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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MBC <불만제로>(매주 목요일 오후 6시50분)에선 '폐자재로 만든 소파'에 대한 방송을 했습니다. 저가 소파들이 건축폐자재로 만들어지며 이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인데요. 저는 지금 멀리 중국에 있지만,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저가소파'에 대한 방송이 나갈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와관련 국내소파업체들은 물론, 대형소핑몰 등에서도 대책회의를 하느라 분주하다는 이야기도 접했습니다.

사실 소파에 건축현장에서 나온 폐자재합판을 사용해 온 것은 인터넷쇼핑몰이 생기기 전부터입니다. 폐자재 사용은 국내소파 역사와 함께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다만, 인터넷쇼핑몰이 생긴 이후 모든 제품의 가격이 노출됐고 이는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이어졌고 '폐자재사용'도 당연한 관행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폐자재를 사용해서 줄일 수 있는 금액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4인용소파를 기준으로 1만5000원짜리 12mm 국산정품합판을 구입하면 약 2.5세트 이상의 소파를 만들 수 있는 합판이 나옵니다. 결국 소파 한세트에 들어가는 정품합판비용은 약 5000원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20만원대의 소파의 공장 납품가격이 15만원미만이라고 했을 때 공장입장에서는 약 3%정도의 비용에 불과한 액수입니다. 다만 저가소파에 대한 공장의 마진이 워낙 적기 때문에 그 금액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열악해진 국내소파산업의 현실이 건축 폐자재를 사용하게 만든 부분도 있습니다. 국내의 유명브랜드의 국내제작소파도 직원수 10명미만의 영세업체에서 나옵니다. 인터넷브랜드 역시 직원수 4~5명의 소규모공장 여러 곳에서 생산이 되면서 자체적으로 프레임을 작업하지 않고 소파프레임만 전문으로 만드는 곳에서 구입을 해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소파프레임만을 대량으로 만드는 공장에서는 3만원 전후의 프레임납품가격에서 조금이라도 마진을 챙겨보려고 폐자재를 사용해 왔고 영세한 소파공장에서는 당연히 프레임이 그런 식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사용해 왔던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프레임공장이나 소파공장이 폐자재합판을 사용해서 큰 돈을 벌었나 하면 그러한 상황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폐자재프레임을 사용한 것을 알고 판매한 인터넷소파업체가 그것으로 인해 큰돈을 벌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시멘트가 묻은 소파프레임을 사용할 정도로 양심이 없느냐고 인터넷소파판매업체나 공장을 탓하기에는 너무나 오랜시간 관행처럼 흘러온 것이 폐자재프레임의 현실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늦었지만 <불만제로>방영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저가소파업체와 공장들이 앞으로는 폐자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어차피 돈 5000원의 문제였고 소비자가격에서 5000원만 더 부담을 하면 최소한 폐자재소파는 더이상 발을 붙이지 못할 것입니다. 폐자재소파가 지금까지는 관행이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진짜 양심의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업체의 노력이 추가된다면 더 이상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홈쇼핑업체에서 소파업체들에게 폐자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공문도 보낸 바가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홈쇼핑의 업체에 대한 QC강화와 업체에 대해 무리한 가격인하요구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더 싼 것만을 요구하는 것은 싼게 비지떡일 뿐만 아니라 소파공장처럼 진짜 가진 거 없는 서민들을 쥐어 짜고 그들을 비양심적인 유혹에 흔들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거래처들의 국내소파하청공장사장들은 15~20년 이상 된 소파기술자들입니다. 하지만 공장이라고 해봤자 나이가 50대 된 사장하고 미싱하는 부인, 그리고 보조1~2명이 대부분이고 더 이상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어서 다 무너진 국내소파시장에 남아 있다 보니 저절로 20년짜리 기술자가 되 버린 것입니다.

이번 <불만제로>가 저가소파에 대한 불신과 앞으로의 구매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겨우 자기와 부인 인건비정도 버는 수준으로 입에 풀칠하던 작은 소파공장사장들이 그나마의 생계수단도 잃어 버리게 됩니다. 그들이 단돈 5000원 때문에 양심을 판 것이 아니라 관행 때문이었고 이제 그 관행을 무너뜨린다 하더라도 5000원만 더 주면 비슷하게 저렴한 가격의 소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들도 지금의 싼 가격에 5000원만 더주면 아주 저렴하고 실용적인 국내저가소파들을 계속해서 구입할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직접적으로 국내소파공장에나 소파업체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입장이고 제가 태국이나 중국에서 생산하는 소파는 다른 대부분의 수입소파처럼 정품합판을 사용합니다. 중국이나 태국 등에서는 자재와 인건비가 싸다 보니까 굳이 폐자재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서입니다.

한때는 <타임즈지> '21세기를 이끌 100대기업'에 국내의 소파업체가 이름을 날렸고 우리도 지금의 중국이나 말레이지아, 태국처럼 소파를 전세계에 수출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지난 영광의 뒷 길에 마지막 남은 영세한 국내소파 공장들이 작게나마 국내의 저가소파시장을 이끌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제 생각입니다.

올해 여러가지 이유로 경제가 더 나빠졌고 가구시장 중 특히 인터넷소파시장은 작년대비 30~40% 매출이 급감했습니다. 홈쇼핑업체가 주도해 확인된 제품들은 정자재사용소파라고 인터넷상에 표기하여 더 이상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없도록 하고 공장들 역시 이번 일의 충격에서 빠져 나와 정상적인 산업활동을 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불만제로#저가소파#인터넷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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