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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를 포함해 수자원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수자원학회가 30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대운하 심포지엄을 열고 대운하 건설에 따른 영향 등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수자원학회는 수자원 및 하천공학적 측면에서 대운하 건설을 둘러싼 주장들에 대한 검증에 나섰다.

6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6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따른 수자원 현안(여운광 명지대 교수) ▲주운용수의 확보 필요성과 공급방안(이재응 아주대 교수) ▲운하건설에 따른 홍수영향분석(전경수 성균관대 교수) ▲운하건설과 관련된 수리학적 검토(한건연 경북대 교수) ▲대운하건설에 따른 상수도 영향 검토(최승일 고려대 교수) ▲운하건설에 따른 생태환경 변화 및 영향(최흥식 상지대 교수) 등 6개 소주제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심포지엄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대다수 "대운하 건설은 성급하게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주운보 설계·운용 적절히 이뤄진다면 홍수 위험 낮아진다?

전경수 교수(한국수자원학회 편집위원장)는 "지금까지의 홍수위를 적용해 가상 시뮬레이션한 결과 운하 건설 후의 홍수위는 건설 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하강하며 특히 보의 직하류부는 하상 준설에 따른 홍수위 감소효과가 현저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전경수 교수(한국수자원학회 편집위원장)는 "지금까지의 홍수위를 적용해 가상 시뮬레이션한 결과 운하 건설 후의 홍수위는 건설 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하강하며 특히 보의 직하류부는 하상 준설에 따른 홍수위 감소효과가 현저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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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전경수 교수(한국수자원학회 편집위원장)의 운하 건설에 따른 홍수영향분석과 최승일 교수(전 대한상하수도학회장)의 상수도 영향검토가 눈에 띄었다.

전 교수는 "지금까지의 홍수위를 적용해 가상 시뮬레이션한 결과 운하 건설 후의 홍수위는 건설 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하강하며 특히 보의 직하류부는 하상 준설에 따른 홍수위 감소효과가 현저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그는 "보의 예비방류 효과는 홍수 초기에만 제한적으로 나타난다"며 "적절한 주운보의 설계와 운영으로 전 구간에 대해 홍수위를 낮추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동보 수문 운용에 대한 상세 규정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 교수는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홍수폭탄론'은 실체가 없다"며 "수자원에 관해 비전문가인 이들은 자신이 아는 것만 말해야 한다"며 "소모적인 찬반논쟁으로 인해 전문가들과 학자들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추진 측은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반대 측은 논리와 수치로 추진 측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학술적, 기술적 사실이 왜곡될 때 수자원 전문가들은 입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발표 이후 가진 종합토론에서 "항행일수나 선박의 톤 수도 정확히 결정되지 않았고, 수심도 9m에서 6m로 바뀌었다"며 전 교수의 시뮬레이션에 사용된 수치들의 불확실성을 지적하고 "섣불리 홍수위 감소를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교수는 "이미 추진 측이 밝힌 건설안대로라면 20m 이상의 댐 수준의 보가 건설되고 수몰지역도 발생한다"며 "준설을 통해 홍수위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홍수위 감소를 단정할 경우 오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 국가상하수도 학회장, "대운하 건설, 신념과 신앙으로 밀어붙여서 안돼"

30일 오후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수자원학회의 대운하 심포지엄에는 600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해 심포지엄이 진행된 6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30일 오후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수자원학회의 대운하 심포지엄에는 600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해 심포지엄이 진행된 6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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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가상하수도학회장이었던 최승일 교수는 "한강유역과 낙동강유역을 통틀어 전국의 취수용량이 22859톤"이라며 "대운하 건설로 인한 상수도 공급은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운하 연구회에서는 저수량의 증가로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며 그 예로 한강과 북한강의 수질이 개선되고 있음을 예로 들었지만 그 정도로 수질개선을 이루기 위해 10조 이상의 돈을 썼기 때문에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람들은 식수 문제에 대해 과학적·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접근한다"며 "미국에서 화장실물을 정수해 식수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지만 사람들에게 그냥 물과 정수한 물을 선택하게 했을 때 아무도 정수한 물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대운하 건설 추진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최 교수는 대운하 건설 추진 측이 내놓은 취수원 이전 및 강변여과 등 간접취수 등의 대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최 교수는 "지난 2005년 영등포 정수장의 낙후로 고도정수처리 시설 착공을 계획 중일 때 서울시장에 재직 중이던 이 대통령이 강변여과수 방식을 언급해 몇 년간 실험해봤지만 양수량이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등 취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폐기했다"며 "강변여과 등 간접취수방식을 택하고자 할 때는 장기양수시험이 필수적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 교수는 "대운하는 국가의 백년대계이기 때문에 조급한 착공과 건설은 지양해야 한다"며 "'될 것이다' '가능하다'는 신념과 신앙을 가지고 밀어붙여서는 안 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갑수 대한환경공학회장은 종합토론에서 "취수원의 다변화는 바람직하지만 운하건설 추진 측에서 취수원 이전과 강변여과 방식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최 교수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특히 "서울 및 경기도 지역민의 취수원을 북한강으로 옮기자는 것은 하류의 하천들을 건천화시키고 중간에 위치한 댐들을 죽이는 것"이라며 대운하 건설 추진 측을 비판했다.

또 "낙동강 폐놀 사태 이후에도 이번 암모니아 사태 등 매번 수질악화 사고가 발생했다"며 "수질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운하 건설은 정말 시간을 두고 신중을 기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근거자료 제시하지 않아 뜬 구름 잡는 토론 이어진다" 


30일 열린 한국수자원학회 대운하 심포지엄에서는 전 국가상하수도학회장, 한국하천협회 회장,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 자연재해저감산업협회장 등 수자원 관련 원로 및 교수들이 모두 모였다.
 30일 열린 한국수자원학회 대운하 심포지엄에서는 전 국가상하수도학회장, 한국하천협회 회장,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 자연재해저감산업협회장 등 수자원 관련 원로 및 교수들이 모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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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에 모인 전문가들은 모두 입을 모아 "정부가 어서 빨리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인 계획 등을 내놓지 않는 한 전문가들의 분석이 '뜬 구름 잡는 식'이 될 수 있다고 경계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에서 인용된 대다수의 수치들은 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펴낸 책 <한반도대운하는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물길이다>에서 인용됐다.

첫번째 발표자였던 여운광 교수는 "이 책자는 당시 대통령 후보를 돕기 위해 일부 학자들이 각자가 속한 전문분야에서 관련연구결과를 모아 대선직전 펴낸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정치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부는 구체적인 근거자료 제시와 함께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종합토론 후 심명필 한국수자원학회 회장은 "한반도 대운하는 기존의 수자원 및 하천시스템에 대대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사업인데도 운하의 경제성과 환경성 위주로만 찬반논쟁이 치우쳐 왔고 수자원 관련 문제들에 대해서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이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며 "오늘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전문가들의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학회원이 30000여명이 넘는데다 긍정과 부정 한쪽으로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찬반은 가능한 한 유보한다"며 "그러나 찬성과 반성을 떠나 전문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태그:#대운하, #한국수자원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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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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