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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서울축제 경복궁,경희궁 그리고 청계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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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태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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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더위를 연상케 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5월 3일. 2008하이서울축제가 경복궁에서 펼쳐진 세종대왕 즉위식 재현과 전야 음악회 행사로 그 막을 올렸다. 서울을 문화도시로 키워 ‘컬쳐노믹스(Culturenomics)’를 구현하겠다는 서울시 계획 아래 지난 2003년부터 매년 5월이면 서울을 달궈온 축제의 서막이다.
경복궁 근정전에서 1시간 30분 동안 재현된 <세종, 용상에 오르다>는 올해 ‘궁(宮)’을 테마로 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였다. 세종대왕 즉위식 재현행사는 세종이 부왕인 태종으로부터 왕위를 이어받아 즉위하는 의식으로 <국조오례의>,<세종장헌대왕실록>을 기본으로 재현했다.
재현행사가 펼쳐진 경복궁 근정전엔 이날 약 5000여 명의 국내외 방문객들이 행사를 지켜보았다. 식전행사로 북 공연과 사물놀이로 펼쳐진 국방부 국악대 공연에 이은 즉위식은 1부 대나의, 2부 즉위 교서반포, 3부 궁중정재 순으로 이어졌다.
1418년 8월 왕위에 오른 세종의 즉위식 재현행사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재현하되 관람객들의 이해와 흥미를 높이기 위해 행사 현장상황에 맞게 재구성되었다. 그러나 안내책자를 제외하곤 이날 경복궁을 찾은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1시간 30분 동안 그저 멀뚱하게 구경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행사 안내책자엔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로 간단하게 행사내용을 소개하고 있었지만, 정작 행사 중간중간 주요 장면에 대한 안내는 한국어로만 설명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최소한 1, 2, 3부로 나뉘는 부분이나 주요장면에선 별도로 동시에 영어안내가 필요하지 않나 싶었다.
안내책자는 대부분 방석용이나 햇빛 가리개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날 경복궁엔 눈에 띄게 많은 외국인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정작 영어가 필요한 곳엔 영어가 없었다. 문화도시 ‘컬쳐노믹스’를 주창하면서도 ‘외국인 고객’에 대한 배려는 부족했다.
2008하이서울축제 '서울의 봄, 궁에서 피다'하이서울축제 전야행사로 치러진 전야음악회는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고궁 콘서트’였다. 때이른 무더위가 점차 누그러진 초저녁 경희궁 숭정문 앞 마당에 마련된 공연장은 수많은 서울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5000여개 좌석이 부족해 공연장 뒤편 잔디밭까지 시민들로 들어찼다.
경희궁은 영조가 대부분 일상을 보낸 곳이자 정조가 국왕 즉위식을 연 곳이다. 서울시내 5개 궁(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경희궁) 가운데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가장 크게 훼손되었던 궁이다. 아직은 부족하나마 일부 복원이 이루어져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하이서울축제를 맞이해 경희궁 숭정전 앞 마당에서는 뮤지컬 명성왕후가 특별공연된다. 이번 전야음악회는 숭정전을 들어서는 숭정문 앞 마당에서 열렸다. 궁을 소재로 한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장소로는 매우 적절하지 않았나 싶었다.
전야음악회는 지휘자 정명훈이 숭정문을 통해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고즈넉한 고궁의 초저녁. 시원한 밤공기가 공연장에 내리면서 클래식 음악의 운치 또한 그대로 살아나는 분위기였다.
또다른 '서울의 봄', 청계광장에서 피고 있었다하이서울축제 전야행사가 펼쳐진 경복궁과 경희궁이 지척에 놓여있는 광화문사거리. 인근 청계광장에서는 또 다른 축제의 현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는 촛불문화제가 연이틀째 열리고 있는 현장이었다.
이곳엔 약 2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흔들어 대는 촛불들이 도시의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자신을 학원강사로 소개하는 한 참가자의 자유발언은 참가자들의 깊은 호응을 받으며 큰 함성으로 메아리치고 있었다.
하이서울축제 전야를 맞은 3일. 이날 광화문사거리 일대는 수많은 시민들로 붐볐다. 경복궁과 경희궁, 청계광장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축제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