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다들 먹었어?"
일순간 조용해진 가운데 뒤쪽에서 남학생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린다. "네!"
"지금 대답한 학생은 무슨 과인가?"
"사체과입니다."
"자네 내릴 때 맥주 피쳐 한 병 받아가게."
"오~" 버스가 술렁인다.
"어제 막차 탄 학생 혹시 여기 있나? 내가 어제도 대답 잘 한 여학생 3명한테 내릴 때 맥주 한 캔씩 챙겨줬어."
버스에 탄 학생들은 그제 서야 웃기 시작한다. 아저씨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나이트에서나 나올 법한 빠른 템포의 음악을 튼다.
이 풍경은 MT 가는 버스 안의 모습이 아니다. 충남대학교 교내 셔틀버스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이다.
충남대학교는 규모가 전국의 대학교 중 세 번째로 크다. 학교 안으로 시내버스가 다니고 15분 간격으로 학내를 순환하는 셔틀버스가 있다. 이 셔틀버스가 없으면 학생들은 이동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학내에 순환버스가 생긴 지는 오래되었지만 지금처럼 기사와 학생들이 웃고 떠드는 버스는 올해 새로운 업체에서 버스가 들어온 후부터이다.
버스기사 박상옥씨는 가끔 '야타'도 한다. 정류장이 아니라 버스가 지나갈 때 버스를 바라보고 머뭇거리는 학생들이 있으면 차를 세우고 "학생 타고 가!"라고 외친다.
학생들은 보통 짧게는 1~2분, 길게는 10분 정도 버스에 머물게 된다. 짧게나마 이 버스를 타게 되면 학생들은 내릴 때 모두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게 된다.
"요즘 버스 지나다닐 때 손 흔들어주는 학생들이 없는 것 같아 심심해. 앞으로 길가다 버스 지나가면 손도 좀 흔들어주고 그래."
"네" DJ버스가 낯설었던 학생들도 곧 아저씨의 입담에 동화되어 모두 큰소리로 대답한다.
그의 센스는 단지 유머에서 끝나지 않는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세울 때마다 학생들에게 자상한 아버지처럼 말한다. "자기 물건 잊지 말고 챙겨요."
남들은 우리학교에 처음 오면 "학교가 커서 좋겠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건 다녀보지 않은 이들의 말이다. 열심히 걸어도 수업시간에 지각하기 일쑤이며, 여대생의 자존심이라는 하이힐은 엄두내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제 누군가 "학교커서 좋겠다"고 말한다면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다. "응. 우리학교엔 DJ가 운전하는 셔틀버스도 다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