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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문 낭독중 슬픔에 말문을 잇지 못하는 혜진이 어머니
 발표문 낭독중 슬픔에 말문을 잇지 못하는 혜진이 어머니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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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혜진이 49제날입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하는 부모의 심정이 얼마나 고되고 괴로운지 요즘 뼈저리게 느끼며 하루하루가 10년처럼 길게 느껴집니다. 저와 같은 슬픔을 가지게 되는 어머니가 이 땅에 다시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는 28일 오전 11시 안양시청 3층 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대상 성범죄자의 신상공개 및 사진공개는 물론 누구나 열람토록 하고 추적 장치를 부착하여 행적 감시 등 10개항을 촉구하며 관련 법령의 5월중 국회 통과를 요청하고 나섰다.

특히 이 자리에는 안양초등생 유괴·살해사건 피해자 중의 한 명인 고 이혜진양 어머니 이달순(43)씨도 참석해 "성범죄 피해아동 및 가족에 대한 정신적·육체적 보상을 국가에서 책임져 줄 것과 법의 이름과 언론에서 '혜진·예슬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특단의 성범죄 대책 마련, 정부가 나서라"

이날 기자회견에는 안양시여성단체협의회 박정례 회장 등 23개 여성단체들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범죄자 관련법 개정 촉구 성명'을 통해 더 이상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아동대상 성범죄자에 대해 신상·사진공개 및 추적장치 부착, 형기 중(교도소내에서) 강제 심리치료 및 출소후 관리대책 마련, 벌금형 삭제 및 실형 선고, 감형·가석방·집행유예의 선고불허를 요구하고 모든 성범죄자들을 중형으로 다스릴 것을 촉구했다.

또한 성범죄 피해아동 및 가족에 대해서는 정신적·육체적 치료를 위한 수단 강구, 흉악범에 의해 희생된 어린이의 장례비와 유족보상을 국가 부담해 줄 것도 요구했다.

성명서를 낭독한 여성단체협의회 박정례 회장은 "특히 우리 안양이 마치 범죄가 많은 도시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이 성명서의 내용이 반영된 법령이 5월중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도록 해달라"고 관계기관과 국회에 촉구했다.

 성범죄 관계법령 개정 촉구 기자회견
 성범죄 관계법령 개정 촉구 기자회견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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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혜진양 어머니 이달순씨는 기자회견에 참여한 입장에 대해 "모든 부모가 그렇듯 저 또한 혜진이를 가슴으로 낳았고 너무도 억울하게 자식을 잃은 처절한 심경을 세상 모든 이들에게 전달하여 다시는 절망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이다"고 말했다.

이씨는 "혜진이 찾기 운동부터 장례식에 이르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안양시민과 고통을 함께해 주신 국민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일 실종어린이 가족들이 겪고있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건의하고자 청와대를 방문했으나 대통령 면담을 하지 못했다"면서 "실종아동 전담반 즉각 설치, 성범죄 피해아동 및 가족에 대한 정신적·육체적 보상을 국가에서 책임져 줄 것과 법과 언론에서 '혜진·예슬법'이란 말은 사용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다.

이혜진양 부모인 이창근·이달순씨는 지난 23일 오후 전국미아ㆍ실종가족찾기 시민모임(대표 나주봉) 주최로 청와대 인근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아동범죄 피해자 및 실종 가족들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었다.

이달순씨는 기자회견후 안양시청 강당에서 안양시 녹색어머니연합회 주최로 열린 '성범죄 관계법령 개정촉구 및 대책마련 결의대회'에 참석해 '혜진 엄마가 드리는 글'을 낭독해 참석한 어머니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이씨는 "자식은 희망이고 재산이다"면서 "이제 우리 아이들을 우리가 지켰으면 한다.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라는 생각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내 가정만 돌보는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울타리 없이 이웃과 함게 하며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국회·경찰·학교 그리고 모든 부모들이 함께 나서 성범죄자가 이 땅에 발붙일 수 없도록 제도를 마련해 달라"며 "유난히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던 우리 혜진이가 하늘나라에서라도 즐겁게 노래하고 편안히 웃음지을 수 있도록 간절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 지키기에 이웃이 함께 관심을 갖자"

 혜진 엄마가 드리는 글 낭독에 눈시울 붉히는 어머니들
 혜진 엄마가 드리는 글 낭독에 눈시울 붉히는 어머니들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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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법무부는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사건과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사건을 계기로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폭력범죄 후 살해한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의 중형으로 처벌토록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17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동을 상대로 강간·유사성교행위·강제추행 등 성폭력범죄를 범행을 범하고 살해한 자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등 관련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28일까지이며,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안으로 확정된 후 국회 의결과정을 거쳐 공포된다.

특히 (가칭)'혜진·예슬법' 명칭 사용과 관련 법무부가 발표한 법안개정 입법예고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라 명시돼 있으나 언론에서 미국 같은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자주 보도되면서 그동안 통상적으로 불려져 왔다.

더욱이 정부의 경우 지난 15일 '임시국회 법률안 처리 대책 마련' 법제처 브리핑에서 "일명 혜진이·예슬이법이 되겠다" 말하고,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 23일 "이른바 혜진·예슬법이라고 하죠?"라고 말하는 등 각 부처에서도 '혜진·예슬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안양#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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