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서른여섯 해를 맞이했다던 어버이날이 지났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뜻 깊고 기억에 남을 2008년 어버이날도 벌써 '지난 날'이 되었습니다. 5월에는 누구 할 것 없이 부모, 자녀, 남편, 아내, 친척, 이웃, 친구 등 내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참 따스한 계절입니다.

 

그런데요,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 삶을 글자 몇 자에 담기에는 제 글재주가 너무 부족합니다. 사실 부족한 것은 글재주만은 아니지만, 여하튼 부모님이 걸어오신 발자취와  깊은 사랑에 명예로운 상장을 달아드리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여러분도 다들 그러시겠지만, 저 역시 어버이날이면 항상 등장하는 카네이션 꽃 드리는 일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꽃을 사다 놓으면 분명 예전처럼 '뭐 이런 걸 사와, 돈 지랄이지' 하실 걸 알면서도 결국 꽃을 사서 고이 놓아 드렸습니다. 예상했던 말을 한쪽으로 흘려들으며.

 

5000원 짜리 꽃과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어머니 사랑

 

어버이날이던 어제(8일), 저녁쯤 집에 오던 저는 평소 내리던 버스정류장에 이르기 전 미리 한 정거장 전에 내렸습니다. 그리곤 길을 걸으며 꽃집을 찾았죠. 카네이션을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갑 속도 미리 슬쩍 봐두고 가격 상한선도 대충 결정을 하고요.

 

남자들은 대개 그렇듯이 대충 아무거나 한 개 얼른 골랐습니다. 사러 온 게 아니라 그냥 보러 온 사람처럼 두리번거리다가 말이죠. 값을 치르고서 서둘러 다시 발길을 옯깁니다. 누가 쳐다볼까 싶어서요. 왜 그랬는지 몰라도 하여튼 그 작은 꽃바구니 한 개 달랑 들고서 뭘 그리 주변 시선에 신경을 썼는지 모릅니다. 하여튼, 남자들이 다 그렇죠 뭘.

 

이 손에 옮겼다 저 손에 옮겼다 하며 집에 가져 온 꽃바구니. 오자마자 어머니께 얼른 드리려던 그 꽃을 잠시 옆에 두고 한 가지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고 보니 어버이날 리본이 없었던 겁니다. 서둘러 도구들을 준비했습니다. 예쁜 종이 한 장, 가위, 풀 그리고 필기구.

 

돈 몇 푼 주고 산 꽃에 얼렁뚱땅 휘날려 쓴 축하편지 한 장. 그렇게 어버이날 기념 꽃바구니는 어머니 앞에…. 아니 그 옆을 지나 텔레비전 위에 살포시 얹어놓았습니다. 왜 쓸데없이 꽃 사는 데 돈 썼냐는 핀잔을 대충 흘려들으면서 말이죠.

 

'어머니, 이거… 꽃… 사 왔어요.'

'야, 야, 또 꽃 사 왔어?'

'아니, 어버이날이잖아요.'

'넌 항상 왜 쓸데없는 데 항상 돈 지랄이야'

'어머니도 참. 돈 지랄은 무슨… 하여튼 꽃 사 왔어요. 좋죠?'

'사 왔으니 어쩌냐. 놔둬.'

 

그럼요. 어쩌겠습니까. 사 온 것을. 그것도 어버이날이라고 사 온 꽃을 뭐 어떻게 하겠습니까. 두고 두고 보는 거죠, 뭐. 어머니는 한 동안 꽃 얘기를 하시고 저를 몇 마디 거들겠죠.

 

'야, 꽃은 도대체 왜 사 와갔고 그러냐. 저거 말이야, 저거.'

'이미 산 꽃인데 뭘 또 얘기하세요.'

'하여튼, 다음부터는 사오지 마라. 돈은 뭐 어디서 그냥 나온다냐.'

'….'

 

꽃을 사오자 마자 들을 핀잔을 물론 그 다음날부터 벌어질 일도 미리 다 예상을 하고서 샀던 어버이날 꽃. 그 꽃에 얹어놓은 편지는 예전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오래 사세요'라는 몇 글자에 담긴 마음은 예전과 많이 달랐습니다. 아직도 제 앞가림 제대로 못하는 자식이기에 그렇습니다. 항상 돈벌이에는 젬병일 수밖에 없는 삶을 살기에 그렇기도 합니다. 물론 땀 흘려 노력하는 삶을 사는 데 게으르기에 그렇기도 하고요.

 

어릴 때라면 몇 장이라도 썼을 편지이지만 이번 어버이날은 저녁쯤 사 온 어버이날 꽃이 전부였습니다. 마음은 벌써부터 기억하고 있던 어버이날이었지만 결국 마무리는 꽃 바구니 한 개 뿐이었죠. 그러나, 꽃바구니 한 개에 담긴 마음만큼은 진실한 것임을 다시금 부모님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꽃바구니 한 개에 모든 걸 서둘러 담기에 바빴던 사이, 어머니는 일부러 한 봉지 가득 생선을 사오셔서 저녁 전부터 그것을 굽고 계셨습니다. 제가 준비한 것은 돈 몇 푼 주고서 들고 오면 그만이지만 어머니께서 준비하신 것은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저는 어머니께 효도는커녕 끝없는 자식사랑을 받기에 바빴습니다. 생선을 구우시던 어머니는 대단한 선물인양 일부러 흔들며 갖다놓은 꽃바구니에 핀잔 한 번 날려주시고는 계속 생선을 굽고 계셨더랬죠. 그래도 꽃을 버리라는 말씀은 안 하시더군요. 휴~

 

정말이지 뭘 해야 부모님의 자식사랑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떠셨습니까. 저처럼 머리로만 부모님 생각하고서 돈 몇 푼으로 효도를 대신하진 않으셨나요? 병 치료 때문이 아니라 건강 때문에라도 아프신 어머니에게서 받은 생선 반찬. 그 반찬 한 가지에 이번 어버이날에도 저는 효도는커녕 더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미 지나버린 어버이날이지만, 저도 여러분도 오늘부터 항상 '오늘이 어버이날이다' 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대한민국 자녀 여러분. 어버이날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날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오늘부터 '오늘이 어버이날이다' 하며 지내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할 겁니다.


태그:#어버이날, #가족, #사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