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애호박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한 애호박 수확은 올 6월 중순경까지 이어집니다.
애호박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한 애호박 수확은 올 6월 중순경까지 이어집니다. ⓒ 조찬현

섬진강 애호박단지를 찾아갔습니다. 애호박단지 농로에서 광양 진월면 월길리 토박이인 송성일(44)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전남의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광양(光陽)을 빛 광(光), 볕 양 (陽), 빛의 도시, 태양의 도시라고 말합니다. 덧붙여 이곳은 빛고을이며 섬진강을 끼고 있어 작물을 키우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이번 애호박 농사는 지난해 10월 중순경부터 시작했답니다. 애호박은 묘목을 정식한 후 45일이면 수확을 합니다. 수확기가 되면 매일 애호박을 따내야 합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한 애호박 수확은 올 6월 중순경까지 이어집니다.

 

시골농사, 돈벌이가 별로입니다

 

호박꽃따기 봉지를 씌우기 위해 애호박 꽃을 따냅니다.
호박꽃따기봉지를 씌우기 위해 애호박 꽃을 따냅니다. ⓒ 조찬현
봉지 씌우기 수정 후 3일이 지나면 봉지 씌우기 작업을 합니다.  햇볕이 좋은 요즘은 봉지작업 후 4일이면 수확을 합니다.
봉지 씌우기수정 후 3일이 지나면 봉지 씌우기 작업을 합니다. 햇볕이 좋은 요즘은 봉지작업 후 4일이면 수확을 합니다. ⓒ 조찬현

외지생활이라고는 군 제대후 경기도 안산에서 2년간 직장생활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 이후론 줄곧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습니다. 맨 처음(1992년) 하우스 한 동에서 오이와 호박농사를 시작했습니다. 16여년이 지난 현재는 하우스가 6동으로 늘어났습니다. 비가림 하우스 4동과 대형하우스 2동으로 제법 규모가 커졌습니다.

 

애호박은 호박꽃이 피면 손으로 수정을 해줍니다. 수정 후 3일이 지나면 봉지 씌우기 작업을 합니다. 햇볕이 좋은 요즘은 봉지작업 후 4일이면 수확을 합니다. 20개들이 1박스에 8000원~1만 원에 거래됩니다. 개당 가격은 약 500원꼴입니다. 하지만 돈벌이가 별로입니다. 이것도 연료비 때문에 만만치가 않습니다. 다른 작물에 비해 연료비가 많이 들어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철에 난 애호박을 이제는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리송하다고요? 계절에 관계없이 하우스에서 재배를 했었는데 기름 값이 너무 비싸 이제 하우스농사를 그만 두고, 제철에 노지에 농사를 짓게 되면 제철에 난 애호박을 먹게 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조금 이해가 되시나요?

 

과잉생산에 난방비 부담까지 늘어

 

시설 하우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돈을 많이 벌었는데, 지금은 과잉생산으로 제값 받기가 힘듭니다.
시설 하우스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돈을 많이 벌었는데, 지금은 과잉생산으로 제값 받기가 힘듭니다. ⓒ 조찬현
수정액 분사기  애호박은 꽃이 피면 암꽃에 수정액(토마토톤)을 분사해서 수정을 합니다. 벌이 수정하면 호박씨가 굵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수정액 분사기 애호박은 꽃이 피면 암꽃에 수정액(토마토톤)을 분사해서 수정을 합니다. 벌이 수정하면 호박씨가 굵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 조찬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돈을 많이 벌었는데, 지금은 과잉생산으로 제값 받기가 힘듭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거기에다 난방비 부담까지 너무 많아 새파란 젊은 놈도 허리가 휠 지경입니다. 

 

옛날에는 애호박 1주당 농사 잘 지으면 1만 원 정도 나왔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습니다. 지금은 비싼 봉지까지 씌워야 하니. 소비자님들이 봉지 씌운 것을 선호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애호박에 봉지를 씌우기는 하는데요, 사실 톡 까놓고 하는 말인데요. 요리를 해서 먹는 데는 애호박에 봉지를 씌우지 않는 것이 훨씬 부드럽고 맛도 좋답니다.

 

그런데 어찌된 건지 사람들이 봉지 씌운 걸 더 좋아해요. 봉지를 씌우면 1주일 정도 저장성이 늘어나 소비자 처지에서 보면 신선도도 문제고 육질도 단단하고 뻣뻣해서 안 좋은데, 거~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열기가 후끈합니다. 애호박은 꽃이 피면 암꽃에 수정액(토마토톤)을 분사해서 수정을 합니다. 벌이 수정하면 호박씨가 굵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기형과가 많아집니다. 그래서 수정액을 사용합니다. 암꽃에 비해 서너 배 더 피어나는 수꽃은 다 따냅니다. 애호박은 하우스 상단에 줄을 묶어서 유인재배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하우스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호박꽃에 수정액을 분사합니다. 매일 같이 수확한 애호박은 오후에 출하합니다. 하우스 농사 16년이 되었는데도 이놈의 농사는 마음대로 안 됩니다. 모든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그래도 애호박은 다른 작물에 비해 강한 편입니다.

 

비가림 하우스나 노지 재배로 전환할 예정

 

애호박 농사 애호박 농사를 짓는 광양 진월면 월길리 토박이 송성일씨
애호박 농사애호박 농사를 짓는 광양 진월면 월길리 토박이 송성일씨 ⓒ 조찬현

애호박, 수박, 토마토, 등의 여러 가지 작물을 재배해 어려움을 넘기곤 하지만 이제는 워낙 원가가 많이 들어가 정말 힘이 듭니다. 4~5년 전부터 기름 값과 원부자재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이것 좀 정부에서 어떻게 해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우리 촌놈들도 좀 살아가게. IMF때도 살만 했는데…. 이제는 생산비 건지기도 힘이 듭니다. 그나마 저는 비가림 하우스를 주로 하니까 근근이 버텨 나가지만 대형 하우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여간 힘에 부치는 게 아닙니다.

 

얼마 전에는 친구가 하우스 농사를 짓겠다며 도와달라고 전화가 왔어요. 어찌 해야 될지? 시골일이란 게 여자들 할 일이 많은데, 요즘은 인부 구하기도 쉽지 않아요. 광양읍의 인력시장에서 인부를 태우고 오고 데려다 주고 그래요. 그렇다고 농사지으면 당장 수확해서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시골에서 먹고 사는 것이 보통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뼈 빠지게 일해서 원가도 못 건지면 억장이 무너져 내려요. 그것도 병충해로 농사를 못 지은 것도 아니고, 농사 잘 지었는데 가격폭락으로 그리되면 더 막막해요.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지어야지, 이건 옛말입니다. 농사, 머리 많이 써야 해요. 회사에 다니면 이렇게 고생은 안 하죠.

 

시설 하우스는 난방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합니다. 전기 난방을 하면 비용을 1/3로 줄일 수는 있는데 초기 설비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요. 그래서 일반 농가는 엄두도 못내요. 그림의 떡이죠. 심야전기 사용하면 좋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어찌 할 수 없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하우스를 안 해야죠?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는 것 또한 모험입니다. 이제 비가림 하우스나 노지재배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제철 야채를 먹을 수 있겠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애호박#시설 하우스#과잉생산 #난방비#노지재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