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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은 “우리 생명줄을 끊으려고 하는 짓”
▲ 한우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은 “우리 생명줄을 끊으려고 하는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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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농민들의 애간장을 녹이며 줄다리기 했던 한미 쇠고기 협상이 지난 18일 타결됐다. 이명박 정부가 단칼에 정리한 것이다. 세계 최초로 조건 없는 전면개방이다.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한우 한 마리당 10만원에서 20만원의 품질 장려금을 준다'는 미봉책을 내놓았다.

1년에 한 마리당 120만원, 이자율 3% 지원(융자)이다. 1년 후 상환해야 한다.

"그것도 빚이여. 겁이 나서 못쓰겠어, 소는 안 팔리고…. 아이고! 못 살겠어요."

25일 전남 여수 율촌면 가장리에 있는 축산 농가 두 곳을 찾아가봤다. 그들은 "미친 소가 몰려와도 소를 소같이 키우겠다"라며 망연히 먼 산만 바라본다.

소 사육 30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연자실

유한용씨 가장리의 이장을 맡고 있으며 소 3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유한용씨
▲ 유한용씨 가장리의 이장을 맡고 있으며 소 3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유한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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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리의 이장을 맡고 있으며 소 3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유한용(60)씨는 나이답지 않게 힘이 펄펄 넘친다. 그런 그도 기자가 소 이야기를 꺼내자 긴 한숨을 내쉬며 "우리 생명줄을 끊으려고 하는 짓"이라며 분노한다.

"촌에서 우리가 제일 젊어요. 젊은 사람들 촌에 들어와서 소나 키워볼라고 들어오제 안 그러면 들어오겠습니까? 쌀농사 지어갖고는 답이 안 나와요. 쌀농사는 이녁 묵고 살면 딱 맞아요. 쌀농사 지어 아이들 공부 시키는 건 엄두도 못내요. 인건비는 오르지, 해볼 재주가 없어요."

유 이장은 소 30마리 정도만 키우기 때문에 아직은 버텨나간다고 한다. 아직은 숨통이 트여있지만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한다. 소 한 마리 키워내는데 1년에 대략 2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소의 사육기간은 거세우가 30개월, 일반 소는 2년을 키운다. 

"지금도 별 남는 게 없어요. 현 상황에서도 어려운디 본격적으로 미국소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불을 보듯 뻔합니다. 대응책이 없어요. 누가 소를 키우겠어요."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기 이전만 해도 순천의 우시장에서 송아지 한 마리에 200여만 원에 거래됐다. 협상 발표 이후 송아지 값이 120~130만원으로 떨어졌는데도 거래가 한산하다. 소 사육 30년째인 그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이다.

"아예 매매가 안 돼 부러요. 덜렁덜렁 살 사람도 없어요. 소 키운 지가 30년 됐는디 나도 살 의욕이 없어요."

한우의 꿈 야곱농장에도 찬바람 불어

야곱농장 농장 지기 야곱농장의 유씨 또한 사료 값은 치솟고 소 값은 내리고 앞으로가 큰일이라고 말한다.
▲ 야곱농장 농장 지기 야곱농장의 유씨 또한 사료 값은 치솟고 소 값은 내리고 앞으로가 큰일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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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농장은 제법 규모가 크다. 번식우 50마리와 비육우 60마리 등 110마리를 사육한다. 독실한 신앙인인 그는 20년 세월을 한눈팔지 않고 지금껏 소 사육에만 매달려 최선을 다했다. 이곳의 농장 지기는 유한곤(47)씨다.

농장 보수를 위해 자재를 사가지고 오는 길이라는 그에게 현재 심정을 묻자 표정이 어두워진다. 이런 주인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걸까? '음메~!' 우사에서 들려오는 소울음소리가 애처롭다.

야곱농장의 유씨가 침묵하자 마을 이장이 한 마디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서울 사람들 싼 고기 먹인다고 무작정 수입하면 말이나 돼요. 사료 값이나내려주던지…. 사료 25kg 한 포대에 작년에 6500원 하던 것이 지금은 1만원이나 돼요. 35%가 올랐어요."

야곱농장의 유씨 또한 사료 값은 치솟고 소 값은 내리고, 앞으로가 큰일이라고 말한다. 조사료를 많이 심어 자급자족하는 것이 한 방법이긴 한데 그것도 만만치 않은 일. 농토 구입과 장비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한다.

그는 유통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6단계인 유통을 2~3단계로 줄여 직거래 방식을 하는 것이 살 방법이라고 나름대로의 소신을 밝혔다.

우사를 돌아봤다. 소도 주인이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아는 걸까? 왠지 소들의 큰 눈망울이 슬퍼 보인다.

"개 값이 내리면 개 울음소리도 슬프게 들려요. 참 이상하죠?"

미국 소 소식에 쇠고기 값 바로 무너져 내려

슬픈 눈망울 소도 주인이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아는 걸까? 왠지 큰 눈망울이 슬퍼 보인다.
▲ 슬픈 눈망울 소도 주인이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아는 걸까? 왠지 큰 눈망울이 슬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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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 사료 유씨가 볏짚 사료 먹이를 주자 소 들이 몰려든다.
▲ 볏짚 사료 유씨가 볏짚 사료 먹이를 주자 소 들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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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야곱농장의 한우들
▲ 한우 야곱농장의 한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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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농장 야곱농장은 제법 규모가 크다. 번식우 50마리와 비육우 60마리 110마리를 사육한다.
▲ 야곱농장 야곱농장은 제법 규모가 크다. 번식우 50마리와 비육우 60마리 110마리를 사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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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kg당 8천원 하던 것이 이제 6천원도 안됩니다."

소 가격은 예민하다. 미국 소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산지 가격이 곧바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억장이 무너졌다며 농부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20년 전 소 한 마리로 시작한 야곱농장은 이제 소 사육두수가 110여 마리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좀 살겠다' 싶었는데 미국 소 수입 소식에 그의 가슴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20년 전 어미 소 한 마리를 146만원에 구입해 5년 후에는 여수시 농어민후계자로 선정되는 등 오직 한길을 달려오며 꿈을 키워왔던 그였기에 아픔이 더욱 크다고 한다.

그간 말 못할 어려움도 많았다. 두세 번의 소 값 파동 등도 슬기롭게 넘어섰다. 최근 5년간은 100두를 유지하여 연간소득 1억원의 수익을 올리며 부농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수지 맞추기도 힘들다며 고개를 숙인다.

자금 회전이 느린 소 사육, 사료 값 폭등과 소의 시세 하락으로 손익분기점 맞추기에도 역부족이다. 지금의 현실로는 현상 유지도 버겁다. 그렇다고 그만 둘 수도 없는 일. 정녕 이들에게 새로운 활로는 없는 것일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한우#미친 소#축산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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