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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에 가장 어울리는 기념일은? 단박에 떠 오르는 것은 5일 어린이날과 8일 어버이날. 3일 간격의 두 기념일에 다시 3일을 보태면 또 하나의 기념일이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입양의 날.' 정부는 2006년부터 매년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정했다.

 

왜, 11일까. 뜻이 근사하다. 가정의 달(5월)에 한 가족(1)이 한 아이(1)를 입양해 새로운 가족(1+1)으로 거듭난다는 의미.

 

[입양] 가슴과 마음으로 낳는 출산

 

 두 딸을 공개입양한 유병인·맹설화 부부의 가족 사진.
두 딸을 공개입양한 유병인·맹설화 부부의 가족 사진. ⓒ 윤평호

부모의 이혼이나 사망·실직·학대 등으로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사회로 떠밀리는 아동들이 있다. 보호가 필요하다고 해 '요보호아동'이라고 한다. IMF 외환위기 때는 한해 1만8000여명의 요보호아동이 발생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최근에도 연간 1000여명의 요보호아동이 생기고 있다. 이 가운데 입양을 통해 가정의 보호를 받게 되는 아동은 불과 4000여명. 4000여명 중 절반은 국내가 아닌 국외입양이다.

 

2006년 국내·외 입양 현황을 보면 국내입양(1332명)보다 국외입양(1899명)이 더 많다. 충남의 아동 입양율은 전국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친다. 2005년 충남지역에서 발생한 요보호아동 263명 중에서 입양된 아동은 2.7%인 7명. 전국 평균 입양율 19.9%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가정의 보호에서 이탈된 아동에게 '입양'은 가장 이상적인 복지이다. 양부모 역시 새 가족과 만남으로, 경험치 못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천안시 다가동에 거주하는 유병인(44)·맹설화(42) 부부는 지난 2001년 첫 아이인 하영이를 공개입양했다. 입양에는 비밀입양과 공개입양 두가지 방법이 있다. 비밀입양은 입양과 관련된 모든 사실을 비밀로 한다. 공개입양은 입양아동 당사자는 물론 주변 가족, 친지 등에게 입양 사실을 알리고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입양을 이야기한다.

 

부부 사이에서 입양이라는 말을 먼저 꺼낸 사람은 남편 유병화씨.

 

"연애 끝에 프로포즈하면서 남편이 그러더군요. 결혼하면 자녀수와는 상관없이 입양을 꼭 하고 싶다고. 어린 시절 동네 고아원에서 살던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나중에 커 결혼하면 가정이 없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되어주고 싶다 생각했대요."

 

연애시절 남편의 말에 맹설화씨도 긍정을 했다. 긍정에는 착한 사람의 좋은 생각쯤으로 이해하는 마음이 더 많았다. 입양을 하더라도 내 아이를 하나라도 낳은 상태에서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설화씨는 생각했다.

 

결혼 뒤 부부가 직면한 현실은 불임. 부모가 되길 원하던 오랜 기다림 끝에 맹설화씨는 어렵게 입양에 대한 마음을 열고 남편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결혼 8년째의 겨울 어느 날. 생후 한달 된 아주 작고 예쁜 여자아기가 설화씨의 품에 안겼다. 큰 딸인 하영이였다. 가슴 아파 자식을 얻는 일도 가슴 벅찬 감동임을 경험한 부부는 큰 아이가 다섯 살 되던 2004년 여름 둘째 딸 하늘이를 입양했다.

 

"입양으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부모의 사랑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을 때, 해외로 입양되어 가는 아이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을 때, 괜한 자존심으로 뒤늦게 선택한 것이 오히려 후회가 되던걸요."

 

부부의 품에서 큰딸 하영(9)이는 그림 그리기와 피아노, 책읽기를 좋아하며 장래 선생님을 꿈꾸고 있다. 둘째딸 하늘(5)이는 애교가 넘치고 명랑해 부부의 얼굴에 웃음을 떠나지 않게 한다.

 

"입양은 기쁨과 보람"이라는 유병인·맹설화 부부는 "많은 가정들, 특히 불임가정들이 혈연에 연연하다가 몸과 마음이 상하고 귀중한 시간들을 흘러 버리는 일들을 되풀이하지 말고 입양에 더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반위탁] 가정 지키는 또 하나의 가정

 

 신건랑씨가 일반위탁하고 있는 종민의 키를 재고 있다.
신건랑씨가 일반위탁하고 있는 종민의 키를 재고 있다. ⓒ 윤평호

새 가족과 인연을 맺는 나눔의 길로 '가정위탁'도 있다. 입양이 평생의 나눔이라면 가정위탁은 시한이 좀 더 짧다.

 

이혼이나 질병 등 여러 요인으로 친부모의 양육을 받을 수 없는 요보호아동을 친인척 가정 또는 일반 가정에서 일정 기간 돌보는 것이 가정위탁. 부모의 상황이 나아지면 위탁가정을 떠나 아이는 친가정에 복귀할 수 있다. 아이는 친부모와 연계를 유지하고 부모는 일정 기간 양육의 부담을 덜어 가정해체를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건랑(43·천안시 성정동)씨는 작년 11월부터 일반위탁으로 종민(9·가명)군을 보살피고 있다. 일반위탁은 가정위탁의 한 종류. 가정위탁에는 일반위탁과 대리양육, 친인척 위탁 등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일반위탁은 아동과 혈연관계가 없는 가정에서의 양육을 뜻한다. 대리양육은 아동의 친조부모 또는 외조부모에 의한 양육이다. 친조부모·외조부모를 제외한 다른 친인척이 아이를 돌보는 것은 친인척위탁에 속한다.

 

천안에 소재한 충남가정위탁지원센터에 따르면 3월말 기준해 천안지역은 97명의 아동들이 72세대에서 가정위탁으로 돌봄을 받고 있다. 대리양육이 39세대 57명으로 가장 많고 친인척위탁이 18세대 24명으로 그 다음을 차지한다. 일반위탁은 15세대 16명으로 아직까지 일반인들 참여가 많지는 않은 편.

 

일반위탁은 결혼한 지 3년 이상 된 부부로 자녀출산 및 양육경험이 있는 가정이나 위탁아동을 포함해 아동이 4명 이하인 가정 등이 소정의 교육을 마친 뒤 참여할 수 있다. 신건랑씨도 위탁부모가 되기 전 작년 10월 관련 교육을 이수했다.

 

"일반위탁으로 몇 년째 아이를 보살피는 지인을 통해 가정위탁이라는 걸 알았죠. 친가정은 아니더라도 아이의 성장에 복지시설보다는 가정이 더 낫겠다 싶더라구요. 마침 종민과는 같은 교회를 다녀 알고 지낸 사이여서 위탁을 결심했습니다."

 

종민을 포함해 현재 건랑씨네 가족은 다섯명. 건랑씨와 남편을 종민이는 이모·이모부라 부르고 고2, 중3의 딸·아들은 '누나' '형'이라 부르며 스스럼없이 지낸다. 115㎝, 몸무게 19㎏의 종민이는 지금은 완쾌했지만 한동안 희귀병을 앓아 초등학교 2학년 또래들보다 체격이 왜소하다. 몸은 작지만 건랑씨 가족과 생활하며 성격은 한결 쾌활해졌다.

 

신건랑씨는 "나눔의 마음만 있으면 일반위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주저말고 첫발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성환 충남가정위탁지원센터장은 "한번 일반위탁에 참여한 뒤 나눔의 즐거움에 매료돼 위탁기간이 끝나도 또 다른 아이를 위탁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77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입양#입양의날#가정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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