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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낮,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은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로 가득 찼다. 놀랍게도 이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놀러 나온 것이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나온 친구들이었다. 대학생들 또는 30, 40대의 시민사회단체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던 집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청소년들이 직접 만들어 온 피켓에는 '청와대는 한우파티/ 우리집은 광우파티'와 같은 기발한 문구들이 많이 적혀 있었다.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울산에서 올라왔다는 한 중학생은 자유발언에 나서 '급식 먹고 죽기 싫다. 국민들이 뽑아준 대통령이 국민들한테 이런 걸 줄 수 있냐?'라고 이야기하였다.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왔다는 고등학생도 있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집회를 한다는 글을 본 학생은, 부모님께 집회에 가고 싶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는데, 부모님이 잘 다녀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성들여 만든 피켓을 보여주면서, "쇠고기 제발 안 들어 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하였다.

 

이렇듯 중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된 이번 집회엔, 부산대학교, 동의대학교 총학생회를 주축으로 한 대학생들, 시민사회단체, 평범한 시민 등이 참가 약 5000여명이 쥬디스태화 앞 거리를 가득 메웠다. 부산에서는 지난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촛불집회와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반대 집회 이후 약 4년 만에 수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집회에는 무대도 형식도 없었다. 오로지 집회참가자들의 자유로운 발언만이 있었다. 최근에 아들을 군대에 보낸 한 어머니가 첫 번째 자유발언에 나서 "미국산 쇠고기는 단체급식에 많이 들어간다고 들었다. 군대에 간 우리아들도 이것을 먹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집회에 참여해본 적이 없었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 국방부에 항의글도 남기고 이렇게 집회에도 나오게 되었다"며 자신이 집회에 참가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참교육학부모회의 활동가이자, 고등학생을 키우고 있는 한 아버지는 "어른들이 대통령을 잘못 뽑아서 우리 중고등학생들이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밝혔다. 큰어머니가 소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밝힌 부산대학교의 한 학생은 "이번 미국산 수입개방으로 인해 소 값이 떨어져 동생들의 삶이 막막하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였다.

 

집회 중간 중간 사회자가 "광우병 쇠고기!"라고 외치면 집회참석자들이 "너나 먹어 이명박"이라고 주고받는 구호를 외쳤다. 이명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한국에게 수입개방 압력을 넣은 미국을 비판하기 위해 "광우병 쇠고기"/ "너나 먹어 조지부시"와 같은 구호가 외쳐지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후배가 자유발언에 나서 주목을 끌었다. 자신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학생이라고 밝힌 학생이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고려대학교 61학번 선배를 뽑았습니다. 그래서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으로 고려대학교는 비리고대, 명박고대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리고 고려대학생들은 이명박대통령을 더 이상 선배로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자유발언 중간에 집회 진행자가 오늘 집회는 미국 소 반대 집회이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 탄핵 이야기를 하면 불법이니 조심해달라고 밝혔다. 또 한나라당이 고용한 알바생이 폭력시위를 종용하더라도 동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였다.

 

간간이 대학생들의 몸짓 공연이 있었지만, 약 2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집회의 대부분은 자유발언으로 진행되었다. 중고등학생들의 주로 단체급식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여,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직접적인 피해자임을 밝혔다. 집회는 오후 5:00쯤에 내일 저녁 7:00 에 벌어지는 촛불집회를 기약하며 마쳤다.

 

부산에서 처음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가 벌어졌던 이날은 처음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부산항에 들어오는 날이기도 하였다. 


태그:#미국소, #이명박, #부산,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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