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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 4일 영문합의문을 인터넷에 미리 공개하여 지난 달 18일 한미쇠고기 협상 내용이 무엇인지 알려졌다. 합의문 내용을 보면 우리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1건이 아니라 여러 건이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에 대해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박탈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지만 박탈하지 않으면 수입 중단을 내리는 권한이 없다.

 

국민건강권을 국제수역사무국에 위임한 것이다. 어느 나라가 수입 물품에 중대한 결함이 발생했는데 금수 조치 권한을 포기하는가? 거꾸로 생각하여 우리나라 수출품에 중대한 결함이 생겼는데 미국이 금수조치 권한을 우리나라에 부여한 적이 있는가?

 

미국은 공산품 등에서 덤핑 제도를 통하여 미국 기업을 철저히 보호하는 나라다. 슈퍼 301조를 통하여 미국은 자국 기업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국민건강권까지 미국에 넘겼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여론이 들불처럼 일어나지 정부는 미국에 우리나라 검역원을 파견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합의문을 보면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검역과정에서 전수조사할 권한이 없다. 책상머리에서 미국에 제시한 자료만 가지고 검사하겠다는 것에는 조금 발전했지만 전수조사할 권한이 없는 검역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또 소의 뇌·척수 등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이 발견돼도 표준 검사비율(샘플조사)만 적용해야 한다. 1억마리가 되는 소를 다 검사하기란 불가능하다는 현실성은 인정하더라도 광우병위험물질이 발견되면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국민건강권을 가장 앞장 서서 지켜야 할 정부가 오로지 인간 탐욕이 낳은 광우병 우려가 있는 소를 팔아먹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는 미국에게 받쳤다. 원래 광우병에 걸린 소를 검역하기 위해서는 검역대상을 도축하는 모든 소로 넓혀야 하고, 검역방법은 단순히 눈으로 식별로 광우병이 의심되면 과학적 방법을 통하여 검사해야 한다.

 

그리고 30개월 이상 소에서 광우병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월령 표시를 확실해야 한다. 문제는 나이를 아는 방법 중 이빨을 통한 방법이 있지만 이빨을 통한 검사방법이 완벽하지 않고, 미국소는 워낙 많기 때문에 일일이 나이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광우병 원인인 동물 사료를 먹이지 말아야 하는데 미국은 아직 동물사료를 먹이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 정부는 미국이 관보에 동물사료를 먹이지 않는다고 발표하면 된다고 했다. 즉, 검역방법, 월령표시,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 등 4가지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 우리 정부는 전적으로 미국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즉, 영문합의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단건이 아니라 복수(cases)로 발생해도 우리 정부는 OIE에서 미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하향 조정(adverse change)할 때만 수입중단 조치를 내릴 수 있고 ▲협상타결 뒤 180일이 지나면 등뼈(T-bone) 연령구분 표시 의무도 자동폐지되며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전수검사를 포기하고, 표준 검사비율(샘플조사)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국민건강권과 검역주권까지 포기해버린 것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아무리 발생해도 우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할 수 없다. 이는 국제법에 의해 한국이 갖고 있는 법적 권한을 포기한 것이다.

 

정말 대단한 대한민국이다. 세계 어느 나라가 국민건강이 위협받는데도 수입금지 결정을 스스로 포기하는가?  세계 모든 나라는 식품에 관련된 위험이 발생하면 금수 조처를 내린다. 구제역, AI(조류독감)가 발병하는 나라에 수입금지를 내리는 이유다. 지금 우리나라는 AI가 발병하여 일본에 닭과 오리를 수출할 수 없다. 일본이 왜 우리나라 닭과 오리를 수입하지 않는가? 단 하나다. 일본 국민건강과 자국산 닭과 오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번 미국산 쇠고기 합의를 통하여 국민건강권을 스스로 포기했으며, 국제법이 인정한 법적 권한까지 포기한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주권국가를 포기한 것이다. 이 비극을 끝내기 위해서도 외교 마찰이 있을지라도 재협상하여 우리 주권을 지켜야 한다.


태그:#미국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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