서 주류 사고에 젖어드는 2차적 욕망이 있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나 주식 투자 같은, 좀 잘 살아보고자 하는 욕망은 대부분 자본주의에 의해 손상된 욕망이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아무리 기승을 부리는 대한민국이라고 하더라도 1차적 욕망은 근원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에 완전히 없앨 수 없다.

예컨대, 우리가 회사에서 메신저를 한다는 것은 휑하고 답답한 사무실의 감옥을 도망쳐 외부의 영토에서 삶의 활력을 획득하고 접속하기 위한 욕망의 발현이다. 상급자에게 깨지고도 모니터를 보면서 눈에 빛이 날 수 있는 이유는 메신저 안의 친구와 함께 신나게 상급자 욕을 해대기 때문이다.

그러면 영화관에서 휴대폰을 꺼놓지 않고 진동으로 해두는 사람들은? 그것은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 상태로 늘 존재하고 싶은 욕망의 발현이다. 언제든 나는 누군가로부터 열려 있으며 걸면 반드시 걸리는 존재가 되고 싶은 것이다.

자본주의와 노처녀의 '욕망방정식'

그의 책은 자본주의에 왜곡된 우리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 숨 쉬는 소박한 욕망들을 일깨우고, 이를 괴롭히는 구조가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그리하여 '욕망의 민주화'를 예견한다. 정치 민주화, 경제 민주화, 문화 민주화에 이어서 '욕망의 민주화'라. 그 말이 참 인간적이고 마음에 와 닿는다.

다음은 신승철씨와 나눈 일문일답 전문.

- 어떻게 해서 '욕망'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가따리의 책 중에 <욕망과 혁명>이라는 책이 있다. 거기서 결론으로 삼고 있는 선언은 '자본주의적 욕망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서는 혼재돼 있는 여러 가지 욕망 속에서 순환할 수 있는 건강한 욕망에너지와 이를 방해하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생태주의자들은 욕망을 줄이자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이는 욕망에 대한 매우 추상적이고 애매한 태도다. 욕망은 역시 생명에너지인데, 여기서 그들의 이중성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 이 글을 쓴 시점이 '백수 시절'이라고 하는데, 사회에 대해서 '로그오프'한 백수의 입장에서 사회와 함께 '욕망'을 할 수 있었나?
"얼핏보면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백수에게 욕망이 없어 보이지만, 사회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망,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욕망 등 누구보다 건강한 욕망으로 넘쳐난다. 백수보다는 좀 '덜 쳐주는' 장애인의 경우를 보자. 그들은 노동가치의 관점에서 노동하지 않으므로 욕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장애인들 역시 노동을 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고 존중을 해주어야 한다. 장애인이 되어 보지 않고 어떻게 그들의 욕망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저자 신승철씨
저자 신승철씨 ⓒ 신승철


- <대한민국 욕망공화국>이라는 말에서도 암시되는 부분이지만, 저자는 자본주의를 욕망과 동일시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을 저자의 말로 이야기하면 생명에너지로서의 욕망과 도착적 욕망으로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기승을 부리지 않았던 과거에는 어떤 욕망관계가 있었나?
"중국의 이탁오(이지)는 욕망이론을 세웠는데, 그는 어린아이의 예를 들었다. 어린아이는 욕망으로 똘똘 뭉친 존재였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이탁오의 책을 몰래 수입해서 모티브로 삼았는데, 역시 주는 아이라는 욕망적 존재가 건강한 생명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내용이었다. 자본주의가 없었던 시절에도 '주류사회'의 '주류적 사고'가 있었다. 도착적이고 협착한 욕망을 2차적 욕망이라 한다면, 2차적 욕망이 생기는 자리에서 건강한 생명에너지인 1차적 욕망이 죽고 만다. 과거의 주류 사고는 무엇이겠는가? 바로 유교적 사고방식이다. 어른을 닮아가고 어른에게서 배우라는 패러독스(모순)가 자본주의의 자리를 대신했다."

- 그러니까 '선택하는 존재'와 '선택된 존재'의 차이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선택된 존재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법관이나 재벌, 정치인, 교수 들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주류에 편입되기 위해서 한번도 자신이 선택하는 인생을 살아가기 어렵다.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자발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주류사회에서 점점 밀려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88만원 세대가 배틀로얄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주류 사회가 제공하는 매뉴얼에서 한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생명 에너지로서의 1차적 욕망이 이 순간 사망한다."

- 1차적 욕망과 2차적 욕망의 구분이 너무 어렵다. 좀 더 쉽게 설명해줄 수 있나?
"내가 아는 독신 여성을 예로 들겠다. 그는 돈 버는 것에 엄청 관심이 많고, 실제로 많은 돈을 번다. 그가 돈을 버는 이유는 좋은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 그는 돈을 버느라 진짜 욕망을 놓치고 마는 팔자다. 결국 2차 욕망에 이끌려 1차 욕망을 포기하게 되는 셈이다.

나는 그에게 충고했다. 돈벌 생각하지 말고 놀고, 남자 꼬시는 일에 전념하라고. 이 말을 들은 그는 노발대발 하면서 그렇게 하면 어떻게 남자를 만나느냐는 것이다. 오랜 설득 끝에 그는 돈 버는 것은 한동안 잊고 살았다. 남자를 만나고 함께 자고 술 먹고 춤추고 그야말로 농탕질을 했다. 그러자 그의 욕망이 순화하면서 욕망의 본질, 즉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 식대로 말하면 자본주의에 왜곡된 2차 욕망에서 이를 치유하는 1차 욕망으로 옮겨간 것이다.

사실 이 수준까지 오면 2차적 욕망은 부질없다는 것이 밝혀진다. 자본주의의 상처는 이 여자의 욕망과 같다. 내 책의 좀 야릇한 부분인 '폰섹스 편'에 보면, 전에 서로 좋아했던 여자가 밴쿠버로 떠나 현지인과 결혼한다며 전화를 했던 일이 기록돼 있다. 그녀는 대화를 이끌었고 슬프지만 드라마틱한 욕망이 두 사람을 휩쌌고 육체가 합일되는 것과 같은 쾌감을 느끼며 어떤 해방감을 맛봤다. 내가 섹스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꺼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욕망공화국 - 어느 청년백수의 날카로운 사회비평서

신승철 지음, 해피스토리(2008)


#대한민국 욕망공화국#신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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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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