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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특정한 현실이나 사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표현방법이지만, 작가의 표현의지에 따라서는 다양한 형태의 최종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촬영이후에 후처리 과정에서 여러 이미지를 합성하여 현실을 재구성하여 보여 줄 수도 있고 감광유재와 물감을 섞어서 인화지에 바른 다음에 프린트를 하여 그림과 같은 이미지를 생산 할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하여 좀 더 손쉽게 작가의 의지가 개입된 다양한 외형의 최종 결과물을 생산 할 수 있다.

 “소멸된 기억으로부터··· ”
“소멸된 기억으로부터··· ” ⓒ 권순평

 “소멸된 기억으로부터··· ”
“소멸된 기억으로부터··· ” ⓒ 권순평

한 장의 사진은 작가의 감성 뿐만 아니라 지적 수준 등 정체성을 반영한다. 작가의 거울 자체가 사진인 것이다. 권순평 개인 작품에서도 그것이 잘 드러나고 있다. 권순평은 가족들의 유품을 카메라 앵글에 담은 후에 프린트 과정에서 인화지 표면에 물감과 유재를 섞어서 바른 후에 인화를 하여 마치 빛바랜 회화나 흑백사진을 연상시키는 최종 결과물을 생산 하였다. 작가가 관심을 갖은 표현대상은 시계, 기념사진, 책, 수첩 등인데 모두 시간이 녹아 있는 사물들이다.

 “소멸된 기억으로부터··· ”
“소멸된 기억으로부터··· ” ⓒ 권순평

이번에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은 모두 대형 사이즈이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회고적이다. 마치 시간을 박제해 놓은 듯하다. 대량복제가 가능 한 것이 사진의 가장 큰 특징이지만 권순평의 이번 작품은 유일한 원본이므로 또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을 재료로 하여 개성적인 표현방식으로 그것을 재구성하여 언어나 문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의미를 발생시킨 것이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소멸된 기억으로부터··· ”
“소멸된 기억으로부터··· ” ⓒ 권순평

작품 한 장 한 장이 관람객들을 감상에 빠지게 하는데 그것은 표현대상의 의미와 작가의 표현방식이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결과이다. 기호학자 바르트가 사진은 시간의 죽음이라고 이야기 하였는데 그것을 좀 더 극대화하여 보여 주는 듯하다.

작품마다 컬러가 독특하고 수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듯하다. 그래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표현대상과 표현방식의 특성으로 인하여 생긴 외형적인 느낌이 어우러져서 또 다른 현실 밖의 현실공간과 이미지가 생성 된 것이다.

사진은 오랫동안 기록 이나 사회변혁의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현대미술에서는 무한한 표현가능성을 인정받아서 꿈과 환상 또는 판타지를 표현 하거나 동 시대성을 반영하는 가장 강력한 표현매체 중에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하고 있는 권순평의 전시 작품들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다. 사진의 다양한 표현 가능성을 보여 주는 전시회다.

덧붙이는 글 | 2008년 5월 7일 ~ 5월 13일 인사아트센터



#예술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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