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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 기자회견에 '빠진 것'이 있다

 

지난 2일 오후 3시부터 5시 30분까지,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완전 개방 관련 정부 합동 기자회견이 있었다.

 

방송을 지켜본 나로서는, 그 기자회견이 왜 2시간 30분이나 걸려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따지고 보면, 넉넉잡아 1시간이면 충분할 기자회견이었으며 이명박 대통령도 직접 참석해 정운천 농림수산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함께 '시범'을 보여줬으면 더욱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2시간 30분이나 '사족'을 달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시범'이 무엇인지는 여러분들께서도 짐작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4월 29일에 방영된 < PD수첩 >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에는 후반부에 수원세관 내 모 냉장 보세 창고에서 7개월째 보관중인 미 축산업체 '내셔널비프' 쇠고기가 수북하게 저장된 장면이 있다. 

 

'등뼈'가 있다는 이유로 일본에서 반품시켰더니, 주일 미국 대사관에서 "다른 나라로 보내려던 쇠고기가 잘못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한 그 메이커의 쇠고기다.

 

'내셔널비프' 쇠고기는, 정운천 장관과 김성이 장관, 기왕이면 이명박 대통령도 직접 참석해 실천했으면 좋았을 그 '시범'에 가장 필요한 준비물이다. 그 쇠고기는, 그들의 자리 앞에 미리 준비해놓은 일회용 가스레인지에 물을 가득 담아놓은 큰 양은냄비에 넣고 푹 고아야 한다.

 

'등뼈'가 들어있을지도 모르는 쇠고기이니 그렇게 고아먹어도 괜찮을 것이다. 식욕이 돋과지지 않는다면, 그 쇠고기를 구워먹거나 찜을 해먹어도 될 것이다. 입맛대로 골라서 조리해드시라.

 

어쨌든, 그렇게 푹 끓이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추나 인삼 같은 약재들을 넣어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천·김성이 장관의 건강까지 챙긴다면 더욱 훈훈한 장면이 된다. 자리를 준비하는 담당 공무원들이 그런 정도의 센스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자, 이제는 기자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열심히 터뜨리고 있다는 것을 믿고 맛있게 먹으면 된다. 가타부타 말이 필요없는 기자회견이다. 이런 기자회견이야말로 '광우병 공포'에 떨고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기자회견이 아니었을까?

 

물론, 이 이벤트가 기자회견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된다. 한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칼국수를 즐겨먹었던 사실이 유명했다는 점을 기억하라.

 

이제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요리들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칼국수' 삼아, 기자들이 카메라 플래시를 열심히 터뜨리는 가운데 5년동안 지속적으로 먹기만 하면 된다. '몬테나산' 쇠고기만 먹지 말고, '내셔널비프' 쇠고기도 애용해주길 바란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입증"하고 싶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천·김성이 장관, 그리고 민동석 차관보부터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여달라. '땅부자 정권'의 일원이기에 돈 많은 사람만 먹을 수 있는 '한우'를 먹을 자격을 갖췄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당신들은 모범을 보여야 할 최고위 공직자들 아닌가. 부탁이다. 열심히 먹어달라.

 

<동아일보> 권재현 기자는 입을 열라

 

"이날 쟁점이 된 사안은 "광우병 환자 180여명 모두 MM유전자를 가졌다, 한국인의 94%가 MM유전자를 가져 38% 수준인 영국인 등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광우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었다. 정부에서 초청한 민간 전문가들은 이를 '괴담'으로 취급했다.

 

양기화 대한의사협회 연구조정실장은 "아직 규명되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추가적인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천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유전자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한 기자가 "알츠하이머로 사망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그 중 일부가 인간광우병이라는 괴담이 있다"고 지적하자 양기화 실장은 "부검하지 않고는 진단이 불가능하지만 인간광우병은 평균 발병 연령이 평균 29세로, 알츠하이머와 발병 연령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오마이뉴스> 2일자 기사 <'미친 소 못먹어', 청계광장 물들인 촛불<br>2만여명 운집... 곳곳서 즉석 '자유발언' >의 일부

 

자, 이에 대한 < PD수첩 > 조능희 책임프로듀서의 이야기, 그리고 <오마이뉴스>가 주석으로 단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이야기도 돌아봐야 한다.

 

"'서양인의 경우 35%만이 광우병이 발병하지만, 한국인은 유전자 구조가 취약해서 발병률이 95%'라는 연구결과는 지난해 <동아일보>의 자매지인 <동아사이언스>에서도 보도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이 연구결과를 언급하자 '무슨 근거로 이런 발언을 했는지 근거를 정확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 필자 주)" -<오마이뉴스> 2일자 기사 <"광우병 위험 알려준 우리가 왜 공격받나?<br> <조선> 사설이야말로 혹세무민·여론호도" >의 일부

 

조능희 책임프로듀서가 언급한 <동아사이언스> 기사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동아사이언스> 2006년 11월 13일자 '칼럼' <바이러스의 가면을 쓴 신의 얼굴>를 확인해보라. 이런 부분이 있다.

 

 

"P.S.  인간광우병 연구와 관련해 흥미로운 다른 연구가 있습니다. 프리온과 관련한 유전형에 대한 연구입니다. 인간은 부모로부터 각각 프리온 유전자를 물려받는데 그 유전형은 M과 V 2가지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의 프리온유전자는 MM(38%), MV(51%), VV(11%) 3가지 형태를 띤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인간광우병은 MM유전자형에서만 발병됐다고 합니다. 이는 MM유전자형이 특별히 취약하다는 뜻이지만 그렇다고 MV나 VV형이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합니다. 동물실험에서 이들 유형도 광우병에 감염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다만 MV형과 VV형의 잠복기간이 더 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광우병 유행은 3중의 파도로 밀려 올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 잠복기간이 인간 평균수명보다 더 길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국인의 94~95%가 MM유전자형이라는 연구결과는,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김용선 교수(미생물학 교실)가 국립보건원과의 공동연구에서 국내의 정상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2003년자 5월 29일자 <의학신문>에도 기고됐고, 다른 곳도 아닌 '국립보건원'과의 공동연구였다고 하니, 특히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를 분명하게 읽어보길 권한다.

 

이것을 지켜본 결과, 나로서는 <동아일보> 권재현 기자의 해명이 궁금해졌다. 그가 <동아일보>의 노조위원장이라는 점도 대단히 인상적으로 다가왔으며, 해당 칼럼에서 남긴 정부 관료에 대한 그의 조소도 마찬가지로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왜 이런 이론적인 설명을 늘어놓는 줄 아십니까. 공포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죽음을 극복하거나 아니면 무지를 극복하는 길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성인이 아닌 이상 죽음을 극복할 수 없다면 무지와 싸워야합니다.

 

일찍이 손자가 이야기했듯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인 법이니까요. 무지와 싸우다 보면 공포심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지의 상태에서 도박을 벌이는 것은 공포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광우병 사태가 발생했을 때 영국의 관료들은 국민의 보건보다는 영국의 축산업에 대한 타격을 더욱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무지를 방패삼아 '광우병은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고 결국 2003년까지 135명의 영국인들과 프랑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인를 포함해 모두 145명의 인간광우병 환자를 낳았습니다. 이에 대해 디킨슨이라는 영국의 과학자는 다음과 같은 신랄한 말을 남겼습니다.

 

'고급관료를 훈련시키는 방식은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것은 이해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 무언가를 결정해야할 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후훗 요즘 한국의 관료들에게 적용해도 무리없는 표현 아닌가요.^^"

 

권재현 기자, 영국 과학자 디킨슨의 한마디는 이명박 정부와 <동아일보>, 그리고 본인에게 적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가 먼저 적용해주겠다. 당신들은 진짜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에 대해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도록 훈련"받았는가? 특히 권재현 기자, 당신은 왜 '침묵'을 지키고 있나?

 

이 대통령, '탄핵'이 이해가 안 가시지요?

 

'광우병 불안'은 여러분들께서도 알고 계시듯이, '이명박 탄핵'이라는 구호로 연결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 '광우병 불안' → '이명박 탄핵', 이렇듯 3개의 단계를 거친다.

 

'이명박 탄핵' 온라인 청원에 대해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 이후 급격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6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했으며, 2만명이 넘는 인파가 청계천에 모여 '미국산 쇠고기 반대'와 '이명박 탄핵'을 이야기했다.

 

대선과 총선 당시만 해도 정치에 관심없다는 비난에 노출됐던 20대 젊은이들도 다수가 참석했다고 하니, 20대의 정치적 관심을 재고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광우병 불안은 정치논리"라는 특유의 뻔한 반응을 보인다. '정치논리'를 혐오하는 사람이 왜 '정치인'을 선택해 대통령까지 됐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하지만, '광우병 불안'을 국민들이 '공권력에 의한 무차별 대량살인'의 의미로 받아들였다는 것도 잘 모르는 것 같다. 

 

게다가, '광우병 불안'은 '이명박 탄핵'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을 뿐이다. 계기가 얼마나 많으며, 그것이 왜 나름의 이유를 갖고 국민의 기하급수적인 동의를 얻는지에 대해서도 간단하게라도 거론해주겠다.

 

1. 스스로 불법비리 의혹에 노출된 것으로도 모자라, 불법과 부동산 투기로 덕지덕지 도배된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 인선으로써 국민에게 박탈감을 안겨주더니, "부자라는 이유로 비난해선 안된다"는 '염장'을 질러 '법 질서'에 대한 무지를 과시했다.

 

2.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혹은 폐지) 시도로써, '국민건강권'을 모욕했다.

 

3. '학교 자율화 계획'으로써 사교육과 입시지옥의 조장을 시도해 '배틀로얄' 교육시스템을 추구했다.

 

4. 대통령 당선자 시절, 어설픈 논리로 '영어 몰입 교육'을 시도해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치겠다"는 언급까지 함으로써, 한국인의 정체성을 부정하려 했다.

 

5. '공과'라는 말로써 '친일인명사전'의 의미를 퇴색시킴과 동시에 일왕에게 '고개숙여 인사'함으로써 대통령으로서 마땅히 인지하고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아픔'을 부정했다.

 

6. '백골단'을 부활시켰으며, 함부로 자의적인 기준에 의존해 '불법시위단체'를 지정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발언권' 침해를 시도했다.

 

7. 이해할 수 없는 '조공외교'의 화룡점정으로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선택함으로써,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시도'에 이어 다시 한번 '국민건강권'을 모욕했다.

 

일단, 핵심만 추려 이정도만 거론해주겠다. '이명박 탄핵'의 목소리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지만, 내가 핵심만 추려 언급한 저 사유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하나하나 쌓여 드디어 터진 것임을 기억하라. 본인이 직접 돌아봤으면 좋겠다. 하나하나가 욕 먹을 일만 골라서 했다는 생각은 안드나?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나 지났더라? 불과 두달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사실상 차기 대통령 당선 이후 실질적으로 힘을 잃을 두달을 제외하면 무려 4년 7개월 하고도 16일이나 남았다.

 

두달만에 '이명박 탄핵'이라는 이야기에 60만명이 동의하고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직접 나와 시위에 참여할 정도라면, 4년 7개월 16일이 지났을 때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러니, 부자들 위하는 일도 적당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늘 강조하는 것이다. 이승만 정권, 3·15 부정선거가 직접적인 도화선이었지만, 전쟁 후의 폐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제적 후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어설프게 미국식 자본주의를 도입해 국민경제를 파탄내 4·19 혁명을 유발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내가 이야기했던대로 본인이 직접 '내셔널비프'를 먹는 모습을 보여달라. 물론, 그 '뒷감당'은 책임질 수 없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카트라이더' 한게임했다는 이유로 그 대가로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결정한 사람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국민세금으로 비행기타고 가서 굽신굽신거리면서까지 '카트라이더'나 하는 바보같은 짓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미국 쇠고기, #이명박 탄핵,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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