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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혁신도시 계획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참여정부 때는 각 부처에 혁신도시 추진을 다그치던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에서는 혁신도시의 타당성이 부풀려졌다고 슬쩍 자료를 흘리며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도 여기에 뒤질세라 연일 혁신도시 재검토설을 흘리더니 급기야는 대통령 방미 중에 혁신도시 재검토를 공식화했다. 그러다가 부산, 대구 등의 지역 여론이 비등하자 재검토가 아니라 보완이라고 살짝 발을 빼고 있다. 여기에 메이저 언론은 군불을 지피며 혁신도시 취소를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다.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의 대승적 결단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추진되고 있는 공동혁신도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인센티브는 주지 못할망정 쪽박을 깨려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말대로 재검토가 아니라 보완이라고 해도 이명박 정부가 한전, 가스공사 등 국가의 주요한 자연독점산업을 민영화한다면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는 빈 껍데기만 남게 된다.

 

공기업은 악이고 민영화는 선?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민영화를 추진하는 논리는 공기업은 악이고 민영화는 선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과연 그럴까?

 

전력산업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 현재 한국전력은 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국의 전기요금은 전력산업이 민영화된 일본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자원이 풍부하고 에너지 요금이 저렴한 미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그리고 포스코(POSCO)도 '국민의 정부' 시절 소유가 분산된 상태로 민영화됐지만 공기업일 당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었다.

 

이러한 한전의 값싼 전력요금과 포항제철의 질 좋고 값싼 철강제품 때문에 우리 한국의 조선산업, 자동차산업, 전자산업, 기계산업 등이 현재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 경제학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면 민간기업의 경쟁력은 어떠한가? 우리 한국은 IMF 경제 위기시 대우그룹이 몰락하고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이 부도가 나고 대부분의 시중 은행과 종금사들이 부도가 났다. 그리고 이러한 부도난 민간 재벌기업들과 시중 은행들은 정부가 공기업화해 경영을 정상화시켜 놓았다. 이래도 공기업은 악이고 민영화는 선인가? 세계적인 자동차기업 폭스바겐은 독일 니더작센 주 정부가 최대 주주인 공기업이다.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 전력 사태, 잊었나

 

이제 전력, 가스, 상하수도 등 주요 네트워크 산업이 과도한 규제완화와 민영화의 폐해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긴장시켰던 '2001년 캘리포니아 전력사태'를 보자.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기요금의 인하를 가져온다는 목표 아래 전력산업에 대한 규제의 대폭 완화, 경쟁체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을 1995년 말에 통과시켰다.

 

그러나 전력회사들은 소비자요금이 규제되어 높은 전력요금을 받을 수 없자 전력거래소에 전력공급을 중단하여 캘리포니아 전력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결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소비자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으며 현재까지도 전력회사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흔히 민영화의 모범사례로 제시되는 영국의 경우도 1993년 철도를 민영화하고 철도노동자 파업 등 난장판이 일어나자 2002년 철도를 재국영화하고 말았다. 볼리비아는 코차밤바 상수도 시스템이 1999년 미국의 벡텔에 넘어간 직후 수도요금이 세배로 뛰면서 급기야 폭동이 벌어졌고 결국은 다시 국영화되고 말았다. 우리 한국도 환경부가 '물산업 지원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상하수도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의 생활현실을 한번 들여다보자. 우리 한국의 가정용 난방요금은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공급하는 도시가스가 가장 저렴하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저렴한 것이 공기업인 한전이 공급하는 심야전기이고 가장 비싼 것이 민간 대기업 정유회사들이 공급하는 경유다.

 

그런데 한국가스공사와 한전을 민영화하면 에너지의 질에 따라서 연기도 없고 냄새도 없는 전력요금이 가장 비싸질 것이고 그 다음으로 비싼 것은 연기가 거의 없는 도시가스 요금일 것이다. 그리고 시커먼 굴뚝이 필요한 경유가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혁신도시 성공의 열쇠는 공기업 민영화 철회

 

이명박 정부는 생활물가를 안정시켜 서민들의 삶을 보호한다며 55개 품목의 물가관리를 정부가 직접 하고 있다. 공공요금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민간기업이 공급하는 품목의 물가는 관리가 되고 있지도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전력이나 가스 등 자연독점 네트워크 산업을 민영화하면 그 요금은 폭등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이명박 정부가 서민들을 위한 정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여기서 민영화에 대한 경제학적 논쟁을 말하지는 않겠다. 예컨대 국가의 역할, 정부실패, 시장실패, 주인-대리인 문제 등 숱한 논쟁이 있지만 지면의 한계로 경제학적 논의는 뒤로 미루겠다. 단 한마디만 말하겠다. 주인-대리인 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 대표 재벌기업인 삼성문제를 예로 들겠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삼성그룹의 지배권은 미미한 지분을 가진 이건희 회장 일족이 100%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나머지 다수의 기관투자자 내지 소액주주는 삼성 이건희 일족의 비자금 조성, 경영권 승계 등에 아무런 견제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글로벌 삼성도 이처럼 심각한 주인-대리인 문제가 발생하는데 공기업의 주인-대리인 문제만 왜 논의되어야 하는가? 이래도 공기업은 악이고 민영화는 선인가?

 

필자는 공기업에 대한 여러 가지 경제학적 논쟁을 검토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공기업은 보다 많은 일자리, 보다 높은 총수요, 보다 낮은 물가 상승률, 유치산업에 대한 수요창출, 사기업의 투입물 가격 하락 등의 외부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래도 한전을 민영화할 것인가?

 

우리 대한민국은 국토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다. 이 말은 전력계통으로 보자면 남한만으로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한전을 민영화하면 남한 내에서 민영화된 전력회사가 전력공급을 중단한다면 남한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민영화된 전력회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외국에 전력공급을 원천적으로 요청할 수 없다는 말이다.

 

혁신도시는 보완되어야 하고 공기업 민영화, 특히 한전 민영화는 철회되어야 한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덧붙이는 글 | 정범도 기자는 광주광역시 환경시설공단 상임이사입니다. 


태그:#혁신도시, #공기업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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