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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경부운하) 사업이 18대 국회의원 선거를 거치며 일단 한풀 꺾인 상태다.

 

대운하 건설의 수장 역할을 했던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고배를 마셨다. 이에 반해 운하 반대를 기치로 내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당선됐다.

 

이는 마치 대운하를 반대하는 여론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지금 양상의 전주곡에 비유됐다. 게다가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 의장은 최근 청와대 발(發) '6월 대운하 특별법'에 대해서 금시초문이라며, 국민 동의 없는 특별법 추진에 대해 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한나라당, '일단 꿩 대신 닭' 전술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인운하가 경부운하의 시험대로 거론되고 있다. 당장 경부운하를 추진하기에는 여론이 좋지 않자 이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경인운하를 시범적으로 진행한 뒤, 여론을 살펴 대운하 추진으로 확대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계획이 알려지면서 경인운하가 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국토해양부 건설수자원정책실은 경인운하를 올해 말 착공하겠다는 시간표까지 내놓았다. 국토부는 조직 기구 안에 '경인운하 담당'을 배치했고, 3427억원의 추가 예산도 배정해놓은 상태다. 이대로라면 경인운하 추진은 '당연지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황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지난 29일 '운하백지화국민행동' 인천본부가 발족, 이명박 정부의 운하프로젝트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인운하 발상, 홍수 피해 막는 굴포천 방수로에서 시작

 

이른바 경인운하 사업이란 호우 시 굴포천 범람을 막고자 만든 굴포천 방수로를 지금보다 폭을 넓히고 수심을 더 깊게 해 3.8㎞ 떨어진 서울 강서구 개화동 행주대교 옆 한강까지 총연장 18㎞ 뱃길을 내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굴포천 방수로는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경인운하의 발상은 굴포천 일대 부평과 계양지역에 상습 폭우로 홍수 피해가 자주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해 방수로를 내자는 데서 비롯됐다.

 

굴포천 유역 일대는 해발 10m 이하 저지대로, 여름 장마철이면 굴포천 수위가 한강 수위보다 낮아져 한강으로 자연 배수가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부평구청 인근까지 물에 잠길 정도였다.

 

그러자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자들이 이 지역 주민들에게 방수로를 내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공약 사업은 인천시 서구 시천동에서 계양구 귤현동에 이르는 14.2㎞ 구간에 폭 40m 인공 물길을 만들어 집중호우가 내리면 굴포천 물이 방수로를 통해 바로 인천 앞바다로 흘러들게 하는 것으로, 총 공사비가 2455억원에 달했다.

 

이후 1991년 수자원공사가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와 함께 '굴포천 유역 종합 치수사업' 보고서를 내면서 폭 80m짜리 대형 물길 조성(안)을 채택했다. 이조차 원래 공사비가 3934억원이었지만 나중에 1조 8249억원짜리 초대형 공사로 변했고, 단순 방수로는 물류·관광 기능을 합친 운하로 탈바꿈했다.

 

환경단체 "제2의 시화호" 경고로 2004년 중단

 

이에 환경단체들은 제2의 시화호가 될 것이라며, 경인운하 계획을 반대했다. 인공 물길이기 때문에 수질오염은 불 보듯 뻔하고, 수심을 더 깊게 하면 지하수를 빨아들이게 돼 지하수 고갈 위험성이 있는 데다, 주변 토질 역시 악화되며 인천 갯벌도 오염된 물이 흘러들어 엉망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이 주장은 설득력을 얻어 경인운하 사업은 지난 2004년 7월 중단됐다.

 

이후 찬반논쟁이 엇갈리자 건교부에서 2005년 2월 찬성 측 6인과 반대 측 6인으로 구성하는 '굴포천 유역 지속가능 발전협의회'를 제안, 협의회가 꾸려졌다. 과반수 이상이 나오면 경인운하를 추진하고 과반수 이하로 나오면 경인운하가 아닌 현 방수로를 생태하천으로 기능케 하겠다고 구성된 협의회는, 지난 2006년 과반을 묻는 표결에 찬성 측이 불참하면서 그 기능을 상실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등장하면서 다시 술렁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면서 굴포천 유역은 다시 술렁이고 있다. 더구나 경인운하를 경부운하의 시험대로 삼겠다고 나서 그 파장이 더욱 크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인천에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한 운하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가톨릭환경연대·인천환경운동연합·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인천녹색연합 등 인천의 대표적 시민단체들이 망라된 '운하백지화국민행동' 인천본부가 지난 29일 발족했다.

 

인천지역 32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운하백지화국민행동' 인천본부는 발족을 알리며, 이렇게 못 박았다.

 

'운하가 건설되면 한강과 쓰레기 매립지 오염물질이 운하로 유입돼 부영양화로 생태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 더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인운하는 바다모래나 컨테이너 수송이 아닌 수도권 쓰레기를 운반하기 위한 운하다. 서울터미널에서 인천터미널로 쓰레기를 수송하기 위해 물길을 열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권창식 '운하백지화국민행동' 인천본부 사무처장은 "운하는 투자액에 비해 도로·철도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또한 굴포천 방수로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덧붙여 "반생명적인 경부운하에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고, 경인운하도 마찬가지다. 경부운하에 반대하면서 경인운하에 찬성하는 지역 정치인의 이중적인 태도와 경인운하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적극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ㆍ9 총선에서 민주당은 경인운하 조속 추진을 당론으로 표방했으며, 이에 반해 민주노동당은 경인운하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분명히 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인운하, #굴포천방수로, #굴포천, #운하백지화국민행동 , #부평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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