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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저녁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참가자 중 절반 이상은 중·고교생이었다.

 

비가 조금 왔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지만 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모였다. 서울 청계청 광장에서 시작된 촛불집회 영향 탓인지 많은 취재진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참가한 학생들에게 질문 공세를 펴는 지역신문 기자들의 모습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친구가 가자고 해서 왔다"는 남자 중학생도 있고, "인터넷을 보다 참을 수 없어 왔다"는 여학생도 있었다.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이 우리 보다 광우병 쇠고기 위험을 더 잘 알고 있더라"며 "방송과 인터넷을 보고 이곳에 온 학생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초등학생인 두 딸을 데리고 온 한 주부는 "우리 식탁에 오를 쇠고기 인데, 가만히 있을 수 있나"라고 했다. 대다수 기자들은 이같은 답변을 참가자들에게 얻었다.

 

10일에 이어 11일 울산 남구 신정동 울산대공원에서는 중·고교생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10일 집회에서 한 여학생은 마이크를 잡고 11일 열리는 촛불문화제를 알리기도 했다.

 

여론은 뒷전? 딴소리 지역신문

 

12일 아침, 울산지역 신문들은 10~11일 촛불집회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이들 신문에는 '울산청소년 촛불시위 문제 있다' '과장된 괴담 사회분열 초래한다' 등의 기사가 실렸다.

 

이 신문들은 조중동, 소위 보수신문들의 논조 뺨치게 촛불집회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한 지역 신문은 긴급진단을 통해 "일부 학생들이 '오늘 집회 사안이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와 비슷하다'고 말해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에 대한 청소년들의 우려가 심각한 수준임을 증명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1억분의 1일을 훌쩍 뛰어 넘는다는 게 대세다, 로또 당첨이나 고리원자력 폭발 확률보다 훨씬 낮다"고 적었다.

 

또 다른 신문은 사설에서 "(2002 효순이 미순이 관련 촛불집회 후) 누가 언제부터 무슨 목적으로 촛불시위를 촛불문화제로 격상시켰는가"라며 "이런 행태를 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못해 코웃음에 가깝다 …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촛불집회에 '재미'로 참석하는 청소년이 있었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신문은 더 나아가 "만일 의도적으로 청소년들 호기심 감성을 자극해 그들을 목적에 이용했다면 사법적 처리 대상임은 물론이다"라고 엄포까지 놨다.

 

소외층엔 귀닫는 지역언론..."해도 너무해"

 

울산지역 언론의 보수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동의메카로 불리는 울산에서 빈발하는 노동문제 관련, 기업측에 편향된 기사를 실어 노동자들의 질타를 받기도 한다.

 

현대자동차 노사분규, 삼성SDI 하청 하이비트 문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차노조는 언론의 집중 포화에 전국적으로 '이기적인 귀족노조'로 낙인 찍혔고 1년에 걸쳐 노숙 집회, 삼보일배 등을 벌여온 삼성SDI 하청 하이비트 여성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하소연을 싣지 않는 언론에 내내 섭섭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울산금속노조 김영균 부지부장은 "지역언론이 노동자에 대해 잘 써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언론이라면 최소한 있는 그대로 써줘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같은 지역언론의 태도에 항상 불만을 터드려왔다. 급기야 지난해부터 민주노총 울산본부를 중심으로 "진보일간지를 창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올해 그 움직임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울산지역 진보적 주간신문인 <울산노동뉴스>는 창간3주년을 맞아 기념 심포지엄으로 '울산지역 진보 일간지, 가능한가?'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울산노동뉴스>는 "보수언론 일색에 개혁언론조차 찾기 어려운 지역 언론환경에서 진보 일간지를 창간하고 운영하는 것은 가능한가?"고 되묻고 "9년 전 도민주주신문을 창간하고 경남의 대표 개혁신문으로 성장해 온 <경남도민일보> 사례를 통해 울산지역 진보 일간지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은 오는 15일 오후 6시 30분 남구 삼산동 공구월드 내 '페다고지 교육관'에서 열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자치행정부장이 '경남도민일보, 창간 과정과 역사'에 대해, 민주노총 하부영 울산본부장이 '울산지역 진보 일간지의 가능성과 현실성'에 대해 각각 발표한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금속노조현대차지부, 전교조울산지부, 울산시민연대, 울산환경운동연합, 울산여성회, 민주노동당울산시당, 진보신당울산추진위원회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인다.


#울산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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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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