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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전 원도심(대전역~도청 사이 일대)이 달라지고 있다. 미술·사진작품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에서부터 고품격 문화카페까지, 다양한 문화공간을 갖춘 ‘문화의 거리’로 변신을 시도 중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2004년에 설립된 시민단체 '대전문화연대'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대전문화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선건 충남대 교수를 만나 지역문화의 현실과 과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대전은 도시규모에 맞는 문화생산과 문화향수의 기회가 빈약해요. 서울과 가깝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이점은 오히려 지역성을 희석시켰습니다. 문화가 서울에 종속되어버린 것이죠.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서울의존의 문화소비구조가 대전의 문화환경을 더욱 척박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가령 전주의 경우, 대전보다 도시규모는 작지만 지역문화의 특색을 갖고 있다. 비교적 서울과 멀리 떨어져 문화의 분권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과 가까운 대전은 문화가 자생적이지 못하다.

 

"대전만의 특색 있는 문화가 없습니다. 이는 지역문화를 표출할 수 있는 문화공간의 부재로 잘 드러납니다. 대전에 딱히 문화, 예술의 거리라고 할 만한 곳이 있을까요? 최근 원도심 일대에 문화공간들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아직 미약합니다.

 

지역출신 작가들조차 문화활동의 기회가 풍부한 서울로 떠나는 실정입니다. 시민들이 공연이나 전시회를 보기 위해 서울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고요. 이렇듯 문화를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보니 시민들의 문화향유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까지 대전은 양적팽창만 했을 뿐 문화여건의 수준은 광역시임을 무색하게 합니다."

 

김 대표는 지역문화 활성화의 가능성으로 원도심을 주목한다.

 

"원도심은 대전의 근대적성장과 역사를 함께 했던 곳입니다. 대전 시민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죠. 최근에 생긴 갤러리 외에도 화랑거리, 재래시장 등 문화적 볼거리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현재 둔산 신도심지역으로 도시의 중추기능이 빠져나간 만큼 원도심의 문화적 특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의 인사동처럼 말이죠." 

 

현재 문화연대 주최로 '원도심에서 만나요(4. 19~5. 31)'라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시민들이 원도심의 문화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대전의 대표적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전이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공간만 생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에요. 문화예술가들이 지역에 자리를 잡아야하고 시민들의 의식도 성숙되어야하고... 여러 조건들이 갖춰져야 합니다. 다만 문화정책 담당자들의 마인드가 바뀐다면 이러한 변화들이 빨라질 수 있어요."

 

김 대표에 따르면 일부 문화정책이 시민참여가 배제된 채, 관 주도로 집행된다고 한다. 그 예로 옛 중구청 터에서 진행되는 공원조성사업을 들었다.

 

"현재 이곳에는 불필요한 인공폭포와 상가건물이 지어지고 있어요. 시민들이 와서 편히 쉴 수 있고 자유롭게 공연과 전시도 할 수 있는 광장의 형태가 더 바람직합니다. 그래서 중구청에 연대의 의견을 제출해보고 토론회 개최를 통한 시민들의 여론도 환기시켜봤습니다. 그럼에도 공청회와 같은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공무원들의 문화적 역량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겠죠? 이런 게 바로 문화권력입니다."

 

지역문화에 대한 대전시의 재정적 지원과 문화재단 설립도 강조하였다.

 

"시에서 편성한 문화예산도 너무 적어요.(2008년도 113억원. 구성비 6.6%) 척박한 지역 문화여건을 개선하려면 재정적 지원이 충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지방정부 차원의 문화재단 설립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재원조달방식으로 지역예술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합니다."

 

문화재단 설립은 지역문화예술계의 숙원사업이다. 문화연대는 시민 토론회와 타 단체들과의 연합을 통해 대전시에 강력하게 건의해 나갈 계획이다. 

 

끝으로 대전이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시민들의 역할을 당부했다.

 

"현재 지역 곳곳에 문화공간이 생겨나고 있는 만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매우 중요합니다. 직접 와서 보고 즐기시길 바랍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구입도 하시고요. 어려운 여건에 있는 지역작가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아하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전문화, #대전문화연대, #지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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