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 동인으로 시대의 불화에 정면으로 저항했던 김명수 시인의 신작 동시집 <마지막 전철>이 도서출판 바보새(대표 김규철)에서 출간되었다. 1977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래 <월식>, <하급반 교과서>, <침엽수지대> 등 뛰어난 시집을 선보이며 '오늘의 작가상', '신동엽 창작상', '만해문학상', '해양문학상' 등을 수상한 시인이 근년 들어 시뿐만 아니라 아동문학에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며 동화집과 동시집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이번 동시집은 2005년에 출간한 <산속 어린 새>(창비)에 이은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이다. 시인의 빛나는 언어와 상상력을 통해 우리 어린이들의 맑은 영혼을 다채로운 빛깔로 물들여 줄 매력을 듬뿍 담고 있다.
강가에서 언니와
물수제비 뜰 때
언니는 담방담방
열개도 더 뜨고
나는 퐁당,
겨우 한두 개
물고기야 도망쳐라!
돌멩이에 맞겠다.
- '물수제비' 전문
강가에서 언니와 동생이 물수제비를 뜨는 모습을 그린 이 시는 동생이 언니보다 물수제비를 잘 뜨지 못해 안달하는 동심을 그려 보여주지만 시인은 우리 아이들이 물수제비를 뜨며 놀 때도 혹시 물고기가 돌멩이에 맞으면 아플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할 줄 아는 아이로 크기를 바란다.
밤나무 밤송이는 가시투성이
바다 속 성게 같이 가시투성이
밤송이 속에 크는 풋밤 3형제
가을되어 아람이 벌 때까지
밤송이 속 풋밤을 지켜주려고
토실토실 알밤으로 키워주려고
밤나무 밤송이는 가시투성이
- '밤나무 밤송이' 전문
이 시에서는 왜 밤나무 밤송이는 가시가 붙어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밤송이 속에 들어 있는, 아직 다 자라지 않은 풋밤 형제들을 보호하고 지켜주려고 밤송이에 가시가 붙어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시인의 눈길은 이번 동시집을 통해서도 지난 시절 뛰어난 서정성과 섬세한 언어적 감각으로 우리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시화해온 바와 같이, 소외된 우리 사회의 이웃들의 모습에 머물고 있다. 도시 변두리의 굴다리시장에서 변변한 가게 하나 없이 노점을 벌리는 아주머니, 할머니 모습 '굴다리시장'과 추운 겨울 골목에서 고구마를 팔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 '겨울비 오는 밤'을 시로 불러내어 따뜻하게 감싼다.
이는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동시의 진폭을 크게 확장하고 있는 것이며 우리의 아이들이 나만을 생각하지 않는, 나 이외의 다른 현실에도 눈을 돌릴 줄 아는 넉넉한 품성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표현된 것이라 생각된다.
이점에 대해 김명수 동시집의 해설을 담당한 평론가 김태현(문학평론가|순천향대 교수)은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남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공동체의식을 잊어버리고 제 앞가림하기 바쁜 이기적인 동물로 변해버렸다. 남을 생각하지 않고 나만 생각하는 이런 풍토 안에 여러 문제가 잠복하고 있다는 건 너무도 잘 알려진 일이다. 시인은 이 작품집에서 그런 사회의 문제점이나 그런 사회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시인은 나만 생각하지 말고 남도 같이 생각하고 나아가 그들과 더불어 사는 게 공동체의식의 회복에 관건이라는 걸 여기저기서 강조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민족시인 백석이 그렇듯이 김명수 시인도 공동체의 따뜻함이 인본주의의 뿌리임을 시사한다."
많은 시인들이 동시에 관심을 기울이고 동시집을 출간하고 있지만 참된 문학적 성과를 이룬 동시집이 드문 오늘날, 김명수의 첫 동시집 <산속 어린 새>는 '2006년 문화관광부 추천도서'(교양부문)에 선정되며 그 문학성이 높이 평가되었듯이 이어 출간되는 이 동시집 또한 자라나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받을 것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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