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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11일 아침에도 빨간 카네이션을 정성스럽게 가슴에 달고 거실로 나온다. 난 “그거 이젠 그만 달지” “그렇지 않아도 오늘까지만 달려고” 한다. 지난 8일 큰 손자 우진이는 저녁 무렵 우리 집에 왔다.

 

거실로  들어오는 녀석의 두 손은 뒤로 숨기고서 하는 말이 “할머니 할아버지 아직 안 왔어?” “그럼 아직 오실 시간이 안 됐지. 그런데 왜?” “글쎄” 잠시 고민 하는듯하더니 “그럼 할머니만 내가 달아줄게” 한다.

 

어린이집에서 만들었다면서  빨간 카네이션 두 개 중 하나를 나에게 달아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거 하나는 할아버지 거니깐 할머니가 전해 줘. 우진이가 만들어 왔다고 하면서” 한다. “그럼 전해주고 말고. 우진아 고맙다.우리 강아지가 이젠 꽃도 달아주고….”

 

녀석이 멋쩍은 듯이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서 싱글벙글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나도 녀석이 달아준 빨간 카네이션을 보니깐 녀석이 무척 대견스러웠다. 어느새 저만큼 자라서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그 마음이 너무나 예뻤다. 카네이션에는 서툰 글씨로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라고 씨여 있었다.

 

전에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빨간 카네이션을 달고 동네방네 다니던 그 마음을 이젠 나도 알 것 같았다. 나도 이젠 그 대열에 끼고 만 것이다. 남편이 돌아왔다. 남편도 내게 꽂힌 카네이션을 보더니 "웬 카네이션을 다 달고 있어?" 난 아무 말 하지 않고 남편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었다. 남편도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감동의 도가니에 빠진 듯했다.

 

“우리 저녁 먹고 우진이네 가자. 우진이가 만든 카네이션 달고” 한다. 저녁을 먹은 후 우리 둘은 빨간 카네이션을 달고 손자네 집에 갔다. 맥주 3병과 간식거리를 사가지고. 빨간 카네이션을 달고 손자 집에 들어서니 우진이가 깡충깡충 뛰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똑같이 달았네” 좋아한다.

 

딸도 웃는다. “엄마 아빠 진짜 할머니 할아버지 같아” 하면서. “그래, 나도 이젠 진짜 할머니들 마음을 알 것 같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좋아?” 하면서 딸이 묻는다. “그래 네가 이 마음을 어떻게 알겠니? 엄마 나이가 돼 봐라. 그럼 알 거야” 했다. 그 다음날에도 난 빨간 카네이션을 달고 있었다. 저녁마다 돌아오면 남편도 무슨 의식처럼 빨간 카네이션을 달고 앉아있기도 했다. 그 마음을 알기에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11일 또 다는 것을 보고는 남편에게 “그럼 오늘까지만 달고 안방에 있는 달력에 꽂아놓고 매일 매일 쳐다봐”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야” 한다. 세상 어떤 꽃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예쁜 카네이션이다. 나도 남편도 손자가 카네이션에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라고 글씨를 쓸 그 당시의 그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태그:#빨간 카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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