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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걱정하는 부모는 '좌파 선동'에 넘어간 사람들?

역시 한나라당이다. 제버릇은 어딜 가지 못한다. 한나라당 김대은 부대변인의 아름다운 논평 하나 들어보도록 하자. 고풍의 격이 느껴지며, 너무나도 한나라당스러운 논평이라 역사에 남겨야 할 논평이다. 20대 중반인 내가 나중에 나이가 든다면, 이 논평을 미래의 국사책에 수록할 것을 국사편찬위원회에 반드시 건의해야겠다.

"어제(2일) 집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이라는 이성을 잃은 구호까지 나와 단순한 집회로만 보기 힘들다. 불순한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의혹이 있다. 집회는 반정부 정파 세력들이 주도하고 있는 한 인터넷 카페가 주최했는데 이 카페 운영자는 전 열린우리당 당원이었던 현 창조한국당 당원으로 알려졌다.

대선실패로 숨죽이고 있던 반미, 반정부 세력, 좌파정권의 선동 전문가들이 쇠고기 수입문제를 주제로 잡아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이는 2002년 미선 효순 집회처럼 반미감정을 자극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자 불순한 정치투쟁이다."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너무나도 한나라당스러운' 논평이다. 학교 급식에서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먹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낀 학생들과 그런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좌파 선동'에 넘어간 사람들이라고 한다.

조류독감 사태가 일어나면 '짬밥'에 유난히 닭고기가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듯이 '광우병 위험 쇠고기'가 메뉴로 등장할지도 모르는 현역 군 장병을 아들로 둔 부모님들, 한나라당의 눈에는 이런 사람들이 '반미', '반정부', '좌파정권'의 선동에 넘어간 우매한 국민들이다.

고작 트집잡은 것이 집회를 준비한 인터넷 카페 모임의 운영자가 '창조한국당 당원'이라는 점이다.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까짓 카페 운영자의 '정치적 신분'이 중요한 일인가? 카페 운영자가 통합민주당 당원이든, 창조한국당 당원이든, 민주노동당 당원이든, 진보신당 당원이든, 경제공화당 당원이든, 당원 할아버지든, 그런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다.

집회 나온 사람들이 바보인가? '정치 무관심'으로 유명한 우리 유권자들이 야당 당원이 선동한답시고 거기에 보기좋게 넘어갈 사람들인가? 네버, 네버, 네버.

설령 '이명박 탄핵'이 현실이 된다 하더라도, 국회의원을 단 2명만 둔 '창조한국당'에서 차기 대통령이 나올지 안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4·19 혁명 직후, 얼떨결에 정권을 잡았던 구 민주당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근현대사를 통해 상세히 알 수 있다. 임기를 보장받은 정권을 끌어내리고 새 정권을 수립시키려면 비상한 프로젝트를 수립하면서, 정계의 동조자들을 이끌어내는 것이 상식이다. 비상한 준비 없이는 못한다.

그런 정치의 속성을 판단하자면, 이 집회로부터 엿보이는 '수단'은 '탄핵 후 새 정권 수립'이라는 '음모'와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그러니, 본질 흐릴 생각은 하지 말라.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은 한마디로 극단적인 범죄행위에 가깝다. 정권에 의한 '무차별 대량살인 시도'나 다름없다는 이야기다.

광우병 위험 본질 흐리기는 '대량살인'에 가깝다

이명박 대통령과 내각의 장관들 및 청와대 참모진, 그리고 한나라당 당원들부터 5년간 '내셔널비프' 쇠고기를 하루 세끼 꼬박꼬박 먹는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내각의 장관들 및 청와대 참모진, 그리고 한나라당 당원들부터 5년간 '내셔널비프' 쇠고기를 하루 세끼 꼬박꼬박 먹는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
ⓒ PD수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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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정신병자나 마약중독자마냥 극단적인 상태에서 무기를 들고 길거리에서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것만이 '대량살인'이 아니다. 뻔히 사망의 위험이 다양한 연구결과에 의해 제시돼 있음에도, 그것을 무시하면서 정권의 정략적인 목적에 의해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이끌어낸 것 자체가 '대량살인'이다.

누가, 언제 '인간 광우병' 증세를 일으킬지는 모른다.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은 자꾸 90%니 하는 '확률'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이것이야말로 국민의 생명이라는 범위를 넘어선 인간의 생명 자체를 경시하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한계다.

4800만의 국민 중 단 1명이라도 '인간 광우병' 증세를 일으켜 어느날 갑자기 사망한다고 해도 이것은 엄청난 문제다. 그런 '희생자'가 단 1명이라도 나타난다면, 그는 정권의 고의적이면서도 정략적인 목적에 의한 정책으로부터 희생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살인행위'다.

정권이 그런 살인행위를 방조할지도 모른다는데, 가만히 있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당파성에 따라 그런 어처구니없는 행각을 두둔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위험천만한 발상'이자 '불순한 정치투쟁'이다.

정권을 유지하고 대통령을 찬양하며, 반대자에게 색깔론을 뒤집어씌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는 것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안그래도, 인터넷 상에서 "하루라도 좌빨을 외치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은 수구언론들이 그런 일을 일삼고 있던데, 그럴수록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게다가, 누누히 이야기했지만 '이명박 탄핵'이라는 목소리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 시발점이었을 뿐, 단순히 그것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건강보험 민영화'를 시도해 우리 의료시스템을 가차없이 파괴하려 했으며, '학교 자율화 방안'이라는 이름의 '배틀로얄 시스템'을 통해 어린 학생들을 등급별로 분류해 차등을 두는 비인간적인 발상을 정책으로 소화했다.

뿐만이 아니다. <100분 토론>에조차도 "친일파로 낙인찍으면 그 후손들이 입을 피해는 어쩌라는 것이냐"는 수준낮은 이야기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뉴라이트'라는 친위대를 앞세워 역사를 부정하려 했으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일왕'에게 '천황'이라는 극존칭을 사용한 것으로도 모자라 깍듯이 고개숙여 인사하는 일까지 생겼다.

이런 엄청난 일조차도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현실이다. '탄핵' 이야기 안나오게 생겼나? '김대중'이나 '노무현'이 이런 일을 노골적으로 시도한다고 생각해봐라. 한나라당부터 길거리로 뛰쳐나와 '탄핵'을 외칠 것이다.

정책을 하나하나 돌아보면, 상습적인 '살인행위'를 일삼으려 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흉기로 끔찍하게 목숨을 빼앗는 것만이 '살인'이 아니다. 삶을 파괴하고 꿈과 희망, 그리고 존재의 근거를 파괴하는 일, 또한 그것을 위한 비인간적인 사회 시스템을 정책으로 제시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살인'이다.

한나라당, '대량살인'이라는 표현이 기분나쁜가? 하지만, 그 표현 외엔 달리 표현할 수단이 없는 것을 어쩌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다양한 정책에 의해, 누가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데 그것이 '대량살인'이 아니면 대관절 무엇이 '대량살인'일까?

'이명박 탄핵'이라는 목소리는, 현실적으로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목소리'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정권이 정략적인 목적에서 시도되는 정책에 의해 누가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표시할 권리는 모든 국민에게 있다.

'이명박 탄핵'이라는 목소리는 그 권리의 표시다. '이성을 잃은 목소리'가 아니라, 모처럼 '이성이 깨어난 목소리'라고 할 수 있다. 그 권리를 '좌파 선동'이라는 말로써 막고자 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후진적인 독재국가의 전형적인 탄압 수단이다. 그래서, 제버릇 못고친다는 이야기를 남긴 것이다. 한나라당의 역사를 돌아보자. 그런 일을 하루라도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 전부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부터 넉달 반 가량 지난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해왔는지를 돌아보라. 하나하나가 경악스럽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 전부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부터 넉달 반 가량 지난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해왔는지를 돌아보라. 하나하나가 경악스럽다.
ⓒ 유투브 동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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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세력의 선동? 그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보라

저 '좌파'라는 낙인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심지어 살해당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세상이 바뀌어 노골적으로 그런 행위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백골단'을 부활시켰으며,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있다. 과거에 그 숱한 피해자들, 그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 아래에 희생됐다. 그 유명한 '인민혁명당 사건'이라는 사법에 의한 살인사건도 바로 그 법에 의한 것이었다.

'좌파'라는 단어로써, 노년층과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잘못 판단하고 있다. 이념과 정치적 성향을 떠나, 가족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이명박 대통령도 '아들 사랑'과 '사위 사랑' 차원에서, '히딩크'를 만나게 해준 것 아닌가. 그런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그런 마음에 대해 정략적으로 접근해 색깔론으로 앞세우고 '반정부분자'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는 논평을, 여당의 부대변인이 발표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과거였던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시대였다면,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조리 봉변을 당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뀐 것을 안심해야 하는 것일까?

김대은 부대변인의 논평대로 '광우병 파문'이 '반미, 반정부 세력, 좌파정권의 선동 전문가'에 의한 것이라면, 상습적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비판해온 나부터 국가보안법으로 고발하던가 해라. 시위참가자들도 '백골단'의 무서운 맛을 보여주는 것도 잊지 말도록 하라.

이 글을 통해, 나는 기꺼이 감옥에 가주겠다는 선언을 하겠다. 정부 여당의 잘못된 정책과 본질 흐리기, 어이없는 도덕성과 불법을 거론하고 비판했다는 것이 '좌파정권의 선동'이라면, 나는 기꺼이 '좌파'라는 낙인을 선택하겠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나도 모르게 먹고 '인간 광우병'으로 죽느니, 차라리 감옥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교도소에서도 '미국산 30개월 이상 뼈 붙은 쇠고기'를 식사로 제공할 것이라면 할말없지만 말이다.

영화 <식코>의 한 장면, 이명박 대통령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및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를 시도함으로써 '국민건강권'을 모욕했다. 이것 역시 '탄핵감'이다.
 영화 <식코>의 한 장면, 이명박 대통령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및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를 시도함으로써 '국민건강권'을 모욕했다. 이것 역시 '탄핵감'이다.
ⓒ 스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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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선동' 운운하기 전에 '쇠고기 합의문'부터 공개하라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은 '좌파 선동' 운운하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들, 한나라당 당원 전원이 '미국산 30개월 이상 뼈 붙은 쇠고기'로 남은 4년 10개월 21일 동안 세끼 내내 식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정운천 농림수산부 장관은 서둘러 '쇠고기 합의문'을 공개하기를 바란다.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정운천 장관을 행정법원에 제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행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정부는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 △진행 중인 재판에 관한 정보 △개인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 등을 제외하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요청이 있을 시 해당 정보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고 한다. '쇠고기 합의문'은 마땅히 공개해야 한다.

거부의 명분은 '최종적인 자구 수정' 및 '검토중'이라는 것이다. 명백한 위법이다. 민변의 제소는 정당하다. 도대체 뭘 고치고 있기에 법조차도 어기면서 합의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나? 이래도 '좌파 선동' 운운할텐가? 국민의 건강에 대해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세력은 도대체 누구인가?

거듭 이야기하지만, '수천만 인간의 원한'을 잊지 말라. 결코 가볍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현재 35%라고 한다. 4800만명의 65%라면, 약 3000만명을 넘긴다. '3천만 인간의 원한', 그 가족의 안전이 위험에 노출됐을 때에는 특히나 더 깊은 원한을 드러낼 것이다. 절대 잊지 말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미국 쇠고기, #이명박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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