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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황사 남서풍이 막아줬다', '북서풍이 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밝힌 올 황사가 적었던 원인이다. 맞는 말이다. 올해는 이상스럽게도 북서풍이나 편서풍이 불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최악의 황사'가 오지 않은 것을 설명하는 답은 아니다.

 

'최악의 황사'와 '거의 오지 않은 황사'의 차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존재한다. 만약 '평년 정도의 황사'라고 예보했다면 이 정도로 설명할 수 있지만, 올해 같은 상황이라면 문제가 있어도 단단히 있다. 그런데 기상청은 "북서풍이 불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든다. 그러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올해를 넘길 것이다.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칠 생각은 않고 오히려 소도둑이 엉뚱한 집에 들어왔다고 말하는 모양새다.

 

이제 황사 예보 시스템의 전반적인 것들을 다시 뒤집고 봐야 한다. 여전히 광고에서는 올해 강한 황사가 온다고 선전하고, 황사 방지마스크를 나누어주는 이벤트도 성행하고 있다. 자원의 낭비이자, 정작 중요한 황사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2002년부터 7년여 동안 황사에 대한 예측 기사를 썼다. 올해도 2월 13일 '중국 대재앙 '폭설', 한국을 황사에서 구할까'라는 기사를 통해 올해 평년 수준 이상의 황사는 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기자가 이 황사를 예측한 근거는 우선 사막지역에 내린 눈과 겨울 내내 저온현상으로 인해 증발량이 많이 않는 등 황사 근원지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황사를 예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황사 근원지들의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런 예측 기사를 썼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인 바람은 내가 하늘의 뜻을 알 수 없기에 중간으로 설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상청은 2월 22일부터 일관되게 올해는 황사가 자주 올 것으로 예보했다. 근거는 "봄철 황사 발원지 및 중국 북부 내륙지방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가운데 저기압이 자주 발생하면서 황사 발원지의 흙먼지가 날아올라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서다"며, 최악의 폭설이 쏟아졌지만 봄철에 집중되는 황사 발생을 억누를 정도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같은 현상을 놓고 기자는 황사가 많지 않을 것으로, 기상청은 황사가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우선 기상청의 이 예보는 몇 가지에서 잘못됐다. 2월 13일 기자는 위성사진을 볼 수 없었지만 기사를 쓸 무렵 황사 근원지들 대부분 지역에서 눈이 녹기 전이고 현지 전문가들도 황사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보했다는 것이다. 또 봄철 기온은 좀 높았지만 겨울에 초유의 저온현상이 있었고, 땅들이 늦게 녹은 데다가 이런 지역에서는 풀들이 빨리 자라기 때문에 황사를 막아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봄에도 간간히 비가 내려 황사 근원지의 상태를 호전시키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로 봤다. 

 

이런 가운데 3월2~3일 남부지방에 비교적 강한 황사가 왔다. 이때 온 황사는 필자가 예측한 것보다 강했다. 이후 대부분 올해 최악의 황사가 올 것을 예측했다. 다행히 황사가 오지 않자 국민들은 황사를 잊기 시작했다. 그런데 엉뚱하게 기상청은 3월 25일, 4월에 '최악의 황사'가 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 기자는 4월 4일 '해마다 '최악 황사'?... 4월은 진짜 잔인할까'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근원지에 계속해서 강수량이 있어 대규모 황사가 불어 닥칠 이유가 없고, 이른 봄이 근원지 상태를 좋게 해 큰 황사는 없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일반적인 규모의 황사 한번 없이 4월이 갔다. 기상청은 "올봄 황사가 적었던 가장 큰 이유는 모래바람을 몰고 오는 북서풍이 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황사는 중국 발원지 쪽에 고기압이 형성되고 이 고기압이 이동하면서 한반도 쪽으로 바람이 불면서 이 바람이 황사를 몰고 오는 방식으로 한반도에 상륙하게 된다. 그러나 올해는 반대로 남서풍이 주로 분 것이 황사를 줄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 말이 정확하다면 반대로 황사 근원지의 북부쪽이 황사에 시달려야 했지만 중국도 올해 황사가 특별히 많은 해는 아니었다.

 

기상청이 올해 기자의 의견과 달리 강한 황사가 올 거라고 예측한 근거는 강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강한 바람은 없었다. 황사 예보도 바람 예보도 맞은 게 없다. 여전히 우리는 CF를 통해 "올해는 유난히 강한 황사가 많을 것입니다"라는 멘트를 접해야 한다. 또 지금도 많은 업체가 황사 방지용 마스크를 나누어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이 많은 황사 방지용 마스크는 버려지거나 1년 동안 어디엔가 처박혀 있을 것이다.

 

이 정도라면 기상청장이 올 황사예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해야하지 않을까. 해마다 오는 불청객인 황사를 대하는 관련자들에게는 몇 가지 층위가 있다. 우선 기상청은 모든 데이터를 근거로 하되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그해 황사를 예보해야 한다.

 

또 언론도 2월초 어느 지역에 큰 황사가 왔으니 올해는 큰 황사가 올거라는 식의 기사를 피해야 한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황사 근원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 지역의 상황이 기사의 근거이지 타클라마칸이나 허시주랑의 황사를 갖고 한국의 황사를 예보하는 것은 코끼리 다리 만지고 하마 봤다고 하는 것과 같다.

 

기자는 기상청과 언론이 공동으로 노력해 일반인들에게 바른 황사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우선 황사가 오기 전인 2월 말경에 황사 근원지를 체크해서 그해 황사에 대한 이해를 줄 수 있다. 3월 말은 바로 황사가 다가오는 시간임으로 현지를 체크해서 다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후에는 중국 기상대와 정보를 교류해 상황을 체크하거나 미진하면 4월 말에 현지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들도 황사에 대해서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하나의 기상 현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황사의 근원에는 중국의 사막화나 황막화가 있는데 이는 전지구적인 문제인 온난화와도 직결되어 있다. 또 황사가 건강에 해가 되기는 하지만 그렇게 강한 환경재앙은 아니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기자는 지난 7년간 황사 근원지를 계속해서 방문하면서 상황을 체크했다. 또 황사를 막기 위한 대책에 관한 기사 '나무심기 이벤트로 황사 막는다?'(4월 15일)로 나무 심기 등 이벤트성 황사 대책보다는 풀밭 조성 등 현실적인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태그:#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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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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