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인 5월1일 오전, 강원도 속초에 사는 친지를 만날 일이 찾아가는 길은 날씨가 따뜻하여 초여름을 방불케 했다. 승합차의 창문을 열어젖히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달리는 길이 마냥 시원하고 좋다.
비슷한 또래의 일행들 다섯 명은 너나할 것 없이 기분이 매우 좋았다. 반가운 친지를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인데 날씨까지 청명하여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결이 그렇게 싱그러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완전히 초여름 날씨구먼, 저 하늘 좀 봐? 맑은 하늘에 흰 구름까지 두둥실 떠 있으니 마치 가을하늘 같은 걸.”
모두들 창밖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모두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뭉게구름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라 뭉게구름을 보며 상상의 날개를 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국도를 타고 달리다보니 홍천을 지나면서부터 녹음 짙은 산봉우리 너머로 바라보이던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이 설악산 한계령에 이를 때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어떤 구름은 산과 산 사이의 골짜기 위로 피어오른 것도 있었고, 어떤 구름은 골짜기에서 봉우리와 얼굴을 마주 보는 형상도 있었다.
뭉게구름의 모양도 다양하다. 사람의 얼굴모양이 있는가 하면 머리를 산발한 귀신 같은 모습도 보인다. 털 복숭이 강아지 모습도 보이고 솜사탕 같은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모두들 나이가 들어서인지 상상하는 모습이 단조롭다.
어린 시절의 그 무한했던 상상력은 모두 사라져버린 모양이었다. 그래도 모처럼 맑은 날씨에 피어오른 뭉게구름들이 초로의 할아버지들을 어린 동심으로 이끌어 너나없이 소년으로 되돌아간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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