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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님, 5월 4일에 경찰의 입을 빌어 하신 말씀 잘 들었습니다. 연합뉴스에 아래와 같이 나오더군요.

 

4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일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민들이 벌여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사실상 불법집회라고 보고 지난 이틀간 시위는 물론 앞으로 예정된 촛불집회를 주도한 사람들을 소환조사해 사법처리키로 했다. (중략) 경찰 관계자는 "이번 촛불시위는 내용상 집회 성격이 짙은데 집시법상 해가 진 뒤에는 어떤 집회도 금지돼 있다"며 "2일과 3일 열린 촛불집회는 집시법상 불법집회의 요건을 구비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워낙에 ‘법대로’ 하는 것을 좋아하고 강조하시는 이명박 대통령님께서 해가 졌는데도 ‘법률’을 어겨가며 집회를 열고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보기 안타까우셨겠습니까.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님의 ‘준법정신’을 익히 봐온 저로서는 경찰의 입을 빌어 하신 말씀을 십분 이해합니다. 물론 그 ‘준법정신’이 대통령님의 측근이나 본인의 문제로 이어질 때는 별개의 문제였다는 것 또한 뉴스를 통해 잘 알고 있지만, 문제가 복잡해지니 여기서는 그런 시시한 얘기는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집시법, 일몰 이후 집회를 금지하는 이 법이 양심적 시민사회단체들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기본적 인권을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시시한’ 사실도 얘기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왜 이런 중요한 일들이 ‘시시한’ 얘기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금 광우병 문제는 우리와 우리 뒷세대의 ‘진짜’ 목숨줄이 달린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참 착하고 참을성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준법’을 좋아하는 이명박 대통령님의 측근들이 ‘자연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땅투기를 하고 온갖 불법을 저질러도 국민들은 거리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의 국토를 송두리째 파괴해 버리는 대운하를 건설한다고 해도 촛불을 들지 않았습니다. 대통령님께서 국민의 건강을 돈벌이 수단으로 내던져버리는 의료 민영화를 얘기해도 국민들은 탄핵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건 아닙니다. 우리보고 미국산 미친소를 먹고 죽으라니요. 이건 좀 심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죽기가 싫어서, 목숨줄을 유지하기 위해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살기 위해 거리로 나온 국민들에게 ‘일몰 후에는 집회가 불법이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이명박 대통령님의 발언은 도대체 이명박 대통령님의 국적이 어디인지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했습니다. 하물며 자신의 목숨을 지키러 나온 사람들이 ‘일몰 이전’이면 어떻고 ‘일몰 이후’면 어떻겠습니까. 일몰 이후에는 우리의 목숨을 지킬 수 없다는 말에 그 누가 동조를 하겠습니까. 법을 지킨다는 것, 즉 ‘준법’도 목숨줄이 붙어있어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님, 어차피 죽으면 집시법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우리는 ‘일몰 이후’에도 우리의 목숨을 지키겠습니다. 국민 다 죽고 청와대에서 한우 먹고 혼자서 ‘준법’하시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님께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은 촛불을 든 국민들이 ‘잘못된 정보’에 호도되었으며, 그 배후에는 야당 및 불온세력들이 사주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셨습니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에서도 자국의 개, 고양이 등의 동물들에게도 30개월 이상의 소가 들어간 사료를 먹이지 않겠다고 한답니다. 그러면 미국 식품의약국은 잘못된 정보에 호도되고 있는 것인가요? 제가 보기에 촛불시위를 사주하고 있는 세력은 이명박 대통령님입니다. 국민들에게 미국산 미친소를 친히 먹이려 하시니 누가 촛불 들고 거리로 나오지 않겠습니까?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대통령님께서 이 글을 읽고 마음이 바뀌실까 하는 0.01%의 기대로 글을 썼습니다. 더 이상 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태그:#광우병, #탄핵, #이명박,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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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 선언>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등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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