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어렵다고 한다. 설 자리도 좁고 인정해 주는 이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필요하다고 한다. 혹자는 지방자치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 지역신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역신문이 왜 필요하고 얼마나 어려운지 또, 무엇이 필요한지 그들에게 들어본다. 지난 4월 29일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시티뉴스> 고승선(46세) 대표기자를 만났다. <시티뉴스>는 지난 200년 2월에 창간됐다. -기자주-
"지원을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법을 만들면 됩니다. 그래야 공정하고 자연스러운 입장에서 주민들 알권리를 위해 일 할 수 있습니다."
고승선 대표기자는 지역신문이 발전하려면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 편집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전적으로 공감되는 이야기다. 몇푼 지원해 주고 편집권을 흔든다면 기자들이 할 말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시티뉴스>는 하남시청과 큰 갈등을 겪고 있다. 취재 활동에 꼭 필요한 보도 자료도 끊긴지 오래고 웬만한 지역신문들은 다 받고 있는 시청 광고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초에는 김황식 하남시장으로부터 고발도 당했다. 기사 전체도 아닌 기사에 있는 내용 중 일부분이 문제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다행히 고발 건은 검찰에서 무혐의 판정났다.
"기사마다 한두 줄씩 문제 삼아 고발했습니다. 언론중재도 거치지 않고 직접 검찰에 고발 한 것이죠. 하남 화장장 문제 때문입니다. 2006년 김 시장 취임 이후 화장장 문제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취재해서 기사화 했거든요. 화장장 정책 누수와 절차상 비민주성을 나름대로 지적했습니다. 아마 이것이 시장 눈 밖에 난 모양입니다."
고 기자는 이렇게 말하며 "김황식 시장은 '악의적인 언론탄압'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시티뉴스>에 대한 음해 공작도 있었다고 전한다. 지난 2007년 1월, 시장 측근인 임문택 하남시의회 부의장이 주민 윤아무개씨에게 "<시티뉴스> 기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허위사실을 말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전한다.
당시 주민 윤씨는 마을공동 구판장 인·허가를 내려고 하던 중이었다. 임 부의장은 인·허가를 미끼로 윤씨를 이용, 시정에 비판적인<시티뉴스>를 음해하려 했던 것. 하지만 윤씨의 양심선언으로 음해공작은 불발됐다.
임 부의장 협조요청에 윤씨가 "있지도 않은 사실을 어떻게 말할 수 있느냐"며 거부하자, 이후 윤씨가 운영하는 업소에 계고장이 발부됐다. 이를 계기로 검찰에서 수사협조 명목으로 윤씨를 소환하려했고 윤씨는 수사협조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소환을 받고 소환이유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수사협조' 건으로 검찰에서 부른다는 사실을 윤씨는 알게 됐다. 그 과정에서 윤씨는 임 부의장이 거명했던 <시티뉴스> K기자와 J기자, 그리고 K일보 기자에게 임 부위장이 사주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로서써 <시티뉴스> 음해공작이 세상에 알려졌던 것.
임 부의장은 이 사실을 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부인한 것으로 전한다. 임 부의장은 2007년 12월 주민 소환 투표에서 93.6% 소환 찬성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지난 2007년 12월 12일에는 폭행사건도 있었다. 김영수 <시티뉴스> 기자가 오전 10시 30분께 주민소환투표 취재과정에서 시장 측근으로 알려진 박모씨로 부터 뒷머리채를 잡혀 땅바닥에 넘어지는 등, 진단 3주에 해당하는 폭행을 당했다. 당시 김 기자를 폭행한 박씨는 "취재기자인줄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한다.
인터뷰는 <시티뉴스> 본사에서 이루어졌다. 다음은 고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 앞으로 시청과의 관계 어떻게 정립해 나갈 생각인가? 살풀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질문에 동의 못한다. 그동안 해왔던 대로 언론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할 것이다. 관계가 좋아지려면 김 시장에 그동안 비판적 언론에 재갈 물리려 했던 것 철회하면 된다. 우린 시민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할 뿐이다. 언론 역할 중 감시와 견제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것이 <시티뉴스>와 언론이 가야 할 길이다."
- 지역신문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중앙언론이 놓치는 부분을 지역 언론이 담당해야 한다. 지역도 작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 미세한 혈관까지 감시, 견제하는 것이 지역언론 역할이다."
- 어떤 계기로 지역언론 시작하게 되었나? 살아나기 어렵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처음에는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 99년에 온라인 생각했다. 종이신문 시대 끝났다고 생각했다. 온라인은 저비용 고효율이기에 새로운 패러다임이고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자신도 있었다. 특히 정보력에 자신이 있었다. 중앙언론에 비해 하남시 자체 정보에서만은 앞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재정문제는 어떻게 극복했나?(8년된 신문사 치고는 사무실이 지나치게 허름했다. 재정적 어려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답변이 간단해서 조금 실망했다. 참고 견뎌야 한다는 대답이었다)
"없으면 굶어야지 뭐 별수 있나. 도움의 손길도 있었고 집 평수 줄이는 일도 있었다."
- 힘들었던 얘기만 들었다. 보람 있고 기뻤던 적은 언제였나?
"어려움 당한사람들이 최종적으로 찾은 곳이 <시티뉴스> 였을 때 기쁘다. 지역에서 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든다. 지금은 시민제보가 많은 편이다. 그만큼 우리를 믿는다고 생각하면 힘이 난다.
<시티뉴스> 장점은 귀뜸만 해주면 성실히 취재해서 기사화시킨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에는 17대 국회의원 선거법 위반 사실 끈질기게 취재 하고 보도해서 의원직 잃게 한 적도 있다. 황포돗대 제작 기능보유자 배 만드는 과정 기사화한 적 있다. 이 기사가 중앙언론에 퍼져서 이 분이 굉장히 유명해 졌다. 그때 '생명의 은인'이라는 말을 그 분에게 들었다. 감격했다. 화장장 문제 가지고 지금까지 약 250꼭지의 기사를 썼다. 이것만 모아도 화장장 문제 백서가 될 것이다. 이것도 보람 있는 일이다."
- 정보력에 자신이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하면 정보력을 가질 수 있나?
"길목을 지켜야 한다. 쫓아가면 항상 늦다. 취재원을 확보하고 그들과 항상 좋은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적은 인력으로 효과적인 취재를 할 수 있다. 또, 취재원들에게도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정보도 기브미 테이크 원리가 작동한다. 일방적으로 달라고만 하면 안된다. 이것이 <시티뉴스> 정보력 실체다. 기자는 정보력이 생명이다."
- 8년간 인터넷 지역 언론을 했으면 '형님뻘'이다. 후배 지역언론 기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역 언론 기자는 지역에서 만큼은 명함이 필요 없어야 한다. 얼굴이 곧 명함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부지런히 발로 뛰고 기자근성 키워야 한다.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또,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내가 모르는 일이 다른 지역 신문에 오르면 자존심이 상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지역신문이 살아나갈 길은 지역전문가가 되는 길이다.
기사가 흡인력이 있어야 한다. 흡인력이 없으면 독자가 모이지 않는다. 시장에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물건 진열해도 팔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문제 각 언론사에서 고민해야 한다. 신문사는 독자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전제하에 다양한 컨텐츠가 필요한 것이다. 각 신문사 장점 최대한 살려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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